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제3지대론 다 뻥?
황교안 대표 비판해놓고
거대 양당제 구심력 강력해
전권 준다고? 또 속을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또 등판할 기세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벼르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김 전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식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거대 양당에 대한 혹평을 해왔고 제3지대와 정치 세대교체를 강조해왔다. 1월~2월 젊은 세대가 모여 만든 원외정당 ‘시대전환’ 행사에 참석해서 그런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김 전 대표는 2월3일 출고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정당들은 예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인적 청산은 기득권 정당에선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장래가 밝으려면 그들(신인 정치세력) 중에서 탁월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 대부분 처음 정치를 시작하기에 불충분할 수 있다. 이번에 잘하면 제3세력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적인 조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기존 정치세력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단 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표는 “제대로 된 세력이 형성되면 즐겁게 서포트해 줄 생각”이라고 공언했다.
김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시대전환과 ‘브랜드 뉴파티’ 두 신생 정당과 소통하고 서포트를 해줬다. 뉴파티는 통합당으로 합류했고 시대전환은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른다. 통합당에 합류한 뉴파티, 같이오름, 젊은보수 등 이들 청년그룹이 들어왔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는 걸까.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9일 오전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김 전 대표의 행보는 “양당 체제 자체를 방증한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은 행위예술인이다. 양당 체제에서 셔틀콕이 된 국민들을 형상화한다. 故 백남준(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후계자급이다. 근데 비례 받으려면 미래한국당(통합당 공식 위성정당) 가야 하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한국 정치에서 김 전 대표는 진보와 보수 하나로 묶을 수 없는 특이한 존재다. 1981년 11대 국회부터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데 거대 양당이 선거 직전 위기감을 느낄 때마다 그에게 러브콜(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2016년 민주당 비대위)을 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거대 진영 속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각 당에 갈 때마다 지배 세력의 패권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또 다시 통합당에 가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까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 황 대표가 공식 제안을 했고 거의 수락을 했다는 풍문 정도다. 통합당은 황 대표, 김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이렇게 3각 라인업을 구성해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싶어 한다. 성사된다면 파괴력이 있지만 유 의원은 고사 쪽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던 김 전 대표는 분명 더 이상 거대 양당의 핑퐁게임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생당과 안철수당(국민의당)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제3지대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분명 제3지대에 관심 있었는데 안 될 것 같으니까 차선책으로 나라를 위한 우국충정에서 자기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만이라도 막아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좀 드는 모양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전 대표가 했던 말 그대로 보면. 황교안은 식견이 없어 보인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이 제3정치세력 출현의 적기다. 진보와 보수 양쪽을 다 해봤다. 양쪽 모두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본인은 희망이 없는 곳으로 가는 거다. 인적 청산은 기득권 정당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걸 1~2월 사이에 다 했던 말”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은 말 그대로 “본인이 본인 말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며 “식견 별로 없는 황 대표에게 왜 가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한 번 속았으면(경제민주화 공약해서 당선됐다가 집권 후에 불이행) 사람들이 실수했구나 그럴 수 있지만. 본인이 자기 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자기가 속았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부하에게도 속는 것인가. 그러면 또 나중에 문 대통령의 밑에서 일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속을 것인가?”라고 저격했다.
김 전 대표는 매번 전권을 약속받고 갔다가 선거 끝나고 국정 운영하는 것을 보니 속았다는 워딩을 되풀이 했었다.
정 위원은 “보니까 (통합당으로부터) 공약 전권을 주면 가겠다라고 했는데 선거 전에는 당연히 공약 전권을 준다고 한다”며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화장실 나오고 나서는 그 공약 안 지키겠다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고 황 대표가 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황 대표의 본질이 뭔가. 친박이고. 태극기당이고. 박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박근혜당인데 박 전 대통령이 한 번 안 지켰는데 황 대표가 지키겠는가. 공약 해놓은 것 하나도 안 지킬 게 뻔하다. 이건 본인이 부귀영화를 한 번 더 누리려고 한 번 더 국회의원 하고 싶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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