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선거만 갔는가
너무 시간없고 선대위원장으로 국한
주류 세력 인적쇄신
정책 담론 띄우기
황 대표와 엇박자
수도권과 중도 민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래통합당(통합당)이 삼고초려 끝에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데려왔다. 황교안 대표가 아래로는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위로는 보수통합을 완료했지만 총선 판도에서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합당 선대위 출범식도 전혀 주목을 끌지 못 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을 끈질기게 불러들였다. 김 위원장은 3월초 황 대표의 러브콜을 거절한 바 있지만 황 대표가 직접 종로 구기동 자택을 방문해 원톱 선대위원장직을 재차 제안하자 승낙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다시 한 번 선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월28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그분은 이기는 선거를 하는 분이다. 그동안 사실상 민주당 정권을 만드는 데에도 일조를 하고 박근혜 정권을 만드는 데도 일조를 했다”며 “이분은 선거판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우리(통합당) 선대위 체제는 야당으로서 판을 흔들지 못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김 위원장이 오면 이 (문재인 정부의)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그냥 돠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통합당이) 보수우파의 통합을 넘어서 중도로까지 지평을 넓히면서 중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보다 기존의 인식을 파격적으로 깨버릴 수 있는 그런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인물로는 그런 아무런 혁신을 이야기해도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킹메이커의 이미지를 갖고 있을 만큼 선거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성공으로 이끈 경력이 많다. 대표적으로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해 경제민주화 전략을 구사해서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켰고, 2016년 1월에는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강적들> 진행을 맡고 있는 김성경 진행자는 김 전 원내대표에게 “여태까지 이겨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길 것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고언했다.

나아가 김 진행자는 “김 위원장이 중도의 표상이 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김 위원장이 중도를 대표하느냐라고 이야기한다면 대부분의 중도에 계신 분이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률이 100%인 것은 맞는데 정말 잘 해서 100%인가. 아니면 이길 선거에만 갔느냐.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은 이길 선거만 갔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물론 김 교수는 “지금 야당이 들어야 할 지적은 야당이 보이지 않고 메시지를 내지 않고 언론을 다룰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내고 언론을 다루는 데 그래도 능숙한 분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며 김 위원장의 강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영호남은 보수와 진보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편이지만 수도권은 그렇지 않고 그야말로 민심의 바로미터다. 수도권 민심을 잡는다는 것은 선거 성패의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공략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선거운동이 위축된 만큼 김 위원장과 같이 언론 카메라에 노출 빈도가 잦고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김 위원장의 역할이 통합당에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금 통합당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도 많다. 

과거의 영광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 위원장은 △기존 정당의 주류를 형성한 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칼질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정책 담론 띄우기 등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선거에서 강했다. 

일단 과거에 김 위원장은 친박이든 친문이든 가리지 않고 인적 쇄신을 강행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이 있었다. 나아가 해당 정당의 이미지와 전혀 부합하지 않을 것 같은 시그니처 정책을 전면에 내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었다. 당시 당의 대주주였던 박근혜와 문재인의 부름을 받아 비대위원장으로서 보수정당임에도 경제민주화를 내걸었고, 대대적인 칼질을 할 수 있는 파워가 있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집권 세력이 지지부진할 때 야당이 뼈를 깎는 쇄신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어 표를 줄만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캡처사진=TV조선)

하지만 지금은 이미 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끝났고 3월27일부로 총선 후보 등록 절차도 마무리됐다. 재정건전성 신화에 집착해온 보수정당의 정책 도그마를 깨기에도 역부족이고 황 대표와의 정책 대안 엇박자도 부각되고 있다.

황 대표는 “시원한 경제 비전을 드릴 수 있도록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되살리는 큰 대업을 이루도록 하겠다”며 김 위원장 영입의 의미를 규정했지만 경제 비전의 단일화가 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요일(29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올해 국가 예산 512조원 중 20%를 코로나 경제 대응 예산으로 돌려서 100조원을 마련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22일) 황 대표는 소상공인 400만명에게 최대 각각 1000만원의 긴급구호자금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코로나 채권’을 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렇게 큰 경제 대안을 제시하는 것임에도 두 컨트롤타워 간의 정책 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공식 논평을 내고 “얼마전 황 대표는 40조원의 채권을 발행하여 재정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했는데 김 위원장의 주장과는 충돌되는 것”이라며 “어느 것이 미래통합당의 당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정부 예산 512조원에는 지방교부세 52조,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누리과정 지원 예산 60조, 공무원 인건비와 각종 사회보장지원금 등 의무지출 예산이 약 260조로서 전체 예산의 50%를 넘는다. 이런 현실에서 어디서 100조를 빼올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의무 지출을 뺀 나머지 250조 예산에서 100조원을 조정해서 코로나19 대책에 쓴다면 결국 국민들에게 지출돼야 할 다른 돈을 돌려서 코로나 대책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총선까지 2주 남았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코로나 대안 기자회견을 열고, 바로 황 대표의 종로 선거캠프에 방문하고, 31일에는 강남·동대문·고양·김포 등 통합당 수도권 지역구 후보를 연달아 방문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만큼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수도권에만 121곳(서울 49+인천 13+경기 59)이 집중돼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을 잡아 승기를 잡았듯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제 심판론’ 정서를 수도권에서부터 띄우려고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1일 오전 서울 동대문 갑과을 허용범·이혜훈 후보를 지원 방문했고 “최근 코로나 사태로 집에 많이 계시기 때문에 오히려 신문 방송 등을 통한 정보에 관심이 많아진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여론이 저절로 형성되고 이것이 서울시 전체의 여론, 수도권 전체의 여론으로 자연스레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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