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와 전국 선거 지휘
균형이 중요
정세균 VS 오세훈 사례
이낙연과 황교안 둘 다 전국 선거 지휘할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로 지역구 공천 면접에 참석해서 다른 후보자 7명과 동등하게 절차에 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종로 선택이 정치적이었던 만큼 지역구를 돌 게 아니라 전국 선거 유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에 임했다. 가나다 순이기 때문에 황 대표는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앉았다. 이름만이 아니라 황 대표는 가장 늦게 종로 출마 신청서를 냈다. 

종로는 청와대와 광화문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고 유동 인구도 무지 많지만 등록 주민 인구는 갈수록 줄어 현재 15만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갑과 을로 나뉘어져 었다가 통합됐다. 이번 총선은 통합 이후 첫 선거다.

황교안 대표는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면접에 응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여기 모든 사람을 후보로 통일해 부르겠다”고 밝혔고 황 대표를 황교안 후보로 불렀다. 

황 대표는 1분 정견 발표를 통해 “종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전선”이라며 “청와대 턱밑에 종로가 있다. 반드시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를 갖고 종로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면접을 마치고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공관위원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있었고, 종로에 출마한 이유, 종로에서 이길 전략 등을 성실히 답변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장고 끝에 종로 출마 선언을 한지 2주가 지났는데(2월7일) 보수통합에 몰두한 것 외에는 너무 지역 유세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최고위원은 황 대표에게 전국 선거 지휘를 주문했다. (캡처사진=MBC)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방송된 MBC 유튜브 채널 <정치人싸>에서 “황 대표가 어쩌다 보니까 동네 전투를 하게 됐다. 원래 본인은 생각이 없었겠지만”이라며 “알렉산더라는 영화에 보면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창병들이 창을 겨누고 가는데 거기는 아무리 싸워도 결판이 안 난다. 그래서 알렉산더가 기병대를 이끌고 전장을 오른쪽으로 빠져나간다. 그랬더니 페르시아(적군) 기병들이 다 따라붙었고 (마케도니아 군대가) 거기서 승리했고 다른 데도 다 승리했다”고 풀어냈다.

이어 “황 대표도 종로에 국지전 벌이는 수성전이나 공성전 한다고 생각하면 큰 일 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국민의당)를 2016년에 만나서 놀랐던 것이 뭐냐면 나와 안 대표, 故 노회찬 대표(2016년 1월 창원성산으로 지역구를 옮겼고 그전까지 노원병에서 출마 준비) 셋이서 나름 인지도 있는 사람들이 붙었기 때문에 지역구가 걱정될 것 같기도 한데 나를 버려두고 전국을 다녔다”며 “나중에 선거 끝나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나는 안 대표와 붙었는데 나랑 같이 찍힌 사진이 없다. 이게 진짜 무서운 것이더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 당시 안 대표는 제3당의 대표로서 언론 보도 지분 3분의 1을 가지고서 고지전을 펼친 것”이라며 “황 대표는 똑같은 전술을 펼쳐야 될 것이지 지금 오뎅먹고 악수할 때가 아니”라고 충고했다. 

다시 하 번 이 최고위원은 “무조건 전격적으로 나가서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할 상황”이라며 “그 와중에 유승민 대표(전 새로운보수당)에게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왜냐면 본인은 양면 전술을 치러야 되는 게 본인의 당선 여부도 중요하지만 당이 이겨야 본인이 낙선되도 사는 것이고 당이 지면 본인의 당락 여부와 무관하게 죽는다”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통합당은 한국당 시절 ‘한강벨트’ 전략에 따라 당 소속 대권 주자급 인물들을 서울에 집결시켜서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천명한 바 있는데 황 대표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통합당에 나라를 생각하고 당을 생각하는 중진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번(20대 총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세균 국무총리와 붙었을 때 정 총리는 지역에 열심히 다니고 오 시장은 여론조사 이만큼 차이났기 때문에 전국 유세를 다녔다. 결과 까보니까 졌다”면서 반론을 펼쳤다.

(캡처사진=MBC)
김태현 변호사는 결국 황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 모두 전국선거와 자기선거를 다 신경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캡처사진=MBC)

하지만 듣고 있던 김태현 변호사는 “선거 운동을 할 때 지상전과 고공전이 있고 그 두 개를 잘 조합해야 하는데 그때 정 총리는 지상전에 집중한 것인데 당시 당 상황은 정 총리가 주인은 아니었다”며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주인이었지 정 총리는 지역구에서 지상전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고공전을 할 필요도 없고 당에서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 시장이 거기에 완전히 말린 것”이라며 “이번에 이낙연 전 총리도 지상전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해찬 대표(민주당)만으로는 조금 뭔가 께림칙하다. 이 전 총리가 굉장히 안정감 있어서 중도층한테 어필하는 게 있다. 중도층이나 내 주변 보수층도 어떻게 생각하냐면 문재인 정부가 잘못가는 것을 잡아주고 균형을 맞춰준다는 인식이 있다. 조금 왼쪽으로 강하게 달려도 어떤 어른처럼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민주당 입장에서 전국 선거에서 고공전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황 대표와 이 전 총리 모두 공중전과 지상전을 다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 최고위원도 “서로 깃발들고 기병대와 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호응했다.

이런 주문들이 나오는 것은 결국 황 대표가 너무 지역구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론조사를 돌려봐도 이 전 총리에 비해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황 대표는 궁극적으로 야권 대표 주자라서 이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통합당의 승리와 개인 선거의 승리 둘 다 모색할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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