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에서 개혁보수 가능?
청년들이 쓴소리 해야
개혁보수는 보수 전체가 가야 할 길
우경화 된 황교안 체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보수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게 된 청년 보수들을 무수히 탄생시켰다. 그런 청년 보수들에게 보수통합은 아픈 손가락이다. 많은 사람들이 통합당 출범으로 개혁보수의 실험은 끝났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우종혁 전 새로운보수당 대학생위원장은 아직 통합당 내부에서 개혁보수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주변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보수통합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절대 혁신적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합 추진 세력들이) 내부에서 혁신을 하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우종혁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내부에서의 개혁보수 실험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종혁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내부에서의 개혁보수 실험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전 위원장과 같은 청년 보수는 기본적으로 ‘통합’보다는 ‘자강’을 외쳐왔다.

우 전 위원장은 “사실 대부분의 청년들과 나만 하더라도 자강이 되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22살(1999년생)인데 청소년일 때 바른정당에 처음 입당했다. 걸어왔던 길 자체는 되게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때부터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지금 풀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보수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봤는데 사실 그런 과정이 제대로 수반되지 않은 채 통합이 됐기 때문에 모두가 안타까워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오전 유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 추진을 선언한 직후 새보수당 원외위원장 긴급 비공개 모임이 열렸고, 12일 저녁에는 새보수당 당대표단과 청년 당원 간담회가 열렸다.

우 전 위원장은 “이준석 최고위원(통합당)이 통합의 정신이 하나도 혁신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걸 당원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간담회 자리는 통합 추진 세력의) 어떤 결기를 다지는 계기였다. 지금 현실적으로 통합당에 합류하게 됐지만 그 내부에서 개혁보수를 싹 틔우자는 결기를 다지는 자리였다”며 “물론 실망하고 떠난 분들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개혁보수만 바라보고 왔던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설득하고 정말 보란듯이 잘 해내야 하는 게 통합당에 간 정치인들의 역할이고 그런 마음을 교류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새보수당은 사상 최초로 청년 당대표직을 만들어서 운용한 바 있다. 김용태‧이효원 전 청년 당대표는 공개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물이다. 

이들도 통합을 바라보는 아쉬움이 있을텐데 우 전 위원장은 “그 두 분도 정말 많이 안타까워 한다. 내가 그분들의 마음을 차마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청년 당대표 두 분은 이 당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 두분으로 대변되는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만 하더라도 지금 이 당에 베팅했다고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 당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거대 양당이 아닌 이곳에서) 스펙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투자를 해보는 건데 투자를 결심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통합이 되어 안타까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통합을 한 이상 그 당에서 개혁보수를 하는 사람들끼리 부딪쳐봐야 한다. 아마 청년 당대표 두 분도 끝까지 통합당에서 싸워서 이겨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있는 그대로 보면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당은 계속 우향우로 가고 있다. 

황 대표는 2019년 2월 당대표로 선출되자 마자 반문(문재인 대통령) 투쟁을 선언했고 △광화문 장외투쟁 △전광훈 목사와 가까워진 이미지 △각종 거친 언사 △동성애 반대 발언(5월17일)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6월19일) △대학생들 앞에서 아들의 능력 자랑 발언(6월20일) △삭발(9월16일) △난데없는 단식(11월20일) △한국은 일을 더 많이 해야 발언(12월6일) △국회 난입 선동(12월16일) 등 끝없이 우향우로 치닫는 시그널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우 전 위원장은 “기존의 한국당이 굉장히 우경화가 됐다”며 “그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이 내부에 없다. 통합당의 장점은 그 브레이크를 걸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창당 시기를 복기해봤을 때 우 전 위원장은 “유 의원이나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기존 새누리당에서 그런 역할을 했고 이런 분들이 모두 바른정당으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한국당에는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졌고 우경화됐다”며 “(통합당에서) 그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보수 정치의 정도를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다시 개혁보수가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새보수당 정치인들이 그런 걸 사명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고 “투철하게 그런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 전 위원장은 “통합당 지도부가 기존의 황 대표 체제와 추가로 임명된 최고위원 4명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황 대표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런 견제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며 “최소한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이라고 환기했다. 

