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리기‧불매운동 등 ‘은어’ 통해 담합 행위 주도하는 부동산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검색된 부동산 오픈채팅 방들 (사진=우정호 기자)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검색된 부동산 오픈채팅 방들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2‧20 부동산 대책 이후 이른 바 ‘풍선효과’로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타겟으로 한 부동산 불법 행위들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몇몇 부동산 커뮤니티 들은 법에 저촉될까 기존에 쓰던 용어들을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은어'를 사용해 각종 담합 행위를 조장하기도 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집값 부풀리기나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등 부동산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단속 시작 20여일 만에 300여 건의 불법행위가 신고 된 가운데 불법행위 단속의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집값 올리기‧불매운동 등 ‘은어’ 통해 담합 행위 주도하는 부동산 커뮤니티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1일부터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는 기존 회원 추천이나 비밀번호 사전 공지를 통해서만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등 운영방법이 갈수록 은밀해지고 있다.

회원자격을 제한하기도 한다. 입주민이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모인 채팅방의 경우 부동산 증명자료(등기권리증·매매계약서 등)를 제출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이들은 SNS와 유튜브 상에서 이뤄지는 각종 부동산 관련 불법 행위들에 대해 정부의 모니터링이 한층 강화되면서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각종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맛집'으로, 재개발은 '뿌셔뿌셔'로, 전매제한(유통기한) 공인중개업소(깡시장) 매물(재료) 투자자(외국인) 상승(제철) 등으로 불리고 있다.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를 지칭하는 단어도 은어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래미안은 '에버랜드'로, GS건설 자이는 '지에스칼텍스'로, 대우 푸르지오는 '푸르뎅뎅', SK건설 힐스테이트는 '힐러리',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는 '앙팡' 등으로 불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등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시장 정보를 교류하던 이들은 대부분 방의 제목을 변경했다. 'OO맛집', 'OO팬클럽', '맛동산탐험' 등 부동산 정보와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름들로 바꿨다. 이외에도 '생활정보방', '골동품', '전국맛집'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부동산 단톡방도 있었다.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해 부동산 용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기 위해 은어를 쓴다는 게 부동산 커뮤니티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커뮤니티들이 집값 담합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감정원)
(사진=한국감정원)

정부, 부동산 교란행위 집중단속…20일 만에 300여건 신고

한편 정부가 집값을 부풀리거나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등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게 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한 지 20일 만에 300여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달 21부터 이달 9일까지 총 324건의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지금까지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경기도 화성, 인천 남동구, 경기 남양주, 용인 수지 등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집값 상승을 주도해 온 곳들이 아닌 수도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지역은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를 피해간 지역으로 '풍선효과'를 기대하거나, 교통호재 등 집값 상승 요인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기도 화성은 동탄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로 개발호재 기대감이 있는 지역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 화성의 아파트값은 1.07% 올라 전주(0.82%)에 비해 상승 폭이 커지기도 했다. 

수도권 내 대표적 비규제지역으로 꼽히는 인천은 송도·검단신도시 등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GTX-B노선과 제2경인선,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연장 등 교통호재도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의 대부분은 담합 행위였다. 

사례를 보면 입주자들로 구성된 모임이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거나 특정가격 이하로 거래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또 특정 가격 이하로 등록한 부동산의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하기도 했다. 

시세보다 비싸게 중개하는 특정 중개사에게만 중개를 유도하거나, 중개사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개사가 거짓으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꾸미거나, 단체를 구성해 외부인과 공동중개를 제한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현재 접수된 사례들은 감정원이 검토 중이거나 해당 지자체에서 조사 중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조사결과에 따라 공인중개사법 제33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국토부 역시 검·경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을 조직해 업다운 계약,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 기존 단속 대상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담합 등도 단속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