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의 역할
금리 인하 압박
문재인 대통령 이주열 총재의 신경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 위원 4명의 임기가 곧 만료된다. 물론 연임될 수도 있다. 각 기관들의 추천을 받는다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키를 쥐고 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비롯 금융 통화정책의 꼭대기에 있다. 금리를 내려 돈이 돌게 해서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주고, 금리를 올려 돈을 빨아들이면 물가를 잡고 시장의 과열을 잡을 수 있다. 금리 0.01% 포인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금리는 1.25%다. 그야말로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기준금리는 5%대에서 계속 내려갔고 2015년부터 1%대가 상수처럼 여겨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0.5% 포인트를 급하게 내려서 현재 0.00~0.25%다. 말 그대로 제로 금리다. 세계경제 자체가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통위가 금리를 결정할 때는 합의제로 한다. 합의가 안 되면 표결을 해야 하는데 정족수는 위원 7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의 임기는 4월20일까지다. 나머지 1명 임지원 위원의 임기는 좀 남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이라고 해도 4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면 통화 정책의 방향이 출렁일 수도 있다. 

이 총재는 넌지시 연임을 암시한다. 

4명 전부를 다 할지, 한 두명만 할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고 결국 문 대통령의 임명권이라고 발을 빼지만 연임 카드를 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민생경제의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눈치다. 금통위원이 연임되는 게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 총재도 한은 내부 승진 인사로서 40년만에 연임됐다. 이상할 게 없다. 

물론 금통위원은 임기 4년에 정치권의 대표 낙하산 꿀보직이라 여권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좀 있다. 이 총재가 최소한 한은 추천으로 들어온 이일형 위원이 연임되도록 문 대통령에게 여러 루트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3명이 새로 선임되어도 의결상의 변수는 되지 않는다. 

초저금리 시대지만 문 대통령은 최대한 금리를 내릴 때까지 내리고 싶어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신중한 이 총재를 압박하고 견제하고 싶어서 4명 전부 다 교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치자는 거시 경제지표상에서 불리하게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금리를 더 내려서 돈이 돌게 하고 싶은 유혹을 항상 느낀다. 

그동안 금통위원은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한은 지명 위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 모두 최저임금위원회(고용노동부)와 같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다. 심하게 말하면 정부 정책의 기조에 맞는 거수기와도 같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지는 못 하더라도 내리는 것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과 이 총재의 미묘한 신경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침 미국이 금리를 내렸고 기획재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코로나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이 이 총재에게 어떤 시그널을 줬을지는 안 봐도 유튜브다.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이 총재의 수용일지 아니면 문 대통령의 양보일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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