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민은?
이낙연 전 총리는 종로 비전 내놔
황교안 여론조사도 지고 있어
정권심판론 보다는 한국당 심판론 더 높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1번지로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냈지만 오직 정권심판 프레임에만 갖혀 있다. 그동안 총선에서 종로는 한국 정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지만 종로구민들의 생활 이슈에 집중한 정치인을 선택해왔다.
박준규 내일신문 기자는 7일 방송된 국민TV <김준일의 핫6>에서 “오늘 (황 대표가) 출마선언을 하는 것 보니까 정권심판을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정권심판의 1번지라고 하던데”라며 “종로구민들은 정권심판에 관심이 많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왜 거기서 두 번이나 이길 수 있었느냐(19·20대 총선)를 보면 정 총리가 붙었던 상대가 새누리당의 홍사덕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엄청 막강했다”며 “이분들이 왜 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면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대 담론이나 (중앙정치의) 아젠다 중심의 선거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마찬가지로 황 대표 역시 “오늘 출마선언을 보니까 문재인 정부 심판 이런 걸로는 호소할 수 없다”며 “거기(출마선언문)에 종로구민 유권자들에게 하는 말은 거의 없었다. 이분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안 그러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고언했다.
물론 지방 정치인을 뽑는 게 아닌 만큼 중앙정치적 이슈를 내세워서 선거운동에 임하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 역시 국민의 일원인 종로구민의 민원을 국가적 의제로 승화시켜서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황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먼저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광폭 현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전 총리는 “종로에 대한 공부”를 천명했고 상가 구석구석을 돌면서 종로의 산적한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실현가능한 대안”을 준비하겠다며 종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황 대표도 일요일(10일)부터 종로 현장 유세에 나서고 있지만 메시지는 오직 정권심판론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대표 주자인 자신을 꼭 당선시켜달라는 취지다.
두 사람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도 황 대표가 많이 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2월7일~8일 종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54.7% 황 대표는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 대표가 구태의연하더라도 여론의 흐름에 따라서는 한 번 더 정권심판론에 기댈 수도 있다. 그러나 신년에 발표된 여론조사 대부분은 정권심판론 보다는 ‘한국당 심판론’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실정들이 있지만 단순히 한국당이 바라는 것과 실제 민심의 흐름을 구분해서 판단하지 못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