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현실 인식
디지털 성범죄 너무 미온적 처벌
권력자 연루되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으로 지난주 내내 뜨거웠다. 사실 디지털 성범죄로 범위를 국한해서 보더라도 이미 비슷한 사건들(소라넷 →리벤지포르노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등)이 여러 차례 벌어졌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과 대책은 없었다. 

3월27일 오전 10시 국회 주변 카페에서 열린 N번방 대담에 정은혜 더불어시민당 의원,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김소희 대표는 N번방 주범 조주빈이 스스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김소희 대표는 N번방 주범 조씨가 스스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김 대표는 “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2019년 12월 다크웹 사건인데 38개국이 공조해서 범인 330여명을 잡았는데 220명이 한국인이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6개월 신생아도 있었고 인기 검색어가 6~7세 아동이었다. N번방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었다”며 “22만건을 유포한 한국인 운영자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근데 미국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했다는 것만으로 10년 이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주빈이 이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본다”며 “자기보다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도 집행유예가 됐고 텔레그램에 비트코인으로 했기 때문에 안 잡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텔레그램 본사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신상 요청도 거부했는데 날 어떻게 잡아? 이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대표는 걱정이 크다.

이를테면 “한국사회가 너무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관대하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소라넷과 같이 그냥 흘러갈까봐 걱정이다. N번방 사건은 그 수준을 넘어선 범죄다.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깊게 안 보니까. 26만명의 숫자가 들어갔다는 것에 대해 뭐랄까. 보편적인 야동 현상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한겨레와 국민일보 기사를 세 문단만 읽어봐도 더 이상 못 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김 대표는 “음란물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스너프 필름(실제 성행위나 살인행위가 담긴 영상물)을 다같이 극장에서 상영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건인데 이것에 대해 좀... 물론 이전과는 온도차가 커져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너무 한 개인만 부각되면서 26만명도 뭔가 피해자처럼 그려지는 흐름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대담은 70분 가량 진행됐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손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하다”며 “조주빈은 신상공개가 됐지만 사실 그 전에 잡혔던 ‘와치맨’이나 지금 추적 중인 ‘갓갓’이나 한 명 더 있는데 재판받고 있는 이런 사람들의 처벌까지 강력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사실 조주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세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여기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공범이고 이걸 끝내려면 그들을 다 처벌해야 한다. 소라넷이 폐지됐을 때도 운영자 4명이 구속됐는데 1명만 징역형을 받았다. 이걸 반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반 성폭행 사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조두순 사건도 그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상으로도 그게 가능했고. 하지만 주취감형으로 12년형을 받았다”며 “조두순 사건 이후로 30년형(유기징역형 상한이 상향)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실제 그렇게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판검사들의 법적용이 너무 안일하다.

김 대표는 “입법을 강화해놔도 왜 이게 실제 법이 적용될 때 (판검사들이 피고인을) 이렇게 가볍게 처벌되도록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왜 이렇게 최고형을 할 수 있게 해놨는데도 가볍게 되는 것인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솜방망이 처벌의 배경에 대해 정 의원은 “절반 정도로 감형됐을 때 3년 미만이면 다 집행유예로 풀려난다(형법 62조 집행유예와 53조 작량감경)”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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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솔 위원장은 권력자들이 연루됐을 경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손 위원장은 “법원의 인식이 너무 우려스럽다”며 “N번방 사건이 오덕식 판사한테 갔다. 오 판사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다 집행유예나 감형을 해주고 장자연 사건도 잘못 처리한 판사다. 최종범 사건도 오 판사 담당이었다. 이런 사건에서 이런 판사를 배당한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해왔던 기존 판례를 계속 따르는데 그걸 엎지 않는다. 완전 보수적이고 성범죄 관련 인식이 너무 후지다”고 질타했다. 

현재 N번방 주요 가담자들에게 적용될 법률 위반을 다 합치면 징역 45년 정도 된다. 