이어 “황 대표가 추구하는 극우적인 것과 반공 기득권적인 보수를 잠재우고 이제 그런 것들을 그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가 청년”이라며 “(청년 보수들을 비롯) 합리적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배가 뒤집힐 것이고 어떤 변화 기류가 생길 것이다. 바람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바람이 생기려면 기존 질서에 푸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통합당에서 개혁보수의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 전 위원장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MUST로 꼭 해야 한다는 답을 하고 싶다”며 “개혁보수라는 브랜드 자체를 바른정당에서부터 유 의원이 가지고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눈덩이를 이제는 불려야 될 때가 됐다. 유 의원의 개인 브랜드를 넘어서 이제는 모든 보수가 지향하는 방향이고 눈덩이 불리듯이 불려나가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 전 위원장은 청년 보수의 역할을 부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겪고 그야말로 한국 보수는 최악의 침체기였다. 직전의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내리 3번의 선거에서 다 졌다.

우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와 보수 정치가 갖고 있던 역사적인 무게를 생각하면 보수 정치세력이 갖고 있는 고통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그런 고통의 시기를 극복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혁보수라는 지향점 그 기틀 위에 공정과 정의와 신뢰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피워내야 한다. 이게 미래통합당에 이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응하는 자세와 태도면에서 과거 한국당과 전혀 다르지 않다. 사실 보수통합 자체가 ‘반문 헤쳐모여’에서 동력을 얻었다. 무조건 반대와 강경론 뿐이다.

우 전 위원장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총선 승리 이후 탄핵 추진론에 대해) 탄핵을 낼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여러 문제점을 국민들께 이런 방법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보수가 돼야 한다. 무조건 탄핵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 끝내야 한다고 하는 보수는 품격없는 보수 정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전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1월31일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보수통합 기구) 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지금은 대통령한테 힘줘야 한다. 대통령과 주요 정당 대표들 영수회담을 하자. 새보수당은 코로나바이러스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이때는 화끈하게 밀어주겠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수준 높은 정치를 원한다. 우리가 정권 잡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정권 잡는다. 우리가 영원히 야당될 것처럼 정치하면 영원히 야당되는 거다. 그게 나는 새로운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 전 위원장은 “그게 개혁보수의 장점”이라며 “무조건 발목 야당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밀어줄 것은 밀어주고 화끈하게 정말 진영을 넘어서서 민생 법안 같은 것은 정말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공언했다. 

거듭해서 우 전 위원장은 “통합 전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하고 무조건 발목잡고 심지어 심 원내대표는 탄핵한다고 얘기했는데 이건 틀렸다”며 “이제는 틀렸다고 말해줄 청년 보수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의 대선 유세를 보고 정치에 관심갖게 된 청년 보수들의 존재는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이들이 만들 새로운 정당 시스템에 기대를 걸 수 있을까?

권성주 전 새보수당 대변인은 1월21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른정당 시절) 이른바 청년정치학교 같은 걸 운영을 상당히 잘 했다. 젊은 중도보수 세력을 많이 발굴을 했다. 이분들이랑 같이 지금의 한국당 분들과 하나의 세력을 만들어 내면 도로 그냥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바른정당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것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우 전 위원장도 “(새보수당 때의 청년 보수들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통합당에) 모였기 때문에 내부에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누구는 야합 아니냐? 반문연대로만 모인 것 아니냐? 이렇게 오히려 통합이 보수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며 “기존 새보수당과 바른정당에서 했던 시스템이 굉장히 혁신적이고 기존의 정당 체계와 많이 다르다. 이런 구조를 통합당에 이식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새보수당에 있었던 35개 의제별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우 전 위원장은 “35개 의제별 위원회가 출범했다는 것에 대해 세부적으로 보면 기존 보수 정당이 잘 다루지 않던 녹색성장, 인권, 아동, 노동자의 권리신장의 문제, 이주민 등을 다루고 있다”며 “새보수당이 좋았던 이유들 중에 하나가 한 사람이 한 가지 의제에 대해서 30명 이상의 당원 동의를 받아오면 상설위원회를 만들어준다. 어떤 의제에 대해 당원들이 직접 참여해서 토론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 전 위원장은 “새가 날 때 양날개로 난다. 그 날개 중에 보수라는 한 축이 망가졌고 그러다보니 다른 한 날개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빠른 시일 안에 양 날개를 회복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새 자체가 정말 다시 높이 날아야 한다”며 익숙한 비유를 꺼냈다.

이어 “주변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문재인 정부 너무 못 한다고 하지만 보수 세력에 대해 너네가 더 싫다고 한다. 한국당이 더 싫다고 하는 분들을 더 설득해야 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개혁보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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