다 탈당하고 혼자 남은 바른미래당
손학규의 마지막 시도는 청년 정당들
안철수와의 콜라보는 물건너 가
손학규와 청년들의 시도
뉴파티, 미래당, 시대전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떠나고 손학규 대표가 급속히 고립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청년 정치그룹이 결국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을 넘어 제3지대에서 뭔가 화학적 결합을 노릴 수밖에 없고 안 전 대표의 신당이 아니라면 손 대표의 바른미래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3일 아침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 혼자 덜렁 남았다. 끝까지 함께 했던 최측근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 임재훈 사무총장, 이행자 사무부총장마저 불참했다. 새로운보수당 세력의 새해 벽두 집단 탈당 이후 안 전 대표의 복귀와 타협 실패 및 탈당을 거치면서 최측근까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을 촉구하게 됐고 손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결국 바른미래당에 혼자 남게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당의 최고 핵심 실무자들이 당권 투쟁의 일환으로 출근을 거부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곧바로 복귀하지 않으면 총선 준비를 위해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나 자신은) 청년세력과 미래세대 통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다른 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대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장 이날 오전 서울경제와 이데일리가 가장 먼저 대부분의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들이 손 대표의 탈당을 촉구하면서 10일까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당적만 묶여있는 4명(박주현·장정숙·이상돈·박선숙)을 포함 겨우 원내 교섭단체 20명을 채우고 있는데 △호남계 4명(김관영·김동철·박주선·주승용) △안철수계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당권파 3명(채이배·임재훈·최도자) △손학규계 1명(이찬열) △기타 수도권 1명(김성식) 등이다. 

현재 권은희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고, 이찬열 의원도 손 대표에게 사전에 알리고 4일 가장 먼저 탈당하기로 했고, 호남계 4명도 마찬가지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6명은 이미 ‘안철수신당’에서 각각 역할을 맡기로 했고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상 셀프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한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은 채이배 의원도 손 대표 위주의 당에 미련을 버린 듯하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임재훈 의원은 일시적 최고위 불참이 있었지만 결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도자 의원이나 김성식 의원의 거취는 아직 미정이다. 

교섭단체 붕괴는 시간 문제다. 그러면 당장 15일에 받게 될 1분기 국고보조금 25억원과 선거보조금 1년치 100억원 합계 125억원의 돈은 급감하게 된다. 

2018년 8월 당대표가 된 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2018년 8월 당대표가 된 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안철수신당은 창당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총선까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단 안 전 대표의 이름을 직접 당명에 내걸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이태규 의원과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가 공동 창당추진기획단장을 맡아 7개 시도당 창당 책임자를 선임했다. 향후 ‘2월 중순 발기인대회 개최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5개 시도당 창당 →중앙당 창당’의 순서로 이어진다.

장진영 비서실장은 1월30일 방송된 SBS <이재익의 정치쇼>에서 “바른미래당은 이제 망했다”며 “그렇지 않은가. 양대 지주 두 기둥(유승민과 안철수)이 빠져나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는 어설프게 망하는 것보다 폭삭 망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망해야 진짜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할 수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마지막 우리한테는 몸부림 칠 기회가 있다. 그 몸부림을 위해 준비하고 있고 몸부림이 국민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 가봐야 알겠지만 대단히 파격적인 시도를 할 상황이 됐다”고 환기했다.

아울러 “이제 훈수 둘 사람이 없어졌다. 그걸 손 대표가 소화할지 우리 당 의원들이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정도로 파격적인 실험은 한 번쯤은 해보고 소멸되든지 다시 살아나든지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진영 비서실장은 바른미래당의 마지막 파격 시도와 몸부림을 예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실장이 예고했듯이 뭔가 손 대표의 마지막 카드가 있긴 있다. 

