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의 원로 토사구팽
이해찬과 양정철
정치개혁연합과 하승수
녹색당 탈퇴
미래당 고심 속 더불어시민당 거부
민주당의 방해史
기본소득당 내에서의 비판 여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범진보진영의 비례 연합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과 다르다던 ‘연합’의 모양새가 어느새 민주당의 리모트 컨트롤로 장악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와 ‘정치개혁연합(정개련)’ 중 사실상 전자를 일찍이 점찍어두고 후자를 여론전으로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연합정당 협상권을 쥐고 막후에서 비선실세 역할을 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당내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말 연합정당론을 최초로 띄웠다. 2016년 총선 결과를 토대로 자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공식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연동형 배분 30석 중 21석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근거로 했다. 하 전 위원장은 시민사회 원로들과 함께 정개련을 결성하고 △민주당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에 공식 참여 요청을 했다. 초반 분위기는 민주당과 미래당을 제외하고 모든 정당이 꼼수에 꼼수로 맞설 수는 없다면서 부정적 기류였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반전됐고 정의당 외에 지난주(3월15일)까지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쪽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17일 민주당은 정개련이 아닌 친문 조국수호파(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인 시민을위하여를 플랫폼으로 결정하고 참여 4개 정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과 협약을 맺었다. 민주당은 연합정당 테이블의 원 오브 뎀이 아닌 자체 위성정당의 대주주처럼 행동했다. 같은 날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녹색당과 민중당을 배제하는 발언(이념적 극좌와 성소수자 문제는 소모적)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개련을 대표하는 하 전 위원장은 1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18일 아침 라디오에서 중요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고 실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연합정당 협상 주체로 막후에서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양 원장과 이 위원장을 통해 자기 입맛에 맞는 플랫폼·조건·의제·후보 등을 간택하기 위해 고도의 정치 게임을 벌였다. 이를테면 정개연을 택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지분 요구설 △선거 이후 독자 행보설 등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 전 위원장은 이런 민주당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마타도어”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시민을위하여는 1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포함 5당이 소속된 ‘더불어시민당(시민당)’을 공식 출범시켰다. 정개련에 동참한 민중당·녹색당·미래당과 겨우 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한 민생당 등이 있지만 시민당은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개문발차했다는 뉘앙스를 강조했다.

같은 시간 정개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강력한 유감 표명 △양 원장 교체 후 바로 협상 개시 등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시민당과 합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고 민주당의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비난을 감수하며 연합정당론을 띄운 하승수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사실상 연합정당 테이블은 물건너갔다는 판단을 양쪽에서 하고 있다. 

먼저 이 대표는 하 전 위원장의 라디오 성토가 나온 직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개련과는 의견이 조금 맞지 않는다. 그래서 같이 가기 어렵다”고 말했고 윤 사무총장도 “정개련이 민주당과 상의없이 소수정당에 3석을 준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논의가 잘 안 됐다”고 주장했다. 

17일 ‘녹색미래 선거동맹’을 결성한 미래당과 녹색당도 시민당을 강력 규탄했다. 녹색당은 자당의 트렌스젠더 후보를 윤 사무총장이 콕 짚어서 배제한 것에 대해 큰 상처를 입고 18일 저녁 입장문을 내고 연합정당 참여 철회 선언을 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전당원투표를 거치고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틀 만에 철수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연합정당 모델을 구상하고 있던 미래당은 시민당에 대해 명백한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며 그쪽으로는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범진보진영 단일 연합정당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하 전 위원장에 따르면 민주당이 녹색당과 미래당을 배제한 것은 두 당이 시민당 보다는 정개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 전 위원장은 18일 저녁 출고된 연합뉴스 보도와 19일 아침 방송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민주당이 위성정당 건설 명분을 쌓기 위해 시민사회 원로들을 이용한 뒤 마타도어 △노골적인 위성정당화로 인해 연합정당 ‘판’ 붕괴 △양 원장이 민주당 최고위원들 따돌리고 비선실세 역할 △동시에 윤 사무총장 얼굴마담으로 내세움 등을 주장하며 강력 규탄했다.

하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치졸한 정치공작극”이라고 규정한 배경이 있다. 

하 전 위원장에 따르면 양 원장은 △(3월13일)전화해서 협상권 위임받았다며 만남 제안 △(3월14일)전화로 17일까지 정개련과 시민을위하여 통합 시한 제시 △(3월16일)직접 만나서 시민을위하여에 대한 조국수호파적 평판 우려를 전달받고 추후 다시 연락 △(3월17일)전화로 민주당은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하기로 했다며 ‘개문발차’ 통보 등을 자행했다.

시민당은 3월27일까지 후보 등록을 완료하기 위해 실무 절차에 돌입했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1번~4번)소수 4당 1석씩 △(5번~8번)자체 영입된 친문 인사 △(9번~나머지)민주당 공식 비례대표 후보들로 배치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해찬 대표는 사실상 친문 플랫폼인 시민을위하여를 일찍이 점찍어뒀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정국에서 민주당의 행태를 복기해보면 이런 모습이 충분히 예견됐다. 먼저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 기초의원 3~4인 선거구를 그 당시 자유한국당과 함께 전부 쪼개서 소선거구제로 만들어버렸다. 기초의원까지 독식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그 이후에는 수도없이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보다는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 정치적 이익에만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故 김대중 대통령과 故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정반대로 갔다. 

