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모델
기업 성공과 재분배
일자리 중심 아닌 기술 차용
대기업 키우기 규제 방식
산업 진입장벽 
당원들이 만드는 의제별위원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과 튼튼한 복지를 구축하는 것은 따로 놀지 않는다. 함께 가야 한다.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지난 2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당사 주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삶의 보장이란 것이 없이 규제개혁해서 기업들만 잘 나간다고 전체 사회가 번영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며 “규제개혁과 기본소득이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전환은 2월2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마친 신생 정당이다. 하지만 철학과 비전은 선명하고 실제 좋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섬세한 플랜도 갖고 있다.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과 규제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미국사회가 그런 식이다. 실리콘벨리의 테크 기업가들은 엄청난 부를 가져가고 그걸 다 쓸수도 없어서 기부하고 그러는데 사실 스웨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활동이 굉장히 자유롭다. 노동시장도 꽤 유연하다”며 “사람들이 실업에 대해서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사정에 따라 관둘 때는 그냥 관둔다. 대신 직업훈련이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강하다. 실업급여를 받고 이직을 한다. 북유럽식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재난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시대전환은 국민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기서 논의하고, 실험해보고, 평가해보고 반영해본 뒤 다시 설계해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 정책 실험부터 먼저 해야 한다. 공론화가 아직 덜 된 상태라면. 핀란드에서 몇 천명을 대상으로 해보는 것처럼. 그래야 과학적 설계가 가능하다”며 “전국민에게 실시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핀란드는 국가가 법제화해서 했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간다면 기본소득 관련 법안을 제출해서 정책 실험이 가능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지방소멸 위기 지역 그런 데에 거주하면 지급해본다든지 고용위기 지역 등 여러 대책을 내놓는데 그렇게 다양하게 해보고 2년 후에 결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에서 할 뻔 했다. 

이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의해서 2019년 초에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과 협의해서 안도 다 만들었다. 그때는 청년들에게 실험하는 것이었고 예산 90억원이면 됐었다. 그렇게 준비했었는데 안 했다”며 “정치적인 판단 때문인 것 같다. (한겨레21 등을 중심으로 민간 기본소득 실험 역시) 1명에게 3개월~6개월 주고 이런 것이라서 그것만으로 과학적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재차 “처음부터 국가적 실험으로 설계해야 결과가 정확하다”면서 민간에서의 초보적인 실험이나 전국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기본소득 개념의 각종 수당들을 통한 모니터링은 “너무 액수가 적고 종류는 너무 많다. 그렇게 해서는 잘 안 되고 이해관계만 너무 많이 생길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총괄해서 보는 국민기본소득위원회가 필요하고 그 위원회를 민간과 국회에서 같이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 그걸 총괄해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재정 마련 계획도 있다. 증세가 꼭 필요하겠지만 증세 논쟁으로 계속 미뤄질 수 있으니 현 재정 구조에서 조정만 해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소득세 비과세 감면 등 없애는 것 중심으로 세재 개편해서 40%를 만들고 30%는 기존의 복지정책을 통폐합해서 정리하고. 나머지는 지방 정부 중심으로 낭비되고 묶여 있는 것을 풀어보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증세없이 바로 30만원 기본소득(전국민 5187만명 기준으로 약 187조원)을 줄 수 있다. 그것만 해도 굉장히 큰 개혁이라 더 나아갈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겠지만 저희는 이것도 중차대한 과제다. 한 10년 멀리 보고 설계를 했다”고 역설했다.

기본소득으로 튼튼한 복지를 구축했다면 규제개혁으로 산업의 기득권 구조를 허물어야 한다. 자칫 보수진영이 염원하는 규제완화 프레임으로 오인될 수 있는데 시대전환은 그런 걸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규제개혁의 핵심은 노동이나 환경과 같은 곳이 아니”라며 “사업권의 기득권을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방향으로 가려면 튼튼한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 20~30년 전이라면 보편적 복지에 머무는데 지금 시대에 튼튼한 복지를 말하자면 기본소득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거듭해서 전제했다. 

