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함부로 허락하지 않은 난공불락(難攻不落) 요세와 같은 철저한 자본주의식 영화제.
글로벌 매너 안 되면서 세계 무대 정상에 서는 것...기쁨보다는 독약 될 수도 있어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영화 '기생충'이 201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료상"을 받은지 1년만에 영화인들에게 가장 문턱이 높다는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101년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있는 일로 1962년 3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처음으로 문을 두드린지 58년만에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1차 후보까지 올랐으나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 영화 최초라는 수식어는 101년만에 이렇게 힘들게 이루어 졌다.

'기생충'은 각본상은 물론 작품·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까지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에 대거 노미네이트(nominate)되면서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아카데미 역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얼마나 기쁜일인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받는 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 영화가 세계 최고의 영화인들 모임인 패밀리 그룹의 멤버로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더 의미가 남다르다.

아카데미는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헐리우드 영화상이다. 칸, 베니스, 베를린, 모스크바 등 세계 4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외국의 수많은 명장 감독들 조차 수상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세와 같은 철저한 자본주의식 영화제다.

예술성만 보는 4대 영화제 보다 작품성과 상업성, 흥행의 파워까지를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칸 영화제의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황금종료상에 기생충이 호명되자 너무 흥분을 해서 만세를 부르기에 정신이 없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싶어하는 다른 수상자들의 간절한 눈빛조차 맞추지 못했다.

더 아쉬운 것은 그곳에 몆일이라도 머물며 칸 영화제의 최고의 수상자 답게 그곳의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서 수상 기념파티라도 열고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포함한 뒤풀이도 하면서 칸의 자존심을 세워줬어야 했다. 하지만 봉 감독의 생각은 그리 깊지 못했다.

칸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최고라는 자리에 올려주고 아차 이건 아닌데 하며 자신들의 판단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도 평생에 두번다시 올수 없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에 바뻤다. 이번에는 제발 그러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상을 받으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한다. 그리고 이름이 호명되면 사방을 두리번대며 감사의 절을 올리고 무대에 오른다. 국내든 국외든 우리들의 모습이며 익숙함의 함정이다.

상은 받는쪽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는쪽이 고마워 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보내주어 영화제를 빛내 준 당사자 이기에 당당히 무대에 올라야 한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리지 말고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있는 눈빛으로 일일이 눈인사를 건내야 한다.

무대 아래에에서 축하를 해주는 모든 사랍들로부터는 축하의 박수를 받으면 기쁨을 감추지 말고 즐기면 된다. 그것이 진정 프로고 진짜 배우고 감독이다. 그런데 우리 감독과 배우들은 그걸 못한다. 그러니 최고라는 자리에 초청을 받아도 그때뿐이다.

2019년 칸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에 중국의 무명 배우들이 정식 초청이 아닌 주최측에 수천만원을 내고 올랐다. 누구 하나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들은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갖은 폼을 잡고 레드 카펫에서 뭉그적 거렸다.

이들은 왜 행사에 지장을 주면서 까지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것은 바로 칸 영화제는 수상보다 레드 카펫에서 진짜 비지니스가 이루어 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대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그곳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제적 행위기 때문인데 그런 사실을 한국배우들만 모른다. 중국 배우들도 다 알고있는 사실을 말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우가 '판빙빙'이다. 판빙빙은 고작 도쿄 영화제에서의 여우주연상이 최고 성적임에도 그녀는 매년 칸 영화제에 참가해서 레드 카펫을 밟는다.

작품 초청을 받은 것도 아니고 심사위원으로 추대받은 것도 아닌 그녀가 레드 카펫에 오히려 수백억을 받으며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지켜보는 세계적인 명품 회사 홍보담당자들 때문이다.

이들은 칸 영화제는 물론 다른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들을 해마다 참가시켜 스폰서들과의 계약을 위해 레드 카펫에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명품 홍보담당자들로 부터 최고의 배우로 꾸며지고 훈련받아 레드카펫에서 가장 아름다고 우아한 사진으로 거듭 태어나 전세계의 명품 기업들에게 사진이 퍼져나간다.

이 사진 한장이 웬만한 영화 한편 찎는 것보다 몆 배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 판빙빙이 이런 이유에서 칸에 매년 초청을 받는 것이다. 그많큼 배우에게는 레드 카펫이 무서운 곳이다.

이제 우리 영화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다. 배우나 감독이나 이전 처럼 값 없이 굴지말고 상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추자. 그래야 존경받을 수 있다.

제발이지 글로벌 매너가 안 되면서 세계 무대의 정상에 서는 것은 본인이나 국격,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자칫 재 뿌리는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 스타들이 모조리 날지 못하는 촌닭들이 되어서는 그 큰상을 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짝퉁이 진짜처럼 보이려고 해도 짝퉁은 여전히 짝퉁이다. 칸에 이어 아카데미 상까지 받은 우리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다. 앞으로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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