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종이문서 제로화’ ·· 빛과 그림자
우리은행 ‘종이문서 제로화’ ·· 빛과 그림자
  • 박효영 기자
  • 승인 2020.03.0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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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편하기만 할까?
전자문서 상호 교부해야
손태승 회장 이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20년 대한민국에서 갈수록 모든 것이 디지털화 전자화되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종이 문서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기업 신용대출을 포함 모든 업무에서 100% 전자문서의 형태로 일을 처리한다. 

금융권 전체에서 핀테크(금융기술) 바람과 맞물려 갈수록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종이 문서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다. 하지만 전면 제로화는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태블릿 모니터와 같은 단말기로 출력되는 전자문서로 고객과 소통한다. 은행원이 보는 모니터와 고객이 보는 모니터를 통해 문서의 내용이 공유되고 고객은 터치 스크린을 통해 체크하고 서명만 하면 된다.

광주은행은 2018년 4월부터 각종 신청서를 종이문서가 아닌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페이퍼리스(종이없는)를 시행했다. (사진=광주은행)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건 솔직히 다른 은행들도 과거부터 도입을 계속 하고 있었다. 저희는 좀 천천히 하더라도 업무 범위를 최대한 늘려서 한 것”이라며 “이게 다 스캔되는 것이라 (정보 저장에) 문제가 없다. 솔직히 이것은 도입을 만약에 해서 단점이 많다면 안 했을텐데 장점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업무시간도 단축되고 (고객의) 가독성도 굉장히 올라가고 쓸데없는 종이도 사용하지 않게 됐다. 간편서식 사용하고 가독성이나 직관성이 올라간다. 요즘 52시간 도입하고 있는데 (직원들 업무 줄여주는) 이런 걸 가능하게 해준다. 다 저장이 잘 되기 때문에 문서로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문서 처리하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서 (은행원이) 고객과의 상담시간에 집중할 수도 있다”며 “이게 종이와 (태블릿PC 화면이) 전혀 다를 게 없고 다 보인다. 노년층이 이걸 이용하는 데에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을 걸로 본다. (은행원 설명을 듣고 동시에 하는 거라)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수기로 다 작성해야 하는 것에서 선택하고 마지막에 자필 서명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더 편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 시민사회의 입장은 다르다.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게 좀 문제가 있다. 왜냐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거래 관련 기록을 은행에서만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100% 입증책임의 전환이 안 이뤄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문서를 없애버리면 모든 증거자료나 정보는 은행에만 있는 것이 되는 거니까. 현재로서는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우려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6대 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 광고 금지) 중에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만 금융사가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을 하도록 규정했다. 

박 팀장도 “종이없는 사회로 간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그런 사회로 가긴 갈 것”이라면서도 “제도적으로 미비한데 그걸 먼저 은행이 시행하는 것은 은행에 너무 유리하다. (어른들이 안 불편하다던데) 당연히 불편하다. 그걸 어떻게 주요내용을 기억하겠는가. 그걸 충분히 숙지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은행쪽의 잘못된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은행이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했는데 고객은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고 서명도 안 했다고 주장한다고 치자. 그러면 은행은 서명을 받았다고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조작 및 통제 가능성이 높은 전자문서를 들이밀어도 고객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할 것이다. 

박 팀장은 “고객이 기억 못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면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절대 유리하지 않다. 진짜 고객이 기억을 깜빡했을 수 있지만 정말로 서명을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니까 은행이 안전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계약 문서를) 나눠 가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박 팀장은 “그 리스크를 은행이 모두 떠안겠다는 것인데 지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됐는데 금융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고의과실일 경우에만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근데 은행의 고의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반증할 것인가?”라며 “법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은행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면 전자문서화를 하더라도 상호 서류 교부가 필수적이다.

박 팀장은 “똑같은 전자 문서를 금융소비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쪽만 갖고 있겠다는 것은 은행이 다 컨트롤해서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나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체제의 우리은행은 DLF 사태, 라임 사태, 휴면 고객 비밀번호 조작 등 큰 잘못을 자주 저질렀다. 

실적 지상주의에 빠진 손 회장이 우리은행을 그런 기조로 운영하다 보니 사고가 많이 나는 것인데 박 팀장은 “본인들이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그걸 갖다가 계속 괜찮다고만 하고 본인들이 편한 것들 즉 종이없애면 비용 절감이 많이 될 것”이라며 “그것과 관련 엄청나게 큰 리스크를 가져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소탐대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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