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부결시켜
황교안 대표에 가소롭다
당 분란 방지위해 말 안 하겠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9일 15시 미래통합당(통합당) 공식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2차 수정 명부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됐다. 1시간 뒤 한선교 한국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지만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을 유지했다.

공병호 한국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16일 1차 명부를 확정했지만 통합당의 컨트롤을 받는 한국당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표와 공 위원장은 최대한 1차 원안에 손대지 않고 황 대표가 영입한 인사 딱 4명(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만 당선권으로 재배치했지만 선거인단이 이를 부결시킨 것이다. 

한선교 대표는 좋은 공천 명부를 완성했지만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급하게 마이크를 잡고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내 정치인생 16년 마지막을 정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내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줌도 안 되는 야당의 부패한 권력이 (내가)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황 대표의 주문서대로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난 압박을 받았는데 이날 구체적인 실력행사에 막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이를테면 “통합당에서 불만을 표출했고 그러한 불만은 내게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대놓고 황 대표를 비판했다.

“가소로운 자들”은 누가 봐도 황 대표를 향한 말이지만 기자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한 대표는 부인했다. 사실상 다른 대상을 거론하지 못 했기 때문에 황 대표에 대한 불만이 맞다. 

특히 한 대표는 “어떤 세력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이유로 (당선권에) 끼워 넣고 싶은 인사들이 있다. 그 가소로운 자들이 그것도 권력이라고 자기의 측근을 갖다 박으려는 그런 모습들에 물러서기 싫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오더와 여타 통합당 인사들의 청탁을 나눠서 후자만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누가 봐도 황 대표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한 대표는 황 대표의 오더를 따르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1차 명부를 보니) 참 잘한 공천이라고 생각했다. 열번 넘게 봤다. 괜찮은 공천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적어도 20번 안에 들어가는 명단은 정말 바꾸면 안 된다. 그것까지 바꾼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은 자기 가족이 말리는 데도 자기 직장이 말리는 데도 나를 믿고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고 설파했다.

나아가 한 대표는 “할 말은 참으로 많지만 4월15일 지나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0대 총선처럼 당내 분란으로 우리가 다시 좌파 정부에게 과반수를 넘겨주면 안 되지 않나. 오로지 그런 충정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입을 다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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