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안티 기본소득
오준호 작가의 일침
논의의 시작이냐 일시적 도입이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해진 취약계층이 생겨나면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생산적인 토론과 반박이 아닌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반작용도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마저 “과감성이 있는 대책이자 우리 경제에 특효”라고 평가했던 재난 기본소득에 대해 보수 언론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한국경제신문’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2월5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경제에서 지난주부터 계속해서 기본소득에 대한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며 “라구람 라잔 교수(시카고대)가 한 간담회에서 한 말을 가지고 세 번이나 우려먹었고 오늘은 어제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를 가지고 악담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름을 걸고 책임지고 취재한 기사도 아니고 사설이라고 필자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지면을 통해 계속 기본소득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게으름에 우려를 표한다. 사실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의 이야기에도 귀기울여 들어야하는 지점들이 많고 오히려 고민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주는 비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거듭해서 용 대표는 “한국경제의 논조는 그저 한국경제가 게으르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비판을 하는건 좋은데 제발 성실하게 논리를 준비해주셔야 반박을 하는 사람도 신이 난다. 논쟁 과정에서 인사이트도 얻고”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 자체에 강경 반대하던 한국경제가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형성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슬그머니 논의의 초점을 필요하더라도 ‘재원 마련책’과 ‘시행 효과가 있느냐’로 옮겨놨다. 

오준호 작가는 기본소득 도입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캡처사진=tbs)

한국경제는 9일 출고된 <국방 예산 맞먹는 51조 드는데…1인당 재난 기본소득 100만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사에서 2020년 국방비 50조1527억원에 버금가는 돈이 드는데 어떻게 재난 기본소득에 찬성할 수 있느냐는 논지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오준호 작가는 10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 재원에 대한 그런 류의 반박은 국가에 남는 돈이 전혀 없다는 건데 사실 국가에 돈이 있고 예산이 있고 그걸 어디에다가 쓰고 있다”며 “그걸 기본소득 예산으로 배치를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작가는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등 2권의 관련 책을 집필한 기본소득 전문가다. 

오 작가는 “이미 지금 (기본소득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 20조원까지는 이야기가 됐었다”며 “전국민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51조원이 어렵다면 주어져있는 20조원으로 일정한 연령 이상의 경우에 일괄 지급하면 그에 맞는 예산을 충분히 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 얼마 예산이 총 가동 가능하고 그 예산으로 어떻게 지원하자는 논의를 하는 게 맞지 50조원이라는 돈이 당장 없는데 하늘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식으로 전제하고 논의를 하는 것은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이미 가동할 수 있는 돈은 충분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데에 들어갈 예산들을 재배치해서 기본소득으로 돌리느냐. 아니면 주어져 있는 걸 가지고 효율적으로 쓰느냐 이런 정도의 논리를 가지고 논의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2월28일 <코로나19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이미 풀기로 한 4조원에 더해 △재정(2조8000억원) △세제(1조7000억원) △금융(2조5000억원) △공공 금융(9조원) 등이고 액수는 총 2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추경(추가경정예산)도 국회에 제출됐다. 51조원까지는 못 돼도 31조7000억원이 나와 있다. 

오 작가는 “어떻게든 기준을 잡고 자격 심사를 하면 거기에 행정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김경수 경남지사의 안처럼 일단 지급하고 나중에 증세를 하든 일시적으로 소득공제를 줄이거나 환수와 관련된 법안을 처리해서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환수한다든가. 방법은 먼저 주고 마련하든 만들어서 주든 사실 조삼모사나 조사모삼하는 것이니까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기사 속에는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발언이 인용돼 있다. 

성 교수는 “소비 성향이 높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저축할 가능성 크다”고 밝혔다. 또한 나중에 증세 가능성이 있어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것 같고 정부의 현금 살포로 인한 것이라 제대로 된 소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작가는 “시한을 정해놓고 지역 화폐로 줄 수도 있는 것이고 올해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액면가가 사라지는 그런 지역화폐로 줘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반박하는 분들의 말에 따라서 필요한 분들을 골라서 주는 비용을 생각하면 다 주고 세금으로 환급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현재 제시된 재난 기본소득 모델은 다양하다. 