①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무기 또는 5년 이상)
②강제추행죄(10년 이하)
③협박죄(3년 이하)
④강요죄(5년 이하)
⑤사기죄(10년 이하)
⑥개인정보보호법 위반(5년 이하)
⑦카메라등이용촬영죄(7년 이하)

특히 단순 가입자라고 하더라도 N번방에서 성착취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운영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피해자들에게 별도의 성착취적 요구를 하는 등 방조범을 넘어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으로 의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증거가 충분하다”며 “외국은 피해자수 곱하기를 해서 형량을 정하다 보니 500년 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10년형인데 피해자가 20명이면 200년이다. 죽어도 교도소 안에 시체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굉장히 상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공동정범으로 적극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미 공동정범의 판례가 다 있다. 그냥 지켜본 게 아니라는 판례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공동정범이 되면 정범의 처벌 수위가 N번방에 입장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면 판사들이 과감했으면 좋겠다. 과격하게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과격이나 과감하게가 아니라도 그냥 법대로만 해도 좋겠다. 법대로 해서 최대치의 형량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반응했고 손 위원장도 “한국 법원에서 성범죄 범죄들로 이걸 몇 년 다 합친 방식대로 제대로 되어 본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그게 됐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정은혜 의원은 조씨에 대해 현실과 온라인 세계를 구분하지 못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민중당 당직자 촬영)

정 의원: 나는 조주빈이 찌질한 찐따 같았다. 매우 불쾌했다. 본인 스스로 말했듯이 굉장히 영웅화된 듯 하더라. 왜냐면 온라인에서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면서 갑의 입장에서 있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실과 온라인 세계를 혼동하고 있고 여성들의 삶을 게임 캐릭터나 물건 취급하듯이 했다. 그날(25일 아침) 얼굴을 공개했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요즘 나오는 기사들에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계속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서 불쾌했다. 

손 위원장: 구속되어서 뭘 먹었다는 것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김 대표: (조씨가 학보사 편집장이었다거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 등등은) TMI 중의 TMI다. (지상파와 종편 방송뉴스에 조씨의 신상이 지나치게 보도되고 있는데) 곧 있으면 이제 조주빈의 사상까지 파헸치겠더라. 

정 의원: 제일 큰 문제는 사건의 본질이 자꾸 희석되고 있다. 유명인들(윤장현 전 광주시장/김웅 프리랜서 기자/손석희 jtbc 사장)이 언급됐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게 미성년자 성착취 자체가 굉장히 큰 범죄인데 그 이야기는 금방 사그라들고 사회정치적 갈등이나 남녀 젠더 문제로 옮겨가게 되는 것 같다.

손 위원장: 박사가 구속되고 나서 N번방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국회도 대응하고 정부도 입장내고 이런 것들은 했어야 할 일들을 안 하고 있다가 국민들이 끌고 온 일인데 그 포커스 자체가 정말 이상한 한 사람이 저질렀다고 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26만명이라는 숫자가 물론 중복도 포함되겠지만 오늘 텔레그램 운영자들의 경찰 수사 대비 모의 기사가 올라왔다. 그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그걸 용인하고 있었던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김 대표: 지금 대충 추려졌던 신상을 특정했을 때 인기 스타, 교수, 스포츠선수 등이 있어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하던데 그런 사회적 파장 때문에 이걸 대충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정 의원: 사회적 파장은 높은 분들끼리의 사회적 파장이 있을 것 같은데? (웃음) 

김 대표: 그들의 안전에 파장이 올 것 같다. 정확하게 그들의 사회적 지위에 파장이 오는 거다.

손 위원장이 걱정하는 것은 N번방 가담자들 중에 권력자가 있었을 때 이 사건이 제대로 처벌될 수 있느냐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수십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50여개의 N번방에 들어온 이용자만 중복 포함 26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박사방에 들어온 유료 회원만 1만여명이다.

손 위원장은 “걱정되는 게 고위공직자들이나 고위 검사, 판사들이 가해자들 중에 혹시라도 특정되었을 때 힘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까지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느냐”라며 “N번방은 워낙 많고 조주빈이라는 사람이 덕망이 높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찰이 과감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 혹시나 캐내기 시작했을 때 권력관계에 무릎꿇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실제 검경이 자기 조직이 연루되어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받는 장학썬 사건(장자연·김학의·버닝썬)이 있었다. 

손 위원장은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이런 사건에서는 검경이 정말 눈치를 많이 봤었다”며 “N번방 사건을 끝까지 다 캐내고 끝까지 다 처벌해야 한다. 사실 권력형 비리나 그런 사건이 그냥 유야무야 덮여왔던 걸 너무 많이 봤어서 걱정되고 불안하다. (검경이) 센 사람들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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