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권 586세대 비판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담론 못 내놔
새로운 상상력의 주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기득권을 갖고 있는 세력은 절대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다. 한국 정치에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의 미래를 위해 길을 터준 경우는 거의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17일 저녁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위스테이 라이브홀에서 열린 <청년 정치그룹 2020 총선 핵심의제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기성세대는) 절대 (미래세대를 위해) 길을 안 열어준다”며 “기득권이, 권력이 스스로 물러갈 때가 없다. 구체제가 스스로? 그건 후세대가 다 치고 와서 해가 뜨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민 대표는 586세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성민 대표는 586세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행사는 청년정치 그룹이 ‘정치의제포럼(포럼)’을 결성하고 △연금 △일자리 △주거 등 의제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해보겠다고 선언한 자리였다. 

포럼을 이끌고 있는 정현호 내일을위한오늘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세상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의제를 찾아서 선도적으로 얘기해주는 것도 앞으로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한국에 있는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 중에 오늘 3개를 설정했지만 앞으로 기후변화도 얘기하고 5월에 있을 포럼에는 다양한 주제들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미래세대라는 테마로 확장하다 보면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 끝나고 5월에 청년들이 우파부터 좌파까지 보수진보 청년들이 다 모여서 의제를 설정하고 그 의제를 어떻게 세상에 발산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정치의 계절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대한민국의 주류가 교체되는 주역들이 돼줬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청년 정치세력에 대한 좋은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일지 모르지만 박 대표가 보기에 대한민국의 문제는 좌우 진영이나 계층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게 과거와 미래의 문제라고 본다”며 “좌파든 우파든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대책없기는 다 똑같다. 둘 다 무능하고 둘 다 부패했다”고 상정했다.

이어 “심각한 것은 너무 과거지향적”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이)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 검찰개혁이 중요해서 의제가 된 게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 있는 주류 586세대(1980년대 운동권 활동을 한 60년대생)가 그것 외에는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중요해진 것”이라고 논지를 전개했다.

이를테면 박 대표는 “사람은 아는 걸 얘기하게 돼 있다. 최고위원회나 의총을 하면 아는 것만 얘기한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50명 가량 정당에 있었으면 인공지능이 의제가 됐을 것”이라며 “왜 586이 주도하는 정치권이 맨날 옛날 얘기만 하느냐? 아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걸 얘기하는 거다.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이 중심이 됐느냐. 다른 것은 할줄 아는 게 없고 오로지 정치만 했기 때문에 그 자리까지 간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표는 “586이 해놨던 것이 있긴 있는데 과거 언젠가 그들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고 대한민국에서 순기능을 할 때도 있었다. 기억도 잘 안 나지만”이라며 “어느 순간 그게 역기능이 되고 기득권이고 과거고 낡음이고 분열이고 이렇게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586세대는) 사회를 향한 통찰과 성찰도 없는데 현찰만 쫓게 됐다. 그걸 다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좌우파가 다 똑같다. 엘리트와 기득권의 문제니까. 그니까 이걸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분들이 나와서 밀어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의 청년 정치는 항상 현재보다는 미래 권력으로 소환된다.

포럼에 참여그룹으로 함께 하게 된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청년 정치를 말할 때) 가장 신경쓰였던 단어는 미래였다. 왜 항상 사람들은 미래에 주목할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며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에서 미래라고 불려진다. 그런데 (프랑스·캐나다·핀란드 등 30~40대 젊은 정치지도자들 모두) 다 현재 권력이다. 언제까지 계속 미래 미래 할 것인가. 나는 자꾸 우리가 미래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현재라는 생각을 갖고 정치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래는 우리(청년 정치세력)가 아니고 지금 11살인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괜찮은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교황이 과거 교황의 잘못을 잡아주기를 바라듯이 이원재 대표가 말했듯이 미래세대란 건 없다. 다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게 아니다. 해가 뜨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난다. 겨울이 물러가서 봄이 오는 게 아니다. 봄이 오기 때문에 겨울이 물러가는 것이지”라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참석자들이 자신들만의 청년정치 의제를 스마트폰 코드를 통해 보냈고 빔 프로젝터를 통해 모니터에 띄워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금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새로운 정치세대가 부상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그야말로 적기다.

박 대표는 “지금은 이런 시대인 것 같다”며 △부의 집중 △모든 권력의 장악 불가 등이 특징인 시대적 흐름이 예측불가능성을 만들고 있다고 풀어냈다. 

즉 “옛날에는 경제적 자유가 극대화되면 부가 집중되는데 전세계적으로 지난 30년간 세계화와 기술 혁신이 초래한 부의 집중이 엄청나다. 제프 베조스(아마존의 CEO)가 100조원 이상(1178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 그렇게 다 집중된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그렇게 부가 집중된다. 그러나 다른 권력은 모두 분산된다. 과거에는 지배계층이 모든 것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박 대표는 “전통 사회에서는 왕이든 귀족이든 그 사람들이 미디어도 장악하고 정치도 장악하고 사법도 장악하고 이렇게 해왔다. 이제는 그런 거 없어졌다. 이제 그런 세상이 아니”라며 “누구도 이 나라의 권력을 다 장악할 수 없다. 왜냐면 부는 집중됐는데 정치적 자유가 극대화되고 권력은 분산됐다.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스마트폰을 한 대씩 갖고 있고 드론으로 테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광장으로 나온다. 이건 과거에 없던 일”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민주주의도 시장도 학교도 종교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어제 봤던 세상은 없어졌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고민들이 나올 거고 인간이 맞을 새로운 문제들이 많을텐데 그러면 그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의제를 들고 나와서 삶은 이렇게 달라질 거고 이게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환기했다.

예컨대 박 대표는 “학교라는 플랫폼이 없어지고 새로운 학교 환경이 온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지 벌써 10년이 됐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3분의 2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는 얘기가 나온 게 2011년이고 그걸 다보스 포럼에서 얘기했던 게 몇 년 전”이라며 “(기성 정치권에서) 그런 것에 관심 있었다면 그 얘기를 진작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성세대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의제들을 꺼낼 수가 없고 다 아는 얘기들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뭔가 미래세대가 확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와서 상상도 못 한 것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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