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사계절 내내 광화문광장이 항상 뜨겁다. 늘 달아오른다. 영하의 날씨이든 폭염 속 날씨이든 사시사철 북새통이다. 청와대가 가까워서일까?

청와대는 보고 듣기나 하는지? 내 짐작으론 이해가 되질 않고 의아하다. 삼복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한여름엔 지열이 보태지면서 극치를 이루곤 한다. 

부글부글 끓고 이글이글 불탄다. 선진시민의 문화버전이다. 문화마당이고 시민마당이다. 서민마당이며 민초들의 소원마당이다. 와글와글 부적북적 시끌시끌하다. 열려있는 광장이니 그럴 수밖엔 없다. 입지적으로도 최고다. 

1천만시민들이 모여 사는 도심 한 복판에 이처럼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이 없다. 그러니까 너도나도 나간다. 멋지고 좋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고관대작들이나 상위10%에 드는 별급의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행차다. 어울릴 수도 없거니와 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목소리 목청이 다르니 갈 수가 없다.

서초동엔 광장이 없다. 이 나라에서 힘깨나 쓴다는 관료벼슬아치들이 오가는 폭이 꽤 넓은 거리가 있을 뿐이다. 거기에도 시민들이 몰려든다. 감히 어디라고 법조거리를. 사람들이 몰려들기가 지난해 비롯됐다. 광화문광장에 민초들이 몰려들어 부글부글 바글바글 거리는 걸보더니 강남지역민들이 뭉쳐 단합대회를 하는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강북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과 거리 비용이 아까울 터라 굳이 한강을 넘어 서초동까지 왔을까? 그런 것도 아닌 듯, 한데 자존심이 강한 다른 무리들이 서초동거리로 몰려든다. 수도서울의 중심이요 강북의 심장부인 드넓은 광화문광장이 초만원이 된 마당이라서 부지런한 사람들이 차지해 들어갈 수가 없는 가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동차와 사람들이 순조롭게 오가도록 만들어 놓은 거리로 어 거지로 나선다. 집회허가 받았다며 거리통행을 가로막고 고성과 고음을 분출해내며 열기를 높인다. 이런 희한(稀罕)한 모임행태가 어디서부터 왔는가? 과연 민주주의이다.

광화문광장엔 조선시대의 큰 어른이신 두 분이 수호신 격으로 계시다. 세종대왕께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시고 그 아래 녘에 이순신장군님은 큰 칼을 옆에 끼고 서계시다. 두 분이 다 눈이 부리부리하다.

총명하고 현명한 머리와 예리한 눈을 부릅뜨고 민초들을 살피고 계신다. 민초들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언행을 지키도록 보장하면서 허튼 수작은 경계하고 계신다.과격한 행동거지는 금물이다.

그러하니 광장에 모이는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스스로 챙기고 조심하며 진지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을 찾는 민초들은 우리민족의 고귀한 자존과 얼을 심은 두 어르신을 직접보고 배우기 위해 나간다싶다. 

청와대가 몰라보는 듯, 하니 두 분 큰 어르신께서 지켜보는 것이다.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확증편향 이라할까? 잠재된 낡은 인식을 이젠 바꿔야하고 어느 한곳만 바라다보는 어설픈 생각들은 버려야지 싶다.

서초동거리에 모이는 민초들이나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서민들이나 한겨레한민족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서로가 상대방의 입지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담장을 쌓고 있는 걸까? 도닥여주고 덮어주며 배려해야 하는데 서로의 성향과 정서를 몰라주고 있는 걸까? 하기야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형제자매간에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상호간에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자세가 중요 것 아닌가. 성향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궁극적으론 지향하는 바가 일맥상통 하게 되는 것이리다. 가정에서 출발해 집단 마을을 이루고 마을이 모이고 모여 고을과 도심으로 이어진 게 아니던가?  

가정이 사회의 모태이고 형제자매들이 모여 시민사회가 되질 않았나. 제발 좀 다투지 말자. 싸움으로 지새운 세월이 아깝질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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