이어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활동을 활성화한다고 할 때 그 핵심이 대기업일 수는 없다”며 “새로운 스타트업이 새롭게 진입하는 것을 많이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기존에 대기업들을 다루는 방식들은 이제 필요도 없고 효과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가장 유용한 방식은 연구개발이다. 국가 R&D에 중점을 둬서 그걸 기업이 가져다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1조원 투자하면 일자리가 몇 개나 나올까? 10조 투자하면? 고작 몇 백개다”며 “일자리가 아니고 다르파(미국 국방고등연구사업국 DARPA)처럼 거기서 아이폰 멀티터치 기술이나 시리(SIRI) 같은 음성인식기술이 다 거기서 나왔다. 기업들이 그걸 가져다 사업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기업들이 일자리 만드는 방식으로 다 안 간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일자리 중심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해서 기술 연구개발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도전과 보호장치는 같이 가야 한다. 

이 대표는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더 어렵다. 고용 창출효과 떨어지고 있고 더 어렵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창업을 많이 하게 하고 지금 창업지원금 받아서 잠깐 카페 열고 이런 창업이 아니라 있는 기술과 혁신성을 이용해서 지식기반 창업을 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들이 성공을 다 못 할 것이다. 다 실패할텐데 그들 중에 소수라도 성공을 크게 하면 과세를 많이 해서 복지 강화 및 기본소득 도입 재원으로 쓰고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 국가의 도움을 받아 재도전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규제의 원형은 뭘까.

이 대표는 “우리나라 규제가 굉장히 복잡하다. 1970년대 권위주의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대부분의 규제는 기존의 산업구조 유지를 위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라며 “기본적으로 보호주의로 시작했다. 자동차는 현대가 울산에서 전자는 LG가 창원에서 기아는 광주에서 포스코는 광양과 포항에서. 이렇게 기획해서 70년대에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꽂아넣었기 때문에 보호를 해줘야 했고 차관도 몰아서 주고 재벌체제도 인정했다”며 “그때 수많은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 식의 규제 모델은 아래로도 이어진다.

이 대표는 “재벌만 살면 어떡하나. 중소기업도 살려야지 하면서 중소기업 보호장치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기득권이 되는 거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업종별 과점체제가 되고 신규 진입자 못 들어오게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규제 방식은 이제 한계가 왔다.

이 대표는 “고성장일 때는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파이가 계속 커지니까 새로 생기는 분야에 가서 하면 된다. 그런데 저성장 시대가 왔다. 새로 생기는 게 없으니까 그 기득권을 깨트리지 않으면 새로 들어가는 창업인들이 들어갈 수 없다. 그게 폭발하는 지점이 판교의 기업가들인데. 그들만 관련된 것은 아니고 모든 사람들과 관련 있다. 물론 거기는 너무나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판교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규제개혁당’이 탄생했고 현재 창당준비위원회 절차를 밟고 있다. 시대전환은 규제개혁당과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그들의 보완재 역할을 위해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실 판교쪽은 다들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똑똑하고. 그러니까 목소리를 크게 내서 규제개혁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걸 좀 확대해서 보편화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또 기본소득과 연결해서 지켜보면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 계속 재정이 들어가는데 그 재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어디서 해야 하는데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재정이 만들어지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신 여기서 생기는 파이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서 과세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 도입하면 된다”고 반복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시대전환의 논의구조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가 없다. 의제별위원회들이 모여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 자기 의제를 가진 사람들이 일정한 당원들을 모아서 의제위원회를 구성한다”며 “그 사람들이 운영위원회에 들어오는데 보통 정당 같으면 최고위원회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제는 누구든 제안할 수 있다. 예컨대 1인 가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뭐 불만 많은 싱글세라든지 그런 것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위원회를 만들면 정책위원회 간사가 거기에 들어가서 다 들어보고 정책적으로 이걸 하면 좋겠다는 정리를 해준다”며 “그걸 당 차원에서 운영위원회에 가서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하면 그걸 미는 이런 식으로. 막 시작해서 아직 가시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구조는 이렇게 짜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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