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색 키스의 화가 -쿠스타프 클림트 (1862-1918)
“나는 내가 그릴 줄 알고, 데생도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사실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내게 이 두가지만은 확실하다.
첫째, 나의 자화상은 없다는 점이다.

나는 ‘ 작품의 대상’으로서의 나 자신에게는 흥미가 없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관심이 있으며, 색다른 자연 현상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확실히 개인으로서의 나는 그다지 흥미로운 사람이 못 된다.

내게는 볼 만한 별난 구경거리가 하나도 없다. 나는 화가이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그림을 그린다. 인간의 형상과 풍경, 그리고 이따금씩 초상화들을. ”황금색 옷을 걸치고 아름다운 여인과 키스하는 황홀한 포즈, 연인들이 즐겨 찾는 카페의 벽에 걸릴 그림 1순위, 행복한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다.

구스타프 클림트(자료사진=김종근 교수)
구스타프 클림트(자료사진=김종근 교수)

그러나 정작 이를 그린 화가 클림트는 너무나 불행하고 외로웠다.

1862년 오스트리아 빈 보헤미안 출신의 금세공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느 해인가는 크리스마스 때인데도 집에 빵 한 조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궁핍하고 가난했다.

일찍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그의 인생은 충격과 두려움 그 고통의 연속 그 자체였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나 언제나 사랑이 풍부한 남자였다. 무려 수십명의 여인이 그의 품을 거쳐갔다. 심지어 그가 죽었을 때 14명의 사생아 어머니가 아이들 대신 유산상속을 청구할 정도였다.

그의 그림에 한번 모델이 되었던 여성과는 모두 정사를 나눈다는 소문이 난무할 만큼 여성 편력이 뛰어나고 탁월했던 그는 ‘빈의 카사노바’로 불렸다.

그림 잘 그리는 연애 선수인 그에게 이 키스와 포옹이란 주제는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이 모델은 클림트와 빈의 실업가의 아내인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로 추정된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이 모델은 클림트와 빈의 실업가의 아내인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로 추정된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이 모델은 클림트와 빈의 실업가의 아내인 아델르 블로흐 바우어로 추정된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장식성으로 많은 여인을 유혹한 에로티시즘의 대표작 ‘키스’는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 안고 있는 남자의 뜨겁고 강렬한 포옹, 여인의 매혹적인 얼굴 표정이 클림트 작품속에 살아있는 관능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장식성으로 많은 여인을 유혹한 에로티시즘의 대표작 ‘키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몽환적인 분위기와 장식성으로 많은 여인을 유혹한 에로티시즘의 대표작 ‘키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두 남녀를 둘러싼 황금색의 배경과 금색의 나뭇잎 줄기, 화사한 꽃밭에 무릎을 꿇은 아름다운 여인, 남자의 옷에 그려진 패턴화된 기하학적 사각형무늬, 여인의 옷에 수놓은 꽃처럼 화려한 색상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에곤 쉴레 역시 똑같은 그림을 본떠 ‘추기경과 수녀’를 제작할 만큼 ‘포옹’은 큐비스트, 표현파, 초현실주의자 브랑쿠지의 키스까지 화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테마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동양미술을 모은 컬렉터로서 황금색의 비잔틴적 요소와 일본 기모노 디자인 영향을 작품속에서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자포니즘(일본주의.japonism)은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와 많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채색된 슈베르트의 선율’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을 열광케 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는 육체적 욕망이 강렬하고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병적이며 관능적이라는 비난에 혹독하게 시달렸다.

‘에로틱 작가’ ‘변태성욕자의 무절제’라는 이 극단적인 비판은 거장 베토벤을 기념해 만든 30m 대작 ‘베토벤 프리체’도 여론의 격렬한 분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잘린 목을 안고  황홀감에 젖은 유디트의 신기한 기묘한 표정이 압권인 클림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 유디트는 용감한 부인이면서 자상한 절세 미녀로서 그려져 있으며 요한의 목을 벤 살로메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중첩되어 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무늬를 배경으로  반쯤 열린 입술 사이로 보이는 하얀 이. 어슴푸레하게  감기거나  조금 열려 있는 눈과 그 눈동자는 유디트의 미모와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홀로페르네스가 “이 여자처럼 용모가 아름답고 말재주가 훌륭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 말을 상상케 할 정도로 요염하고 섹시하다.    