제3지대 공간에 있는 모 인사는 1월31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 정치세력들이 무주공산이 된 바른미래당을 접수하고 총선에서 살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도 1월27일 안 전 대표와의 최후 담판 당시 미래 청년세력에게 당권을 맡기고 함께 뒤로 물러서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손 대표는 유승민계(유승민 의원)가 당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갖다 바칠까봐, 안 전 대표가 당을 접수할까봐 매번 방어적인 명분으로 당권을 포기하지 못 한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결국 손 대표가 명예롭게 물러나는 길은 청년 정치그룹과의 화학적 결합이다.  

정용인 경향신문 기자는 1일 출고된 <안철수, 신진 청년정치세력과 손잡나?>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설 연휴 전엔 조국 국면(조국 전 법무부장관)에서 참여연대를 탈퇴한 김경율 회계사와 조국 임명 반대 성명을 냈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방문했다”며 “중간에 가교역을 맡은 사람은 누구일까. 취재 결과 싱크탱크 내일 사무국장을 역임한 모 인사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가 1월19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청년세대를 위한 초석을 다시 놓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 기자는 안 전 대표와 청년 정치그룹 간의 연대 가능성을 점쳐본 것인데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 기자가 거론한 대상은 △시대전환(조정훈·이원재 공동대표) △미래당(오태양·김소희 공동대표) △뉴파티(조성은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 등 3곳이었고 크고 작게 안 전 대표의 정치 커리어에서 인연이 있었다는 점을 정리했다. 하지만 3곳 모두 안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고 무엇보다 조성은 위원장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 출신으로 2017년 말 바른정당과의 통합 정국에서 강력한 반통합파로서 안 전 대표에 대한 극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조성은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많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성은 위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많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위원장은 1월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와 결렬 직후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1월29일) 안 전 대표에 대해 “시작부터 오랜 안철수와의 악연은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9번과 10번으로 선거를 치르시던지 말던지”라며 “이제 영원히 log out 하실 분을 언급할 필요가 몰가치하니까. 그분도 나가셨으니 이제 본격적인 뉴파티 타임이 오는 것이지 멀리 안 나갑니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의 뉴파티가 바른미래당과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물밑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결국 안 전 대표가 탈당한 것을 두고 정치적 비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조 위원장은 안 전 대표에 반감이 많지만 바른미래당에 남아 중도신당을 함께 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 해서 아쉽다는 정서도 엿보인다. 궁극적으로 안 전 대표 없이 뉴파티가 바른미래당과 논의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시대전환이나 미래당까지 더해 청년 3개 정당이 바른미래당과 화학적 결합을 모색하느냐의 길목에서 뭔가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오태양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김소희 대표의 모습(오른쪽). (사진=박효영 기자)

다만 조 위원장은 4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예정된 중앙당 창당에 몰두할 예정이고 연초부터 이어진 다양한 창당준비위원회들과 연대나 결합의 방식을 논의 중에 있지 특정 정당과 통합한다는 내용은 인터뷰를 하지도 않은 내용”이라며 “창당준비위원회 이상의 교섭은 4개 이상 그보다 규모가 작아도 정책 포럼 등 연대 논의는 7개 이상을 하고 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연대를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뉴파티가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첫 발걸음이 중앙당 창당까지이니 모든 결정과 고민은 그 이후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이날 14시반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은 중앙당 창당 이후에 이뤄질 것 같다.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 그냥 국민의당 시절 친하게 지내던 의원들과 오며 가며 소통을 하는 것에 불과하지 아직 구체적인 대화를 하거나 제안을 받은 게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나홀로 손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은) 저희 입장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차라리 다른 새로운 창준위 상태에 있는 쪽이 더 매력적이다. 아직 (바른미래당으로부터) 제안이 구체적으로 온 것도 없다”고 재차 부인을 하면서도 “물론 중앙당 창당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손 대표가 장 실장의 표현대로 파격적인 시도와 몸부림을 통해 얼마나 양보를 할 수 있을지에 따라 뭔가 모색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조 위원장은 손 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바도 없다면서 우선 뉴파티 중앙당 창당대회에 집중하겠지만 실제 그런 제안이 온다면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결단에 따라 최대한 많은 청년 정당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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