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LCC업계 위기감 고조…임원사표‧임직원 급여 반납까지...
‘위기는 기회’…제주항공, 코로나19 여파에 150억원 낮춰 이스타항공 인수

제주항공여객기(위),이스타항공여객기(위) (사진=각 사)
제주항공여객기(위),이스타항공여객기(위) (사진=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확산으로 항공업계가 벼랑에 몰리고 있다. 노선 감축·운휴는 물론 한국인 입국 제한국가까지 늘어나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LCC (저가항공)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컸다. 자금사정이 비교적 좋지 않은 저가항공 업계는 노선 운휴, 임원 사표, 임금 반납 등 저마다 자구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마저도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침체되는 업계 분위기 속에 제주항공이 지난 2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국내 처음으로 항공사간 통합을 이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어든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향후 LCC업계 및 항공업계의 재편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탓 LCC업계 위기감 고조…임원사표‧임직원 급여 반납까지...

LCC(저가항공)업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임원 사퇴는 물론 임직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에어서울은 조규영 대표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 사직서를 내고 이번 달에는 대표와 임원, 부서장 모두 급여를 100% 반납하기로 했다. 특히 이달에는 단독 노선인 인천∼다카마쓰를 제외한 나머지 국제선의 운항을 2주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달 임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위기 극복과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의 25%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먼저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에어부산도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고, 진에어의 경우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3∼5월 내에 1개월 단위로 순환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LCC로서 항공업계 3위에 올라있는 제주항공은 다만 임직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당초 예고했던 무급 휴직 대신 임금의 70%를 보장하는 유급 휴직으로 변경해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자구책에도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6곳은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정부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LCC 사장단은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2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2월 셋째 주까지 전체 국제선 여객은 31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7%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76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지난 1월까지도 국제 여객수는 788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공항 방문객이 줄고 있다. (사진=중앙뉴스 DB)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공항 방문객이 줄고 있다. (사진=중앙뉴스 DB)

‘위기는 기회’…제주항공, 코로나19 여파에 150억원 낮춰 이스타항공 인수

제주항공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인수 계약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감안해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을 줄어든 545억원에 성사됐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천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작년 12월18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430억원은 지분 취득예정일자인 4월29일에 전액 납입 예정이다.

당초 양해각서를 맺을 당시 공시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양측 합의 하에 인수가액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당초 작년에 SPA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실사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며 SPA 체결을 두 차례 연기했다.

양사는 최근 항공시장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항공산업 위기 극복과 공동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임을 충분히 공감하며 최종인수가액과 방식, 절차 등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로 국내 처음으로 항공사간 통합이 이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항공업계의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편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사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기도 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시장 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사간의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또한 지금의 위기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어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관광, 호텔, 자영업 등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산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금융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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