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4인가구 100만원 지급
위로와 응원의 의미
2차 추경
전자화폐와 지역상품권
오준호 작가 입장에서 ‘부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재난 기본소득 담론에 문재인 대통령이 호응했다. 가구당으로 지급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곳에 국한시켰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코로나19 경제 대응책이란 게 △세제 혜택 △금융 대출 △기업 중심 등 3가지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주창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선별’과 ‘액수’라는 두 조건이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인가구 기준 100만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단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며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대상 규모는 대략 1400만 가구 4000만명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일반 기본소득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에 고통을 감내한 것에 대한 “위로와 응원” 그리고 “소비 진작용”이라고 용도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의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고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준 데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①재원은 9조1000억원(2차 추경 7조1000억원+지자체 2조원) 소요
②소득하위 70% 가구 선별은 건강보험료 납입 액수에 근거
③1인가구 40만원·2인가구 60만원·3인가구 80만원·4인가구 100만원
④지자체가 이미 활용하고 있는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로 지급

30일 오전 3차 비상경제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3차 비상경제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그 아무리 보수적인 기획재정부라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으니 곧바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신속하게 2차 추경을 (국회에)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이날 14시 즈음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공식화했다. 물론 보수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2차 추경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 재정 여력 비축과 신속한 여야 합의를 위해 재원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기본소득 담론을 이끌어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결단이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등 2권의 관련 책을 집필한 기본소득 전문가 오준호 작가는 30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1인 100만원 얘기도 나오다가 갑자기 4인 100만원이 됐는데 이미 한 달 전부터 재난 기본소득이 거론됐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경제환경이 힘들어져 가고 있어서 이 정도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한 것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처음 요청이 제기됐을 때로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상황이나 각자의 삶의 반경이 열악해진 것을 고려하면 좀 더 그런 상황을 뛰어넘는 제안이 나왔어야 하는데 일단 시간을 많이 끈 것에 비해 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오준호 작가는 시간을 많이 끈 것에 비해 문 대통령의 결단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사진=오준호 작가 페이스북)
오준호 작가는 시간을 많이 끈 것에 비해 문 대통령의 결단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사진=오준호 작가 페이스북)

아래는 오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70%를 선별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보는 것인가?
A:
나는 기본소득으로 다가가려고 했다는 시도 자체나 현재 사태를 직시하려고 했던 어떤 태도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 있겠지만 액수도 열악하고 70%의 선별이라는 것이 결국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차별이다. 그런 비판이 나올 것이다. 7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못 받을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도 아쉽다. 

Q: 액수도 불충분하다고 보는가?
A:
지금쯤 됐으면 보편적이면서도 좀 더 충분한 액수의 제안이 나와야 맞다. 아직까지 세부적인 것은 잘 모르겠는데. 각 지역마다의 재난 기본소득 얘기가 나온 것을 다 통합해서 100만원을 맞추려는 것 같던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지역별로 받으려고 기대했던 것이 있는데 그것과 통합해서 사실상 결과적으로 큰 액수가 아니게 되어 버릴 것이라서. 이 단계에 시작을 하더라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시작해서 향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Q: 아직 결정은 안 된 것 같은데 지자체 정책까지 함께 중복수령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A:
애초에 접근이 정부가 일정한 베이스를 채워주고 지자체는 현장에 디테일한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지자체는 업종, 계층, 상황에 따라 선별 지원을 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보편적으로 베이스를 채우고 거기에 더해 지자체가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해서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인데 그 순서가 바뀐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많지 않은 액수를 국민의 일부만 받게 되면 크고 작은 불만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Q: 기재부와의 타협이 있었다고 보는가?
A:
기재부의 반대에 대한 일종의 타협인 것이다. 4인 100만원 하면 큰 것 같지만 지자체도 지금 많게는 1인 50~60만원을 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정부가 1인 40만원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러한 현장의 제안에 비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결정인 것 같다. 선별적으로 줘야 하고 다주면 안 된다는 이런 도그마가 강해서 아직 70%가 된 것은 그나마 조금 진전된 타협일지언정 그런 도그마를 못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Q: 타이밍도 총선 끝나고 추경이 통과되면 준다고 한다. 그러면 아직도 3주 가까이 남았다.
A:
총선 관련 돈풀기에 대한 걱정인지 그런 것을 우려할 따질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4월 초부터 진행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다. 사실 이제 재난 기본소득 정책이 재난지원금인지 기본소득인지 이름도 좀 교통정리가 됐다. 선별적 재난 지원수당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 현실 상황이긴 한데. 코로나는 장기화될 것이고 설령 감염 증가세가 좀 꺾인다고 할지라도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제활동이 진행될 수 없다는 걸 고려하면 이제 재난 기본소득에서 기본소득을 강조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 기본소득은 당연히 부유층으로부터의 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기본 원칙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 장기적으로는 일상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전기가 되어야 한다. 

Q: 문 대통령의 말 속에 “응원”과 “위로”에 따른 지급이란 대목이 있다.
A:
그건 되게 안 좋다고 보는데. 정부가 설령 현재 주는 돈을 권리 차원이 아니라 필요 차원으로 준다고 하더라도. 원래 기본소득이 권리지만 어떤 필요에 따른 지급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게 이렇게 힘드니까 준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어려운 코로나 사태를 함께 극복해가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생하니까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다같이 방역을 하고 있고 국가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이것은 전 사회공동체 정치공동체의 연대 차원에서 지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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