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당대표의 의미
청년세대와의 결합
거대 양당 아닌 제3지대
안철수 없는 구 국민의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호남 3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어쩔 수 없이 합쳤다는 것과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 외에는 주목될 거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과거 국민의당 때와는 달리 안철수 대표(새로운 국민의당)도 없고 복잡한 이합집산 이후 선거 때문에 뭉쳤기 때문이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월25일 오후 서울 중구 모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호남 3당의 통합과 손학규 물러났다 여기에만 조명하고 기사를 썼는데 그 와중에 부각이 안 된 게 있다”며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김정화 신임 당대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1987년 체제 이후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들 중에서 40대 당대표는 처음이다. 그 전에 40대 당대표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故 김대중, 故 김영삼, 故 이철승(1976년 9월 신민당 당대표)까지 해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그랬지만”이라며 “그때 이후로 40대 여성이 당대표를 맡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한명숙, 추미애, 박근혜는 다 50대였다”고 정리했다.

정국진 연구위원은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국진 연구위원은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오래 활동했다가 최근 탈당하고 청년 정당 ‘브랜드 뉴파티’에 합류했었다. 하지만 뉴파티가 미래통합당으로 들어가자 바로 손을 떼고 민생당에 입당했다. 정 위원의 뜻은 제3지대론이다. 뉴파티에서 제3지대를 키워보려고 했지만 거대 양당에 흡수됐기에 민생당으로 옮겼고 그만큼 민생당에 대해 주관적인 기대가 크다.

민생당은 2월24일 창당됐고 각 3당에서 추대하는 대표 1인씩 3명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김 대표는 손 전 대표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였지만 코로나19와 맞물려 언론의 조명을 그리 많이 받지 못 했다.

정 위원은 “3인 공동대표(김 대표/민주평화당 추천의 박주현 공동대표/대안신당 추천의 유성엽 공동대표)의 면면을 봐도 파격적이다. 여성이 둘이고 신구 조화가 잘 돼 있다. 최적의 인선”이라고 자평했다.

김 대표는 1979년생 한국 나이로 42세다. 김 대표는 학부로 법학을 전공하고 석사로 여성정치학을 공부했는데 2012년 민주당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입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친문(문재인 대통령) 패권 세력에 염증을 느끼고 탈당했다가 2014년 안 대표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합류했고 정치 경력 대부분을 ‘안철수계’로 불리면서 보냈다.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고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고배를 마시고 공백기를 가질 때 김 대표는 대변인으로서 손 전 대표를 보좌해왔다. 바른미래당 말기에 안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김 대표는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했다.

정 위원은 “안철수는 끝까지 해서 (정당 득표율) 3% 넘겨서 자기 측근들에게 비례 자리 주려고 할 것이지만 비례만 노리고 있으니까 국민의당은 비례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그나마 비례 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그에 비해 민생당은 호남 위주의 지역구 확보가 가능하다. 호남 사람들은 늘 민주당이 독주하는 선거를 치르다가 경쟁 상대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16년 총선에서 구 국민의당 이후에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고 그로 인한 효능감이 엄청 상승했고 다당제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면서도 “기호 3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미래통합당의 공식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3번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위원은 “미래통합당이 탈당시켜서 미래한국당으로 가서 거기서 지역구 출마를 하는 것”이라며 “(컷오프당한) 윤상현 의원 같은 사람이 미래한국당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뭔 짓을 못 할까”라고 우려했다.

민생당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정 위원은 “철저히 기성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내놓을 수 없었던 내놓지 않은 자기 책임을 방기한 그곳에서부터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며 “민생당 당명은 그런 것을 표현한 의지다. 민생이란 단어가 약간 서민과 중년층 이상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청년들의 삶도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 대표가 김 대표를 지명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그들이 반기득권 정치를 이끌고 중도 정치를 이끌어야 하고 다당제 정치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무래도 민생당은 ‘안철수 없는 어게인 구 국민의당’이자 ‘호남당’이라는 냉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정 위원은 “2011년부터 불었던 안철수 현상 자체가 젊은 사람들의 정치적 각성을 부른 계기였는데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청년들이 직접 나설 때가 됐다”며 “다만 청년이 완전히 홀로 설 수 없는데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게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년 전에는 안철수와 젊은 사람들 및 호남 세력들이 결합해서 그걸 이끌었다면 이제 민생당이 그 역할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직 미래 세력과의 통합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관건이다. 최소한으로 그것부터 밟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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