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제3지대론 다 뻥?
황교안 대표 비판해놓고
거대 양당제 구심력 강력해
전권 준다고? 또 속을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또 등판할 기세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벼르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김 전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식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거대 양당에 대한 혹평을 해왔고 제3지대와 정치 세대교체를 강조해왔다. 1월~2월 젊은 세대가 모여 만든 원외정당 ‘시대전환’ 행사에 참석해서 그런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1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정치네트워크 시대전환 출범 기념 수요살롱에서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소 이사장이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정치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1월15일 시대전환 출범 기념 수요살롱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정치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대표는 2월3일 출고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정당들은 예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인적 청산은 기득권 정당에선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장래가 밝으려면 그들(신인 정치세력) 중에서 탁월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 대부분 처음 정치를 시작하기에 불충분할 수 있다. 이번에 잘하면 제3세력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기존 정치세력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단 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는 “제대로 된 세력이 형성되면 즐겁게 서포트해 줄 생각”이라고 공언했다.  

김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시대전환과 ‘브랜드 뉴파티’ 두 신생 정당과 소통하고 서포트를 해줬다. 뉴파티는 통합당으로 합류했고 시대전환은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른다. 통합당에 합류한 뉴파티, 같이오름, 젊은보수 등 이들 청년그룹이 들어왔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는 걸까.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9일 오전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김 전 대표의 행보는 “양당 체제 자체를 방증한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은 행위예술인이다. 양당 체제에서 셔틀콕이 된 국민들을 형상화한다. 故 백남준(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후계자급이다. 근데 비례 받으려면 미래한국당(통합당 공식 위성정당) 가야 하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한국 정치에서 김 전 대표는 진보와 보수 하나로 묶을 수 없는 특이한 존재다. 1981년 11대 국회부터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데 거대 양당이 선거 직전 위기감을 느낄 때마다 그에게 러브콜(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2016년 민주당 비대위)을 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거대 진영 속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각 당에 갈 때마다 지배 세력의 패권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또 다시 통합당에 가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까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 황 대표가 공식 제안을 했고 거의 수락을 했다는 풍문 정도다. 통합당은 황 대표, 김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이렇게 3각 라인업을 구성해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싶어 한다. 성사된다면 파괴력이 있지만 유 의원은 고사 쪽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던 김 전 대표는 분명 더 이상 거대 양당의 핑퐁게임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생당과 안철수당(국민의당)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제3지대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분명 제3지대에 관심 있었는데 안 될 것 같으니까 차선책으로 나라를 위한 우국충정에서 자기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만이라도 막아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좀 드는 모양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전 대표가 했던 말 그대로 보면. 황교안은 식견이 없어 보인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이 제3정치세력 출현의 적기다. 진보와 보수 양쪽을 다 해봤다. 양쪽 모두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본인은 희망이 없는 곳으로 가는 거다. 인적 청산은 기득권 정당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걸 1~2월 사이에 다 했던 말”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은 말 그대로 “본인이 본인 말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며 “식견 별로 없는 황 대표에게 왜 가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한 번 속았으면(경제민주화 공약해서 당선됐다가 집권 후에 불이행) 사람들이 실수했구나 그럴 수 있지만. 본인이 자기 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자기가 속았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부하에게도 속는 것인가. 그러면 또 나중에 문 대통령의 밑에서 일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속을 것인가?”라고 저격했다. 

김 전 대표는 매번 전권을 약속받고 갔다가 선거 끝나고 국정 운영하는 것을 보니 속았다는 워딩을 되풀이 했었다.

정 위원은 “보니까 (통합당으로부터) 공약 전권을 주면 가겠다라고 했는데 선거 전에는 당연히 공약 전권을 준다고 한다”며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화장실 나오고 나서는 그 공약 안 지키겠다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고 황 대표가 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황 대표의 본질이 뭔가. 친박이고. 태극기당이고. 박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박근혜당인데 박 전 대통령이 한 번 안 지켰는데 황 대표가 지키겠는가. 공약 해놓은 것 하나도 안 지킬 게 뻔하다. 이건 본인이 부귀영화를 한 번 더 누리려고 한 번 더 국회의원 하고 싶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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