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비례대표 출사표
기후위기 시대 원내 진출 의지
연합정당론에 대한 단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녀 동수 당대표(공동운영위원장)인 두 인물이 이탈하는 등 녹색당은 연일 위기 속에 있었다. 소위 신지예파와 하승수파로 나뉘어 당내 게시판과 페이스북에서 거센 갈등이 일어났다. 엎친데 덮친격 하승수 전 위원장이 던져놓은 연합정당론으로 당내 분위기는 더 살벌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은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당원 투표 1~2차에 걸쳐 선출된 공식 비례대표 후보는 6명(고은영·김혜미·성지수·천호균·최정분·김기홍)이다. 

녹색당이 이번 총선에서 6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기로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녹색당이 이번 총선에서 6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기로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유진 공동선대본부장(선거대책본부)은 “2020년이 시작됐다. 2030년을 향한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는데 2020년 어떤가? 어떻게 다들 지낼만한가. 호주 산불부터 시작해서 기상 관측이래 매우 따듯했던 겨울이었다. 코로나19로 거리의 풍경이 바뀌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세계 증시는 폭락하고 있고 유가도 하락했다”며 “거대한 외부효과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이제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이 보기에 전례없는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전례없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 본부장은 “전혀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 대안도 방식도 정치인도 급진적이어야 한다”며 “2020년에는 반드시 국회에 녹색당이 필요하다. 녹색당이 정말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세계적으로 연대 정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녹색당은 2012년 창당됐다.

이 본부장은 “녹색당은 2011년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한국사회가 핵 발전을 중심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라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2012년 3월 창당한 정당”이라며 “탈핵과 기후변화, 다양성의 정치, 차별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 등을 주요 아젠다로 채택해서 8년 동안 정말 현장에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본부장은 반드시 국회에 녹색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 했다.

이 본부장은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2012년에 0.48%(10만3811표) 2016년에 0.76%(18만2301표)에 이어서 이번에 세 번째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라는 상황, 불평등이 너무 심해지는 상황,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녹색당은 기후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이번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총선 슬로건도 <기후 위기를 막을 녹색당을 국회로>다. 이 이야기를 가장 잘 대변할 기후위기 대응 후보들을 선출했다”며 “우리 후보들이 국회로 가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모든 정책들과 기후위기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정치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말 가능할까. 두 번의 총선에서 녹색당은 1만1000여명 당원수의 10배가 넘는 10만표 이상을 획득했다. 하지만 정당 득표율 하한선인 3%를 넘으려면 약 70만표를 얻어야 한다. 원외정당으로서 무척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본부장은 “2020년 녹색당의 총선 기본계획은 정당 지지율 3% 장벽을 넘어 반드시 원내로 진입하는 것”이라며 “나쁜 우리의 삶과 생명을 대변하지 못 하는 정치구조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알리겠다. 정말 간절하게 진짜 정말로 녹색당의 정치가 이 시대에 필요하다. 반드시 국회로 가야 한다”고 설파했다.  

현재 녹색당 지도부는 3명의 공동 선대본부장(고은영·성미선·이유진)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성미선 본부장은 임시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 전 위원장이 주도하는 연합정당론에 대한 녹색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이미 녹색당은 지난 4일 ①충분한 소통과 합의없는 선거연합 불참 ②당내 상황과 무관하게 녹색당의 독자적 선거 준비 지속 ③정치 전략적 목적의 명분없는 선거연합 불참 등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명분이 있다면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지예 전 위원장은 3일 저녁 녹색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하 전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비례전문 위성정당 플랜을 가동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연합정당론에 대한 당원 여론이 반대가 지배적이라고 보고 지도부에 전당원 투표를 촉구했다. 조기에 녹색당의 연합정당 참여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의도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고은영 본부장은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선거 연합전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고은영 후보 겸 본부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어떤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후 국회라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연합 전선인가에 대해 우리는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다”며 “그런 가치 논의가 되지 않는 테이블은 가치 정당인 녹색당으로서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결국 명분이 중요하다. 고 본부장이 밝힌 바에 따라 일전에 천명했던 명분은 기후위기 등 녹색 의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선거 및 정책연합 테이블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수준의 테이블이 없다는 게 녹색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고 본부장은 “공식적으로 정치개혁연합(하 전 위원장의 연합정당론 추진체)에서 민생당을 포함해서 범여권이라고 불리는 정당들에 제안서를 보냈다. 저희 또한 그 제안서를 받았다. 지난주에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답을 줬다. 그 부분은 변함없다”며 “기후 국회와 탈핵을 앞당기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테이블에는 앉을 수가 없다. 하 전 위원장은 당원이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당내에서 과거에 역할을 한 분이다. 현재는 녹색당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하 전 위원장의 연합정당 테이블 외에도 여러 채널에서 관련 제안이 나오고 있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민생당 △정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규제개혁당 등 여러 원내외 소수정당들과 소상공인 그룹이 힘을 합쳐서 연합정당 모델로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미 만들어진 시대전환을 플랫폼삼아 해보자는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 도입이 핵심 의제로 선정된 <개혁정책연합>이라면 기본소득당은 어떠한 조건도 내걸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며 “바꾸어 말하자면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면 그가 소위 민주진보 그 누구이든 기본소득당에 어떠한 콩고물이 떨어지든 함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용 대표는 의제와 가치 중심이 아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막기 위한 민주진보진영의 정당 단일화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리하면 용 대표나 녹색당이나 기본소득과 기후위기를 고리로 진지하게 정책 협상이 이뤄진다면 선거 연대가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 방법이 연합정당이라는 창당이 될지, 합당이 될지, 선거운동의 연대 수준일지는 알 수가 없고 명분과 전제조건부터 충족되는 게 관건이다.

고 본부장은 “하 전 위원장의 그 판만 고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른 지점”이라며 “저희는 다양한 연합 전선에 대해서 저희도 정당이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칙적인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아주 구체적인 기후 국회를 논의할 테이블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책 아젠다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선명한 부분까지 다뤄지고 있는 곳은 현재 없는 걸로 안다”며 “하나의 연합전선(정치개혁연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이런 부분은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짚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연합에 대해 그 이후에 검토할 수 있겠다는 입장을 계속 말씀드렸다”며 “오늘 전국운영위원회라는 의사결정 기구가 저녁에 열린다. 여기서 중대한 논의와 결정들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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