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들은 라임의 피해자인가?
라임 사태의 본질 
은행이 직접 투자은행이 돼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DLF 사태(derivative linked fund/파생결합펀드)와 함께 라임 사태(라임자산운용)는 2019년 금융권의 신뢰 추락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라임 문제와 관련 은행들은 자산운용사의 잘못된 상품 설계로 인한 피해자라고 변명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몰랐다고 변명하는 은행들은 펀드 판매를 중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별 능력도 없는데 무슨 펀드를 판매하는가. 라임 뿐만 아니라 모든 펀드에 대해 판매를 중단해야 된다. 그게 위험한 것을 떠나서 자기들도 확신이 안 섰다면 처음부터 그 상품을 판매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내가 알기로는 대구은행이 변동성 있는 펀드는 판매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득의 대표는 라임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은행들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펀드 상품 자체를 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라임 피해액이 DLF의 8000억원대를 넘어선 2조원대(개인계좌 3600여개)에 이르고 있는데 대구은행은 사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서 피해액이 0원이다. 그러나 라임이 만든 펀드 상품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한 것에 불과했다던 우리은행을 비롯 신한금융투자(증권사) 등 많은 판매사들은 선취 수수료만 최대 3%를 먹었다. 라임 운용 수수료의 2배나 된다. 

김 대표는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내는 것은 안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은행은 “이자 수익이 맞다. 물론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 이자 차액)이 너무 커서 공격받고 돈놀이라는 비판을 받는데 원래 은행은 돈놀이하는 곳”이라며 “펀드 팔아서 비이자수익 수수료 챙겨먹고 카드 팔아서 수수료 챙기는 이런 구조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에 욕심을 낸다는 것은 예대 마진에서 수익이 적어서 그렇다는 뜻이 아닐까.

김 대표는 “예대 마진이 많이 나온다. 매년 당기순이익을 보면 역대 최고로 갱신된다. 그니까 은행 지주체제는 그런 거다. 하나은행, 국민은행은 은행 이익으로만 가면 된다. 비이자로 나오는 것은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다른 회사를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가져가고 금융 지주회사가 이익 추구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과 금융은 기본적으로 이자 장사다. 내가 받은 돈으로 대출을 하든가 투자를 하든가.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하지 은행에서 비이자수익 창출이라고 하는 걸로 가면 안 된다는 게 DLF와 라임이 주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업계(Hedge Fund/개인이 모집하는 사모펀드로 주로 100명 미만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투자신탁) 1위였던 라임은 작년까지 5조9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했을 만큼 잘 나갔다. 라임은 금융당국의 통제를 덜 받기 위해 전부 사모펀드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모펀드 올인 전략은 고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비상장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등 제약없이 상품 설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매우 불투명하고 위험성이 어마어마하다. 라임은 ‘모자 펀드’ 방식을 악용했다. 아들 펀드를 만들어 공모펀드 방식으로 안전하게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사모펀드 성격이 강한 엄마 펀드에 맘껏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이 ‘환매’라면 그게 언제든지 가능한 게 개방형이고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폐쇄형이다. 라임은 이 둘을 교묘하게 섞어서 유동성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 투자 대상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전환사채(CB)였다. 채권으로 샀다가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전환사채인데 주식값이 떨어지면 손해다. 라임은 손해가 난 모펀드의 전환사채를 또 다른 모펀드로 돌려막기해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안에서 썩고 있는 상태를 숨기기 바빴다. 

김 대표는 “라임 사태를 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인식을 못 하고 있는데 나는 금융사기가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며 “사실 DLF는 상품 자체에 대한 문제 보다는 설명을 불균형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사기다. 그런데 라임은 상품 자체가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계속 돌려막기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 미국 폰지 사기(1920년대 미국 금융가에서 돌려막기 금융사기를 해서 악명이 높은 찰스 폰지 사례)처럼 팔았다. 비유동성 자산인 것을 다 떠나서 단기간에 어떻게 5% 돌려막기를 하겠느냐?”라며 “구조적으로 그게 허용됐다. 라임만 사기를 쳤는가? 신한금투도 했다는 것이고 우리은행도 내부 문건을 나와있는 걸 보면 부실이란 걸 알고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판매사인 은행 등은) 결국 수수료 더 먹으려고 그랬다. 6개월짜리를 계속 돌려쓰면 6개월에 한 번씩 수수료를 받는다. 그니까 다들 탐욕을 부리고 공범이 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대표는 은행들이 투자은행처럼 기업에게 손해를 직접 감수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곧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거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빠져 있다. 그 두 가지가 없는 상황에서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 할까.

김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는 예방과 힘의 균형 차원”이라며 “라임 사태에서 대두될 게 뭐냐면 판매사의 책임이다. 현행법상 불완전판매가 아니면 판매사가 책임질 일은 없다. 무역금융펀드처럼 신한금투가 돌려막기를 알고 가담했다면 계약 무효가 될 수 있지만 계약 무효는 나오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니까 은행도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고 있다. 불완전판매나 계약 무효로 갈 것인지 봤을 때 나는 계약 무효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니 돈만 먹고 리스크 관리는 전혀 안 하고 있는 게 큰 잘못이다. 고객들은 누가 설계했는지 잘 모른다. 그 최종 판매하는 은행들을 믿고 투자한다. 라임이 했다고 하면 누가 사겠는가. 라임은 신뢰 안 한다. 판매사인 은행들을 믿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김 대표는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피해액을 물어주고 라임에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왜냐면 그렇게 해야 서로가 힘의 균형이 맞춰진다.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법적으로 가면. 근데 소비자가 하면 개별적 소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은행은 수수료 중심의 비이자수익이 아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김 대표는 “은행이 기업 대출이 아니라 차라리 투자은행처럼 기업에게 투자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해서 빠지든지 이런 식으로 가는 게 맞다”며 “모험 자본 육성이라고 했던 사모펀드의 역할을 차라리 은행이 직접 하라는 것”이라고 권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가 말하는 비이자수익은 이런 걸로 가야지 빅데이터를 운용해서 기업이 육성될 수 있다고 한다면 거기에 맞춰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 투자 방식이 은행의 수익 창출 모델로 가야 한다. 배당을 받든 전환사채로 전환하든 그렇게 하면 된다. 언제까지 비이자수익인 펀드 수수료를 받아서 잘 모르는 상품을 팔고 그러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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