①김경수 경남지사 →전국민 100만원(51조원) 
②이재명 경기지사 →전국민 100만원(51조원)
③기본소득당 →전국민 30만원(15조원)
④이재웅 쏘카 대표 →최대 2000만명에 한해 50만원(10조원)
⑤심상정 정의당 대표 →대구경북 주민에 우선적으로 100만원(5조1000억원)

특히 정의당은 2월27일 4당 대표(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정의당)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회동이 있기 하루 전에 별도의 추경안(총 10조7000억원)을 성안해서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골자는 △마스크 완전 공적공급 및 감염병 전문병원 확대(1조7000억원) △돌봄 취약계층에 대한 비상지원(2조8000억원) △자영업자 소득 보전 비상대책(1조8000억원) △임시 일용직 노동자 소득 보전 비상대책(3조8000억원) △프리랜서나 배달 노동자 등 소득 보전 비상대책(5000억원) 등으로 재난 기본소득의 취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처럼 여러 모델들이 있는데 오 작가는 “사실 액수는 완전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무조건 많이 주면 좋겠지만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상은 전국민에게 다 주는 것이 필요하다. 2가지가 좋다. 먼저 행정 비용을 없애준다. 두 번째는 어디든지 선정을 하려고 하면 정치적으로 반발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대구경북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주더라도 추가해서 뭘 더 얹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만 주자고 하면 그외 지역에서도 사실상 마찬가지로 경기가 다 죽어있는 상황인데 왜 대구만 주느냐. 더 심하게 나가면 대구경북에서 방역에 실패한 것 때문에 전국적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당연히 그런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역감정들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행정 비용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전국민에게 줘야 대구경북에도 원활하게 지급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특히 어렵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다들 소비를 못 하고 거리로 못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왼쪽 네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020.3.4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코로나19 재난 기본소득 도입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 담론은 그동안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형성되어 왔고 그 논의의 역사가 있다. 

오 작가는 “재난 기본소득으로 나오는 안들은 각자의 생각이 조금씩 다른 건 맞다”며 “어떤 분들은 기본소득의 연장선에서 이야기하지만 어떤 분들은 긴급 수당이나 생활 지원금 정도로 본다. 정말 다양한데 이 전례가 없는 비상시국에 대책을 고민하다보니 이미 확산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그것은 그동안 기본소득을 계속 확산시키려고 노력해왔던 운동의 성과가 반영됐다”고 환기했다. 

물론 기본소득 주창자들이 △무조건성 △현금성 △개인성 △정기성 등 세계적으로 합의된 기본소득 4대 원칙을 벗어나서 논의되는 현재 흐름에 대해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오 작가는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한 것이 지금 주장된 많은 안들이 다 100% 우리가 예전에 주장했던 안과 똑같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정말 복잡한 생각들이 얽혀있지만 지금 급한 것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름이 뭐가 됐든 그렇다. 앞으로 기본소득의 본격적인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참에 국가적 차원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해볼 수는 없을까.

오 작가는 “사실 기본소득 논의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드라이브가 걸리기도 했다가 경기가 하강하고 기본소득 같은 과감한 대안들이 좀 사람들마다 이야기하는게 소극적으로 변해가긴 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예상치 못 한 재난 상황이 도래해서 오히려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강하게 부각됐다. 마침 선거도 맞이해서 기존에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번 계기로 정식 기본소득 논의를 해보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정리했다. 

20대 국회에서는 4차산업혁명·미세먼지대책·청년미래 등 여러 특별위원회가 운영됐었다. 

마찬가지로 오 작가는 “기성 정당들이 서로 뭘 합의하거나 공약들을 어떻게 내고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후보군들이 서로 좀 면밀하게 소통했으면 한다”며 “국가 기본소득위원회 국회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해놓고 당선되어서 이후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난 기본소득)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검토를 하고 있지 않고 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보수적인 기획재정부도 각종 조건부 수당에서만 머무르고 있지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는 손사레를 치는 모양새다. 여당인 민주당은 그나마 좀 상황이 다르지만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공식 제안과는 달리 소극적인 편이다. 여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 마디로 이번에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더라도 추후에 또 그런 요구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그래서 안 된다는 측면이 지배적이다.

오 작가는 “이번에 급하니까 생계 지원금이나 소비 대책으로서 활성화 대책으로서 이걸 주고 이후에는 이런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계속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번 계기로 사회 공동이 창출한 부로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소득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여권의 반응은 뭐랄까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런 스탠스가 있다. 정부는 그야말로 기본소득 담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말 일시적이어야만 한다.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니까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오 작가는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여기서 시작해서 재난 기본소득 1회에서 끝날 게 아니라 정식 기본소득을 줘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거나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 주권을 갖고 쉴 수 있게 한다든가 그런 지향을 갖고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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