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과 고민정
탄핵론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불경기와 조국 사태를 겪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1야당 원내대표가 공공연히 현직 대통령 탄핵을 말했다. 발끈한 전직 청와대 대변인 출신 정치인은 “경고한다”면서 그러다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사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탄핵론은 오버리즘이 맞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이든 아직 탄핵을 거론할 만큼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는 태블릿PC 급 스모킹건이 나온다면 통합당이 나서기 전에 10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일 것이다.

박효영 기자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과 같은 증거가 나왔거나 또는 민정수석이 특정인의 비위를 감찰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말을 쏟아냈을까? 내가 보기엔 탄핵 플러스 알파다. 온갖 극언을 서슴치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거다. 심 원내대표가 이 시점에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정미경 최고위원이 공개 회의에서 검찰의 공소장을 다 읽어봤다면서 “특검가고 탄핵하기 전에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을 해도 여론전에서 그다지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뜬금없는 카드를 꺼내서 머쓱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2018년 한반도 평화무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 가까이 나올 때 탄핵을 거론했다면 대다수 국민들과 언론들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을 것이다. 실제 국민 눈치 모르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위장평화쇼를 운운했고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폭망했다.

지금 조국 사태 이후 통합당이 온갖 저주의 언어를 쏟아내고 탄핵을 외쳐도 “저 사람들 제정신인가?” 이런 반응까지는 안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의 습관적인 극언이 뻘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되돌아봐야 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80%대 지지율은 최저임금 두 자릿 수 인상 이슈와 맞물려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경제폭망론으로 절반이 날아갔다. 원래 문재인 정부가 싫었던 보수 언론과 그때 당시의 한국당 및 바른미래당 등은 뭘 해도 경제폭망론을 주장했을 것이다. 키는 누가 쥐고 있었는가? 600만 자영업자와 취업이 잘 안 돼서 고통받는 청년들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진짜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었으니까 보수 세력의 폭망론을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남북관계가 잘 풀린 것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찍부터 부족한 경제민주화 조치나 미흡한 복지정책을 손보고 밀어붙였어야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 등이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하려고 했던 경제민주화 6대 법안을 2018년 초부터 치밀하게 추진하고 관철시켰다면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독박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타이밍을 놓쳤고 뒤늦게 민생 법안들을 통과시켰더라도 효과가 잘 부각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무드의 약발은 이미 사라졌고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온 불경기의 분위기는 아무리 문 대통령이 경제 올인을 해도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조국 사태를 넘어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감찰 무마 등 청와대의 도덕성에도 스크래치가 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절대 멈출 생각이 없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막아보려고 뭔가 권한을 행사하면 그것 자체가 또 국민들에게 떳떳하지 못 한 것처럼 비춰진다.

원래 통합당은 항상 내일이 없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왔다. 민주당은 그들의 언행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고 철저히 준비하고 잘 했었다면 심 원내대표가 진작 욕을 먹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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