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제7기 주총 조원태 연임 성공…3자연합 측 제안 전부 부결
포기 모르는 ‘조현아 3자 연합’…장기전 예고
발등에 붙은 불 급한 한진그룹

서울시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서울시 중구 한진그룹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속한 3자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3자 연합(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다툼도 불씨를 남긴 채 장기전 국면에 들어섰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는 데다, 반도건설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세계 항공업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한진그룹은 조만간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제7기 주총 조원태 연임 성공…3자연합 측 제안 전부 부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지난 27일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참석 주주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가결했다. 한진칼 이사 선임안은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주총에는 의결권 행사 주식 총수 5727만6944주 중 주식 수 4864만5640주에 해당하는 3619명(위임장 제출 포함)이 참석했다. 출석률은 84.93%로, 작년 77.18%보다 높았다.

3자 연합은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반대 의결권을 끌어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은 조현아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5%로 총 28.78%였다.

지난 24일 법원이 3자 연합 측이 낸 의결권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승기는 조원태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에 주총 전날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여겨진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가 결정됐다.

한편 이날 조원태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의장을 맡았다. 조원태 회장은 의장인 석태수 사장이 대독한 주총 인사말에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상 과제로 삼아 더욱 낮은 자세로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도 찬성 56.95%, 반대 42.99%을 얻어 선임됐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사외이사 5명 선임안도 과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면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3자 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신규 선임안은 찬성 47.88%, 반대 51.91%로 부결됐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반대 56.52%를 받아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또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등 사외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 선임안도 모두 부결됐다.

이날 이사 선임 안건 표결에 이어 3자 연합이 제안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 관련 ▲이사의 선임 관련 ▲이사의 자격, 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관련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모두 부결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포기 모르는 ‘조현아 3자 연합’…장기전 예고

한편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조원태 회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3자 연합이 ‘항복’하지 않으면서 양 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는 데다, 반도건설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기 주총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앞으로 의결권 있는 지분을 더하면 이미 조 전 부사장 측은 42.13%를 확보한 상태다. 조 회장 측(41.14%)은 국민연금(2.9%) 등을 더하면 여전히 우세하다.

다만 조 회장의 ‘백기사’인 델타항공(14.9%)이 코로나19 위기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지배구조 개선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정관 변경안이 지난 27일 주총에서 부결됐다. 변경안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 못하도록 했지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편 3자 연합은 주총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저희의 부족함과 현실적 장벽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선 제안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기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많은 주주 분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주주로서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맺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5년이다. 주총 이후 전개될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3자 연합 측과 조원태  회장 측은 지분을 꾸준히 추가 매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KCGI와 반도건설은 지분율을 각각 18.74%, 16.9%까지 끌어올렸고, 조 회장 측도 우군 델타항공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로 늘렸다. 이로써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2.13%,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42.39%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발등에 붙은 불 급한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세계 항공업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조만간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매각을 공언한 대한항공의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 등을 비롯해 추가로 유휴자산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급한 불은 코로나19발 위기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급감했다.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그나마 유휴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나르며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절감을 꾀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이 워낙 크다.

이 가운데 한진은 코로나19에 따른 일각의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의 채무보증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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