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3년만에
113석 규모
지도부는 한국당 체제 유지
당색 핑크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기 위해 무조건 뭉치고 보자는 보수통합론이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현실화됐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정국 이후 새누리당에서 개혁보수 세력이 떨어져 나가고 3년 만이다.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당 출범식이 열렸다. 선거법이 바뀌고 맞는 첫 총선 정국에 수많은 정당들이 간단치 않은 창당 절차를 거친 뒤 출범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기존에 존재하는 정당들이 신설 합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협상만 완료하면 됐었다.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 심판하는 것이 가능했고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 통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신년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미래통합당 출범의 주역인 왼쪽부터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 황교안 통합당 대표,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장기표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망치고 권력남용을 했다고 아무리 선전을 해봐도 신년 여론조사 대부분은 ‘정부여당 심판’ 보다 ‘보수야당 심판’의 국민 여론이 더 높다는 결과로 귀결됐다. 대권 주자 지지율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30% 중후반대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2위인 황 대표가 10% 이상 지고 있다. 

그래서 보수통합의 밑바탕에는 정치적 생존 본능이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동력도 명분도 당연히 정권심판이고 문재인 정부를 저주하는 것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축사를 위해 발언대에 올라 10초 가량 아무 말 없이 꽉 찬 객석을 지긋이 바라봤다.

황 대표는 “정말 마음이 먹먹하다”며 “우리가 마음을 모았으니 하나에 묶여 정권심판의 고지를 향해서 힘차게 달려가자”고 외쳤다.

이어 “문재인 정권 심판받을 수밖에 없는 길로 왔고 그런 길로 가고 있다. 지난 3년동안 총체적 국정 파탄이었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정을 감당할 능력도 없고 양심도 없고 도덕관념도 없는 그런 부도덕하고 무능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이번 통합이 정권심판의 불을 댕겨 놓았다. 필승할 수 있다. 압승할 수 있다. 이 정권 이길 수 있다. 우리 모두 통합의 기세를 모아서 문재인 정권 반드시 심판하자”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연설 중간에 통합당을 명명할 때 한국당의 비례대표 전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사실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보기 어려운 인적 구성이 있긴 있다. 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이 주도해서 출범했고 이들만 합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없는 도로 새누리당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원외 친이계(이명박 전 대통령) 세력 △보수 시민사회단체 △과거 안철수계 인사들(김근식 경남대 교수/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김영환 전 의원/장성철 전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위원장) △3개 청년 정당(브랜드뉴파티/같이오름/젊은보수) 등이 합류했다. 

통합당 의석수는 △한국당 105명 △새보수당 7명 △전진당 1명 △미래한국당 5명(비례대표 전문 위성정당) 등 도합 118석이다.

출범식을 생중계한 노컷브이 유튜브 채널에 윤모씨가 “짬뽕당인가”라고 댓글을 달았을 정도로 다양한 인적 구성을 긁어모았기 때문에 단순히 도로 새누리당으로만 보기 어렵다.

물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 등 골수 친박(박 전 대통령) 세력이 새누리당 때와는 달리 외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인 측면이 있다. 이들이 총선 지역구 곳곳에서 후보를 낸다면 보수표를 야금야금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출범식 현장. (사진=박효영 기자)
수많은 인파가 몰린 출범식 현장. (사진=박효영 기자)

일단 통합 주체들은 이 정도의 통합을 완수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역사적인 과업을 달성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며 “정당 통합을 넘어서 이제는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하는 우리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담은 것이 미래통합당”이라고 자평했다.

사실 유승민 의원(전 새보수당)과 황 대표는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자기 세력을 확보할 공천권을 놓고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통합 비관 전망이 꽤 높았다. 하지만 유 의원이 역설적으로 황 대표 위주의 통합당으로 총선을 치러봤자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그로인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통합이 성사됐다고 판단된다.

물론 황 대표는 “통합의 과정에서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며 “그것은 내려놓음이었다. 그 내려놓음이 없었다면 오늘은 불가능했다. 서로서로 한 발 한 발 양보해서 큰 통합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당 지도부는 사실상 한국당 지도부 체제가 그대로 재현된 만큼 별로 내려놓은 것이 없다. 이를테면 △황교안 대표 △한국당 최고위원 7명(심재철 원내대표·김재원 정책위의장·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을 기본 체제로 두고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전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영환 전 의원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등 4명이 합류한 것에 불과하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이 그대로 통합당에서도 이어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추가 인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의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김형오 위원장)도 그대로 넘어왔다.

한편, 통합당은 여러 당의 상징들을 결정했는데 △당색은 연한 핑크색으로 정했고 △상징 표어는 “하나된 자유대한민국의 힘”이고 △로고는 자유대한민국의 DNA를 국민 가슴에 모은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정강정책은 △법치와 공정사회 △선진화된 삶의 질 △북핵 위협 억지와 안보우선 복합 외교 △교육 패러다임 전환 및 교육 백년대계 확립 △민간과 미래기술 주도의 경제발전 등 5개 분야로 구체화 될 예정이다 

국회 밖에서 보수통합을 위해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및 신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통합당은 기존 보수 정당이 고령화되고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 하고 함께 하지 못 했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공감 정당, 책임 정당, 품격 정당, 현장 정당, 미래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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