오른쪽  유방은 다 드러 내놓고 ,왼쪽  유방은 살짝 비치는 옷 사이로 비치게 하여  요염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오른쪽 유방은 다 드러 내놓고 ,왼쪽 유방은 살짝 비치는 옷 사이로 비치게 하여 요염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오른쪽  유방은 다 드러 내놓고 ,왼쪽  유방은 살짝 비치는 옷 사이로 비치게 하여  요염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미래가 그려져 있다” 라고 쓰여진 금색의 이 그림 속에서는 모든 배치가 비대칭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여인의 강한 인상과  풍기는 분위기는 거의 음탕 하다고 부를 정도이다.

그래서 이 에로틱한  성적 분위기의  유디트 그림은 숭고미를 지닌 남자를 파멸시키는 요부의 대명사로 불려진다. 

어딘가 세기말 기분이 충만하며 우수와 음탕. 황홀과 섬세. 무아경과 절망. 그리고 촉각화 된 색채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매혹미를 가지고 있다. 마침내 이 그림은 비인 상류사회 귀부인들의 초상화를 위한 원형이 되었으며 클림트에게 황금빛 시대를 예고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한 쌍의  커플은 고혹적인 키스신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충만 된 인상이 마치 뭉크의 목판화 “키스”를 떠 올릴 정도로 이 작품은 사랑의 깊은 순간과  환희,그리고 절정을 보여준다.

이 한 쌍의  커플은 고혹적인 키스신을 보여주고 있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이 한 쌍의 커플은 고혹적인 키스신을 보여주고 있다.(자료사진=김종근 교수)

1903년 라벤나 여행중 모자이크 기법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태어난  이 걸작은 원래 스토클레 저택 식당을 위한 모자이크 대 벽화의 제작은 클림트로서 생애에 혼신을 다 한 걸작이다.

그는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다해 화려하면서 장식적인 재능을 다바쳐 제작에 참여했고  7미터라는 지극히 긴 세로 화면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그는 <생명나무>를 중심에 두고 그 잎과 가지가 곡선을 그리며 좌우로 뻗어 가는 모티브를 선택하여 포옹의 우아함을 극대화 했다. 

<실현>은 우측 벽면의 주제가 되었고  이 저택은 현재도 훌륭히 보존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이 그림의 백미는  루드비히 폰 헤페지가 말한 것처럼 “그의 장식은 끝없이 변해서 풀어지다가 휘감기고 다시 나선형으로 뱀처럼 구불구불 감기는 ...하나의 격렬한 소용돌이 "라고 묘사했다.

바로 에로티시즘은 클림트 예술의 본질적인 샘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자료사진=김종근 교수)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자료사진=김종근 교수)

1918년 55세, 클림트는 신체 마비와 독감으로 평생의 연인이자 동생의 부인이었던 에밀리에 플뢰게 품에서 죽었다. 그는 죽으면서 “나는 결코 자화상을 그린 적이 없다. 나는 내 자신보다 여성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의 여인 사랑은 지독했다.

클림트의 미술작품은 19세기와 20세기 미술에 걸쳐 전통과 현대. 구상과 비구상 미술에 경계 선상에서 보여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고 ,놀라운 작가로 평가받고 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비난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앞으로는 오직 내 힘에만 의존하겠다”라고 선언 하기도 할 정도로 비난과 극찬 사이를 넘나들었다.

여인의 초상(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여인의 초상(자료사진=김종근 교수)

올 초에는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미술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23년 만인 2019년 12월 미술관 외벽 검은 쓰레기봉투 속에서 발견 되었는데 이 <여인의 초상 > 그림이 클림트의 진품 판정 무려 그 가격이 1288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그림이 이렇게 천문학적인 그림 값에 다다르며 그에 관한 <클림트> 영화, 소설 등을 볼 때 얼마나 그가 아르누보에서 분리파에서 얼마나 주목 받는 작가인가를 극명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너무 짧았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critickim@naver.com

김종근 미술평론가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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