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체제’의 우리은행 ·· 고객 비밀번호까지 ‘도용’
‘손태승 체제’의 우리은행 ·· 고객 비밀번호까지 ‘도용’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2.0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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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갔다
비번까지 털릴 수 있다
손태승 체제의 성과 지상주의
연임 프로젝트
금융당국의 시그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은행이 막장까지 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장)이 취임한 2017년 12월 이후 ‘DLF’와 ‘라임’ 같은 부실한 금융상품 판매, 고객 비밀번호 도용 등 실적 압박에 따른 최악의 사태가 연일 터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우리은행에서는 중대한 사태가 터져나왔다. (사진=연합뉴스)

5일 한국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2만3000여명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번을 무단으로 바꿔버렸다. 그 시점은 2018년 5~8월 사이이고 현재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보통 고객들이 여러 은행의 계좌를 갖고 있고 주거래 인터넷뱅킹 외에는 1년 이상 거래를 하지 않아 휴면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고객마다 다르지만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을 가입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고객이 얼마든지 있는 것인데 일부 직원들이 이들의 비번을 자기 맘대로 바꾼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오래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쓰려면 활성화 상태로 바꾸고 비번을 바꿔야 한다. 고객은 기존 비번을 치고 새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것을 직원들이 자기 맘대로 진행했고 이런 짓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고 볼 수 있다. 휴면 고객이 다시 거래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실적으로 카운팅 된다는 것이고 직원들은 이 점을 악용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을 자주 쓰는 고객이 많아야 그게 추가 상품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이익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 기준으로 아래 직원들을 압박했다. 새로 유입된 고객이 없어도 휴면 고객들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신호라서 그것도 성과 지표로 편성했다. 은행 직원들에게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라는 평가 시스템이 그들의 연봉 수준과 승진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들어간 항목들이 일탈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런데 휴면 계좌에는 돈이 있다. 없는 게 아니다. 고객들이 잊고 묵혀둔 금융 잔고만 금융당국 추산 9조원대에 이른다. 

그동안 금융사의 고객 개인정보 문제는 크게 △외부 해킹 △동의없이 제3자에 팔아 넘기는 경우 등 2가지였다. 이제는 금융사 직원이 성과 압박에 시달리면 직접 고객 비번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6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KPI에 남북 통일이 들어가 있으면 그것도 어떻게든 만들어낼 친구들”이라며 “KPI는 직원들에게 저승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걸 성과 지표로 허용한 것 자체가 문제다. 물론 우리은행은 직원들한테 실제 (고객이 비번을) 변경하라고 했지 임의로 조작하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겠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단호히 “이런 모든 게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위한 실적 지표로 사용됐고 그 정도로 심하게 (직원 압박으로) 작동되는 것”이라며 “나도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자체적으로 적발해서 시정 조치했고 금감원에 보고를 마친 사안이며 금전적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고객들 비번이 언제든지 조작 가능하고 그 조작한 걸 가지고 얼마든지 금융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며 “개인 고객 동의없이 비번을 변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례들을 비춰봤을 때 우리은행이 비번까지 임의로 조작한 적은 없다. DLF 사태(파생결합펀드)도 마찬가지지만 이것은 금융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고 손 회장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정조준했다. 

김득의 대표는 손 회장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득의 대표는 손 회장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확인된 피해가 없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벌인 것 자체가 전자금융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물론 입증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중대한 사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DLF 사태에 책임을 물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안을 받아들여 중징계(문책 경고)를 확정한 바 있다. 기관 제재나 과태료 부과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의결이 필요한데 오는 3월4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연임은 작년 연말에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그룹 회장추천위원회의 단독 추천을 받는 등 실적 지상주의에 빠져 중대한 금융 피해를 입혔어도 강행하겠다는 의지였다. 3월말 예정된 그룹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최종 확정되는 일만 남았었다.

우리은행은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DLF 피해 회복을 홍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1월21일 방송된 MBC <PD수첩> ‘은행을 믿습니까?’ 편에서 손 회장의 책임이 부각됐다. 

손 회장의 연임 프로젝트는 <DLF와 ‘라임’ 사태 등 금융 피해자 발생 →금감원 징계 수위 결정 →금융위 의결 →그룹 주주총회 최종 연임 결정>의 수순을 밟아가면서 무사히 넘어가야 하는데 두 번째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고 이 타이밍에 비번 도용 문제까지 터졌다.  

우리은행 차원의 언론 플레이가 절실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루트는 ①금감원도 감사원에 고발됐을 만큼 징계 수위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여론 확산 ②금융위의 의결 이후 행정 소송으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서 시간끌기 등이다. 일단 그룹 이사회는 내일(7일) 소집될 예정인데 손 회장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6일 15시50분경 그룹 사외이사들(노성태·박상용·정찬형·전지평·장동우)의 논의 결과 손 회장에 대한 금융위의 최종 통보가 이뤄질 때까지 현 체제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 타전됐다.

일단 6일 아침부터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이 자신들의 감독 책임에 대해선 눈감은 채 무리하게 법을 적용해 은행 경영진만 제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조선일보 최형석·노석조 기자)”는 방향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금감원 압박하기 위해 감사원까지 뭐라고 하던데 사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감사원에 청구한 것들은 은행이 당연히 책임이 있고 감독당국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근데 그걸 마치 제재를 불법적으로 한 것처럼 섞어서 기사를 내보냈다”며 “그런 보도를 한 언론들을 통해 정말 우리은행이 광고주로 기사를 내준 것과 같은 소위 하명 수사와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의 감사 청구 내용을 그렇게 섞어서 할 수가 있는가. 징계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연동되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 회장이 1월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LF나 라임 사태 모두 위험한 금융상품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팔아치우다가 부작용이 난 사례다. 결국 손 회장의 실적 지상주의에 원인이 있고 비번 도용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 대표는 “손 회장의 비이자 수익(대출상품의 이자 수익 이외의 이익) 창출에 있어서 계속적으로 이런 식으로 DLF나 라임이 판매됐지만 우리은행의 단기채에 가입한 분들은 두 번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손 회장이 갖고 있던 실적주의가 직원들이 계속 고객들에게 그런 식의 영업을 하게 했고 이제는 하다 하다 비번까지 조작하게 만들었다”고 맹비판했다. 

감사원 카드로 압박이 들어갔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 대표는 “금감원 내린 제재 효과가 중요하다고 보는 게 앞으로 은행장도 몸통이 날라갈 수 있다는 좋은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이제 은행장과 지주회장이 개별적으로 분리 선임됐을 때 지주회장이 압박하고 책임을 안 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은행 지주회장이 오너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까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몸통이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 키코 사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크게 문제가 된 금융상품 피해 사례) 때도 하나은행장이 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최고위층이 얼마든지 그룹 전체 이익만 나아지게 하면 계속 올라갈 수 있으니까 속된 말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승진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에 이렇게 제재를 주는 것이 확실한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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