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공천제와 정당 민주주의
정당은 인재 육성이 더 중요
의정부 지역구
동네 서점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
보수통합과 도로 새누리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정당이 선거를 통해 주권자의 뜻을 대리한다. 그런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장 당대표의 가장 큰 권한인 공천권을 어떻게 나누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총선 경기도 의정부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김재연 민중당 후보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진보정당이라고 하면 당대표 1인에게 공천권이 집중돼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다수의 당비를 내는 당원들에게 공직 후보자 선출의 기회를 줬고 그게 정치개혁의 훌륭한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며 “(민중당의 민중공천제는) 이것을 뛰어 넘어서 이제는 민중이라고 표현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드리자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노동자, 청년, 농민 등이 민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성 정치에서 조명받지 못 하고 소외됐던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줄 수 있는 21대 국회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그들 스스로가 비례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후보는 민중공천제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중당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 후보들의 명부 순번을 민중공천제를 통해 결정한다. 김 후보에 따르면 과거 진보정당들은 비당원, 당원, 당권자 간에 격차가 컸다. 민중공천제는 소수 당권자에서 비당원까지 당의 공천권이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후보는 “다른 기성정당들은 1000원 2000원만 내면 당원이 된다. 자신이 당원인지도 모르는 수많은 당원들이 존재한다”며 그와 달리 “(진보정당) 당원들은 뭔가 교육을 받아야 하고 돈도 1만원 정도 내야 하고 그것도 꼬박꼬박 내야 투표권이 주어진다. 3개월 이상 미납되면 투표권이 없어지고 그런다. 그래서 당권자, 일반 당원, 비당원의 격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민중당은 정당이 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이제 막 당에 대해 알아가는 분들이 많고 그런 분들이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당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며 “예를 들면 자신은 건설노동자인데 진보정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나의 고용 불안 문제가 해결된다. 우리 건설노동자 비례대표 후보가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데에 가족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김 후보는 “가족들을 당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치 문턱을 낮추고 나아가서 민중당의 노선과 생각에 대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내부 인재육성이 아닌 외부 인재영입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둘 다 잘 해야 하고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김 후보는 “어렸을 때부터 진보정당 생활을 해왔고 정치의 꿈을 키워온 사람이라서 1번은 정당 안에서 정당의 교육 시스템과 자기 힘으로 사람을 키워서 만드는 것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은 그것을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그 균형이 잘 맞지 않다 보면 정당을 강화하는 내부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그런 경험들도 있었다”고 환기했다. 

김 후보가 역설했던 것처럼 민중당은 작년 상반기부터 ‘돌진 국회로’라는 정치신인 발굴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내부 청년 정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청년 정치인 8명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로 출마하게 된다.
 
김 후보는 “나 역시도 29살에 강남에서 처음으로 출마(2008년 18대 총선 서울 강남을)를 했었다. 그때 당시에 20살 나의 선거운동원들이었던 분들이 이번에 돌진 국회로를 통해서 대거 출마했다”며 “그때 새내기 당원들이었다. 처음 입당하고 청년 국회의원을 만들어보자고 정책도 만들고 유세도 했던 20살 21살 친구들”이라고 전했다.

그때 청년 정치인들은 지역구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고 유세하고 의제를 발굴해보는 일종의 훈련을 한 것이다. 

김 후보는 “그런 훈련이 되어야 설령 비례대표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며 “물론 거대 정당에서는 의원 숫자가 많기 때문에 여러 역할들을 나눠서 의원 한 명이 10분의 1 만큼의 역할만 하면 되지만 작은 정당은 의원 한 명이 2분의 1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주 좁은 전문성으로만 의원직을 시작하게 되면 그 이외의 것을 담을 수 없다”며 “나는 19대 국회 청년 국회의원이었지만 청년 이야기만 할 수 없었다. 전국의 수많은 노동 현안을 발로 뛰어서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고 그런 한계들을 외부 영입 인사가 다 담당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총선에서 당선될 자신이 있다고 밝힌 김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김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두 번의 지역구 낙선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있다.

김 후보는 “(의정부가) 보수색이 강하다고 하기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6선을 했다”며 “지난 4년 동안 차곡차곡 준비를 했고 촛불 항쟁 이후에 치르는 첫 총선인데다가 지역 유권자들의 인구 변화도 상당히 있었다. 신도시가 조성됐고 외부에서 많이 오셔서 지역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전에 의정부 어디를 나가도 삭발하고 단식했던 그 얘기를 했었다면 지금은 지난 5년 동안 지역에서 발로 뛰며 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과거에는 (지역 주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현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 후보는 “경기도에서 김재연·김미희(성남 중원) 전직 국회의원들의 재선은 민중당 경기도당의 전략적 과제”라며 “지금 (경기 북부에서는) 지역구 11명이 등록했는데 재선을 도전하는 것은 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의원직을 강제로 박탈한 것에 대해 지위확인 소송을 4년 넘게 하고 있는데 “재판은 아직 계류 중이다. 명예회복이라는 것이 재판을 통한 명예회복도 돼야 겠지만 유권자들에게 다시 선택받는 게 가장 확실한 명예회복”이라고 역설했다. 

의원직 상실 이후 김 후보는 의정부에서 동네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3년 조금 넘었다. 

김 후보는 “동네 서점은 협동조합으로 주민들과 함께 운영을 하고 있었다가 최근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마을기업 동네서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며 “주민들이 동네 문화사랑방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 모임들이 다양하게 있고 시쓰기 모임도 있다.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그런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많다. 나와 관련 있는 정치 사회과학 책들만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은 편견”이라고 묘사했다. 

이밖에도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 △보수통합 등에 대해서 비평을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52시간제 시행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 등 노동 정책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가 후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후보는 “촛불의 명령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보수 경제언론들이라든지 재벌 기업들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이런 경제 정책으로는 안 된다는 협박에 너무 빨리 백기를 들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촛불의 명령은 단순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촛불처럼 가냘픈 힘일지라도 그 힘을 모아서 사회 개혁과 변화를 함께 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들의 자발성과 의지를 믿고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표를 찍은 것이 아니라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개혁의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이나 혼란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의지가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김 후보는 “(촛불 이전에 2015년 민중총궐기 때부터 시작된 농업 및 노동 개혁의 에너지를) 문재인 정부가 지지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런 재벌 대기업들과 보수 경제지의 협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출범한 보수통합 미래통합당에 대해 김 후보는 “국민들이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얘기한다”며 “(개혁보수를 하겠다던 유승민 의원 세력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들어갔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황교안 대표와 구 자유한국당이 가던 길은 살아남는 길이 아니라 총선 이후 사장될 길”이라고 혹평했다.

돌이켜보면 국정농단 직후 2016년 12월 새누리당을 대거 탈당한 비박계(박근혜 전 대통령)는 전부 아무 변화도 없는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김 후보는 “호기롭게 살려고 뛰쳐나갔는데 다시 살려고 들어갔다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며 “지금 보수를 표방하는 분들은 보수라기 보다는 비상식, 불공정, 비리, 적폐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근데 그 적폐를 그대로 갖고 가겠다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나온 사람들이 다시 함께 하겠다고 들어가는 것은 지옥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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