①(2018년 8월9일) 이 대표가 아침 라디오와 기자간담회에서 개헌과 선거제도의 연계설을 주장하고 야당이 4년 중연임 대통령제 개헌에 동의해주면 선거제도 논의 가능 시사 및 지역구 의석수 축소의 어려움 등 언급
②(2018년 11월16일) 이 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5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 부부 회동에서 1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니 비례대표 의석을 갖기 어렵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손사레
③(2018년 11월23일)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어느정도 양보한다는 취지였지 비례대표로 몰아주는 것은 아니고 민주당의 공약은 권역별이었지 연동형이 아니라는 식으로 발언 
④(2018년 12월5일)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예산안과 선거제도 동시 타결 주장과 관련 교섭단체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끼리 협상하는 중에 도농복합형을 합의문에 명시하자고 강력 주장했고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명분으로 협상 결렬 선언
⑤(2018년 12월6일) 홍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원내대표가 3당 배제한 채 예산안 처리 합의
⑥(2018년 12월~) 민주당 내부에서 의원정수 증원론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을 무기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회의론 적극 설파
⑦(2018년 12월8일 새벽)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이 3당 배제하고 2019년도 예산안 469조6000억원 본회의 의결

민주당은 2019년 상반기부터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도 하반기에 조 전 장관의 위기를 겪고 소위 검찰개혁(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조정)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검찰개혁 이슈로 인해 한국당과 거대 양당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을 후퇴시키는 야합을 할 수가 없어졌다. 대신 민주당은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의 전선을 견고히 구축하면서도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도 기득권을 덜 양보하기 위해 연동형을 원형에서 점점 후퇴시켜왔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200대 100 모델의 100% 연동형 모델 Ⓑ2019년 4월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225대 75 모델의 50% 준연동형 선거법 원안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에서의 250대 50 모델 Ⓓ250대 50에서 비례대표 30석에 한정해서만 캡을 씌워 연동형 적용 등 끝없이 거대 정당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로 후퇴돼왔다. 

3+1(바른미래당 당권파·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 중 대안신당을 뺀 3당이 2019년 12월13일 Ⓓ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가 12월18일에 꾸역꾸역 Ⓓ까지 수용한 뒤 석패율제 도입을 내걸었는데 민주당은 그마저도 의원총회에서 걷어차버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원안에 들어간 석패율제 삭제 Ⓕ비례대표 의석 현행대로 47석 유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기득권을 수호했다. Ⓐ→Ⓕ까지 왔기 때문에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극심하다.

이런 히스토리를 전제하고 현재 민주당의 위성정당 건설 프로젝트를 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녹색당은 18일 저녁 발표한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주도의 허울뿐인 선거연합을 여기서 중단한다. 총투표 이후 3일 간 벌어진 모든 선거연합 논의는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허울뿐인 선거연합이라 판단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어 “녹색당은 선거연합 논의 과정의 돌발 변수들을 예측하였기에 이에 공동 대응하려 미래당과 선거동맹을 맺었다. 두 정당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에 수평 연합 논의와 공개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며 “민주당은 정당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이고 일방적으로 연합정당을 채택하고 독단적으로 소수 정당을 모집하고 전체 논의를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지적하고 후보자 명부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행사하려 했다. 후보자 명부 또한 민주당이 도입한 방식에 따라 검증할 것을 주문했다. 정당 대 정당으로서의 연합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기득권 정치의 전형적 방식과 폭압적 태도”라며 “각 정당의 정강 정책에 대해 공개 토론을 하기도 전에 민주당에서 채택한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할 것을 일방적으로 권유했다”고 정리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도 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한지 이틀만인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비례 연합정당 논의는 중단한다”며 “진보정치세력들 나아가 촛불혁명정신을 계승하려는 모든 정치세력들 간의 연대연합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민중당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들과 억지로 함께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이 녹색당 성소수자 공격과 함께 민중당을 극좌 이념세력으로 몰았던 것에 대해 연합정당 철회로 화답한 것이다.

이경자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후보는 기본소득당의 시민당 참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캡처사진=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

한편, 연합정당 테이블 초기에 녹색당과 미래당보다 훨씬 부정적이었던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은 시민당에 동참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노골적인 민주당 위성정당에 두 당이 참여한 것을 놓고 당원들과 이미 선출된 후보들의 불만이 쌓여있다. 

이경자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후보는 18일 저녁과 19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중앙당의 요청으로 기본소득당 비례대표 후보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세무서에 다녀왔다. 비례 후보 기탁금이 500만원으로 조정됐다. 더 많은 후보를 내도 된다. 그런데 우리 당대표는 왜 저기에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재명 경기지사와 유승희 의원 등)과 기본소득 의제를 놓고 다양한 접촉을 해왔다. 연합정당 국면에서는 미래통합당 심판론이 아닌 ‘의제 연합’을 강조했고 결국 ‘의제의 동등성+홍보의 동등성+결과의 동등성(당선가능성)’ 3대 원칙을 전제한 뒤 시민당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 후보도 용 대표의 결단과 고심을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이 후보는 16일 방송된 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 <비례대표 후보 라이브>를 통해 “최근 며칠 동안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 30년 동안 정당 운동을 해왔다. 내가 시작할 때와 현재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와 같이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소수 진보정당이 현재의 3% 봉쇄조항을 뚫고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은 내 생애 없을 것 같다”며 “현재 벌어진 정국은 여러가지로 해석이 있을 수 있고 나도 그 문제에 대해 다수로 결정한 분들과 생각을 달리 하고 있지만 기본소득 의제가 우리 사회에 너무 절실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 중에 하나로써 논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 오늘 이 후보는 “더불어시민당 아주 노골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임을 밝히고 있다”며 “요즘 뜨거운 기본소득을 의제로 내건 기본소득당이 합류했다. 오로지 기존 정당들의 날개 아래로 들어가서 의제를 홍보할 자유를 얻는 정도? 그것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고 3대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점을 환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