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정당 신세인 바른미래당
나머지 의원들도 얼마든지 탈당 가능
손학규 고난의 바른미래당 당권
절대 사퇴 안 된다는 욕심 
끝없는 도전을 방어하다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 초 바른미래당이 출범할 때부터 민주평화당 또는 나홀로 활동 비례대표 의원들의 제명 요구는 있어왔지만 계속 묵살됐었다. 그때는 바른미래당으로 뭔가 해보려는 당권이 정상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학규 대표 외에 현역 의원 누구도 바른미래당으로 뭔가 해볼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기묘한 상황이 제명을 가능하게 했다.

손학규 대표는 끝내 초라한 정치 은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대표는 끝내 초라한 정치 은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12명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비례대표 의원 9명을 셀프 제명했다. 

이로써 9명 중 5명(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은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과 함께 신당 창당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의원들 중 △김중로 의원은 미래통합당으로 가겠다고 예고했고 △이상돈 의원은 무소속 독자 행보일 것이고 △임재훈·최도자 의원은 진로 고민을 하다가 안 위원장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법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지만 당에서 제명되면 의원직이 유지된다. 9명은 의총 직후 국회 의사국에 당적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12명이 모여 셀프 제명을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교섭단체 정원 20명을 턱걸이로 유지하다가 최근 지역구 의원 3명(이찬열·김성식·김관영)이 탈당했고 이날 9명이 빠져나갔으니 8명이 됐다. 나머지 지역구 의원 4명(김동철·박주선·주승용·권은희)도 곧 탈당한다. 

원내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이동섭 의원에 따르면 이날 제명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 4명(박선숙·박주현·장정숙·채이배)은 연락이 닿지 않아 의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채이배 의원은 손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항의하기 위해 당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고, 나머지 3명은 원래 바른미래당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바른미래당은 원외 정당이나 다름없게 됐다. 특히 최도자 의원은 막판까지 당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서 손 대표의 곁을 지켰음에도 결국 탈당을 결단했다. 그 정도로 바른미래당은 더 이상 객관적으로 가망이 없다

마지막 4명도 이번 방법처럼 정당법 33조(소속 의원 과반 동의로 의원 제명 절차 가능)를 활용해 셀프 제명을 하면 언제든지 바른미래당을 벗어날 수 있다. 그야말로 원외 정당 신세는 시간 문제다. 

황한웅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절차상 셀프 제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서면 질의서를 보냈는데 선관위가 유권 해석을 내린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셀프 제명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①정당법 33조는 소속 의원 과반 이상 여론에 따른 최소한의 제명 조건 
②통상 정당의 당헌당규상 의원들을 제명하는 절차(윤리위원회 의결 이후 의총에서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는 최대한의 제명 조건  

①②은 절차적 요식 행위이고 결국 현실 정치적으로 당내 역학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얼마든지 ①만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해왔다. ②이 작용해서 비례대표 의원을 인질처럼 잡아둘 때는 항상 당권과 다수 의원들이 한 팀이 되어 해당 의원과 입장이 아예 다른 갈등관계일 때였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불출마 선언을 한 소속 의원들을 ①만으로 제명시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미래한국당)으로 이적시킨 적도 있었다. 

손 대표는 당권 사퇴 거부를 하다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결론적으로 바른미래당은 초라하고 처참하게 끝났다. 마침 손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지 실패는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권을 잡았지만 두 대주주인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가 이선으로 후퇴한 듯 하면서도 노선·당권 투쟁의 소용돌이를 벌이는 바람에 내내 허수아비였다. 2018년 연말 단식을 감행해서 선거제도 개혁에 기여한 것 외에는 딱히 드러나는 성과도 없다.

2019년 4.3 재보궐 선거에서의 창원성산 출마 강행(이재환 전 후보)으로 인한 외적 갈등은 하나의 명분에 불과했지 본질은 당권 투쟁이었다. 그때부터 손 대표는 아래와 같은 일들을 겪었다. 

Ⓐ유승민계의 도전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협공(변화와혁신을위한 비상행동) 
Ⓒ유승민계의 집단 탈당 
Ⓓ안 위원장의 복귀와 탈당 
Ⓔ최측근 당권파의 최후 조언과 숙청 사태 
Ⓕ의원 탈당 러시 
Ⓖ‘호남 3당 통합’ 선언했다가 입장 변경 
Ⓗ의원 전원 탈당  

손 대표는 Ⓔ에 이르러서 심리적 압박감과 고립감으로 정상적인 정치적 판단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측근 당권파인 임재훈 전 사무총장, 이행자 전 사무부총장, 장진영 전 당대표 비서실장 등은 끝까지 손 대표의 편에 섰지만 최후의 고언을 했다가 내쳐졌다. 그들은 Ⓕ로 인해 교섭단체 지위가 상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가 손 대표로부터 쌍욕([단독]손학규, ‘당무거부’ 당직자들에 “개XX들” 욕설·고성)을 먹고 숙청당했던 것이다. 

공중분해된 바른미래당에서 손 대표가 어떤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후에도 손 대표는 당권을 꽉 쥔채 미래 청년세대와의 결합을 비롯 Ⓖ로 돌파구를 던졌지만 자기 스스로 돌연 입장을 바꿔버렸다. 상식적으로 박주선 의원은 손 대표의 동의 하에 바른미래당 대표자로 호남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대안신당 및 민주평화당과 협상을 했다. 그 결과 합의문을 도출했고 7항에 따르면 분명 미래 청년세대와의 통합 추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호남 세력들의 재결합만 있는 것은 구태라면서 합의문 추인을 거부했다. 그래서 Ⓗ까지 초래됐다. 본인이 유일하게 정치적 명분으로 내세운 7항이 들어갔음에도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은 결국 3·4항에 따라 2월까지만 통합당의 대표직을 맡고 이후에는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호남 통합의 무산 가능성과는 별개로 호남 의원들의 공동 교섭단체(민주통합 의원모임)는 전날(17일) 구성됐다. 호남 의원 21명은 선거구 획정 사안을 결정해야 할 시기에 호남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주 목적은 선거구 획정이지만 호남계 연대 전선을 형성해서 손 대표 패싱 호남 통합을 모색할지 아니면 손 대표를 압박해서 추인을 쟁취할지 두 가지의 간접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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