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비례대표 출마
제주도지사 출마
우리를 지배하는 낡은 것들
기후위기와 탈성장 담론
정의당 그린뉴딜과 다른 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녹색당은 성평등과 기후위기 두 아젠다에 올인해왔다. 전자에 신지예 전 공동운영위원장이 상징성을 갖고 있다면 고은영 공동선대본부장(선거대책본부)은 후자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왔고 녹색당의 기후위기 담론을 이끌고 있다. 

고 본부장은 2018년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본부장 겸 후보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두 원내 정당 후보를 제치고 3위(1만2188 3.53%)를 차지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도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등 자신있게 개발주의 반대 담론을 내세운 것이 인상적이었다. 

고은영 후보는 기후 국회를 만들기 위해 1년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고은영 후보는 기후 국회를 만들기 위해 1년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고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후 국회를 만들기 위해 1년을 준비했다. 꼬박 1년을 기후위기 아젠다에 매달려왔다”며 “이제 많은 정당들이 앞 다퉈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을 이야기한다. 녹색당이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다. 1년 동안 녹색당이 원외에서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사회를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기후위기를 말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해결하는 탈핵과 탈탄소를 앞당기는 그 일을 국회 안에서 하겠다”며 “2020년 녹색당은 반드시 기후 국회를 만들 것이다. 그 길에 6명 모두 국회 안으로 들어가 기후 국회를 반드시 국민들께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일하다 차별받다 죽는 세상은 나아진 게 없는데 기후위기와 감염병 사태로 많은 생명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움츠려든 나라에서 녹색당은 위기를 초래하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삶을 계속 이야기하겠다. 뭍 생명들의 권리를 이야기하겠다. 그 곁에 녹색당이 있겠다. 국회에서 실제 많은 입법과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은 전당원 투표 1~2차에 걸쳐 선출된 공식 비례대표 후보 6명(고은영·김혜미·성지수·천호균·최정분·김기홍)을 확정했다. 

고 후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5명의 후보 중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꺾고 당당히 3위 후보로 그 누구도 내게 패배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승리한 후보”라며 “2년을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1985년생 한국 나이로 36세인 고 후보는 스스로를 “IMF 키드”라고 규정했다.

고 후보는 “나는 정당인이기 전에 신자유주의에서 성장한 IMF 키드”라며 “알게 됐다. 과잉 경쟁과 탄소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고통받고 신음하는 약자들 곁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뿌리가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신자유주의에서 생존경쟁에 쫓겼던 IMF 키드였다”고 말했다. 

민주화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IMF 외환위기를 넘어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개발 담론 속에 파묻혀 있었다. 고 후보는 “우리를 지배하는 낡은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고 후보는 “이제 국회로 갈 때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얘기했다. 우리를 지배하는 오래된 것들이 붕괴하고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것은 힘이 없다. 그 시간이 가장 힘든 때였다”며 “8년 동안 녹색당은 우리를 지배한 낡은 것들과 싸워왔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8년을 녹색당원으로 살아왔고 그 안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나는 녹색당이 녹색당인 이유를 알고 있다”며 “우리를 지배해왔던 오래된 것이 무너질 때 그 사이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위한 일들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를 지배해온 어두운 것들을 거둬내고 국회 안 담장으로 들어가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국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녹색당 국회의원이 나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고 후보는 “국회 식당이 바뀔 것이다. 채식선택권이 보장될 것이다. 국회 앞 잔디에는 농약이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눈이 호강하는 잔디밭이 아니라 실제 농사가 지어지는 고귀한 땅이 될 것”이라며 “국회 안에서 양봉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당이 이런 문화와 우리가 숨쉬는 세계를 바꾸는 그 일들을 해왔다. 이제 국회에서 바꿀 것”이라고 재차 공언했다. 

3월11일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있다.

고 후보는 “오늘은 후쿠시마 폭발 사고 9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금 어느 곳에서는 계속 해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가서 고준위 핵폐기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겠다”며 “탈핵부터 시작한 탈핵 정당(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후 2012년 3월 녹색당 창당)이 국회 안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탈탄소 반드시 이뤄낼 것이다. 탈탄소 경제 소수자를 배려하는 삶을 지키는 그린뉴딜로 만들겠다. 그게 내 1호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 후보는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린뉴딜에 대해 “저희가 평가하기로는 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저희는 구체적인 도시계획, 사람들의 삶, 이동, 교육, 먹거리 전반적인 부분에서의 급격한 사회 대전환을 이뤄내지 않으면 사실상 그린뉴딜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삶을 이야기하는 종합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고 어필했다.

이어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녹색당의 탈성장 그린뉴딜은 기존의 성장주의 다른 정당들과는 색깔이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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