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사장 체제로…평사원 입사 33년 만에 CEO로
유료시장 1위 수성, 무선 1위 등극 등 과제 남아
구현모 대표이사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

광화문 KT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광화문 KT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KT의 새 수장 구현모 KT 사장이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계열사 43개, 임직원 6만여명에 달하는 KT는 6년 만에 황창규 회장에서 구 사장으로 선장을 바꿔 2023년 주총까지 3년간 새로운 항해를 떠나게 됐다.

한편 ‘구현모호’는 난항 중인 유료방송 인수·합병 문제와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만년 2위 통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KT 구현모 사장 체제로…평사원 입사 33년 만에 CEO로

KT의 수장으로 내부 출신인 구현모 대표이사가 지난 달 30일 정식 취임했다. 구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황창규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바 있지만 정식 취임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확정됐다. 구 대표는 오는 2023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간 KT를 대표한다.

구 대표는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3년 만에 CEO가 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자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2년만의 내부 출신 사장이다.

구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경영과학 석사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실제 구 대표는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회사의 성과를 강조하는 실용주의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표이사 '회장'을 '사장'으로 낮춤으로써 과도한 권위를 없앴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 선임에서 유력한 경쟁자였던 박윤영 부사장의 사장 승진으로 경쟁자를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9부문·5실·1원·1소였던 조직을 7부문·3실·1원·1소로 재편하며 무거웠던 KT의 덩치를 가볍게 하는 조정을 거쳤다.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 17일과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 관계자(애널리스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그룹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구조개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다”며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 대표가 새로 키를 잡으면서 외풍에 시달려온 KT가 내부의 힘을 결집하며 성장의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KT는 이날 주총에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으며, 이날 주총에 부의된 ▲ 정관 일부 변경 ▲ 대표이사 선임 ▲ 제38기 재무제표 승인 ▲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 이사 보수한도 승인 ▲ 경영계약서 승인 ▲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등 8개 안건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2019 회계연도 배당금은 주당 1천100원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4월 22일부터 지급된다.

KT는 3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KT)
KT는 3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사진=KT)

유료시장 1위 수성, 무선 1위 등극 등 과제 남아

KT의 새 수장이 된 구 대표로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최근의 통신사-케이블TV 간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이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 품으로,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가 SK텔레콤 품으로 안착했다. 이와 함께 이들 사업자들은 상당수 가입자를 가져가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KT가 딜라이브나 현대HCN 등의 인수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KT의 발목을 붙잡던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된 법안이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명확한 컨센서스(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업계에서 기업 인수 등은 조금 미뤄지는 분위기지만 심화되는 경쟁을 감안하면 언제든 인수합병을 결정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와 더불어 구 대표는 1등 'KT'를 부각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KT는 실제로 구 대표의 활약에 힘입어 그동안 유료방송(IPTV)로는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오리지널 컨텐츠 등에 힘입어 올레TV를 키우고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미디어 감각을 인정받아 왔다. 다만 쫓아오는 경쟁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따돌릴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평가다.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지난해말 기준 KT가 835만명으로 1위다. 뒤를 이어 SK텔레콤이 519만명, LG유플러스가 447만명으로 격차가 있는 편이다. 유료방송의 경우 SK텔레콤이 동영상 플랫폼 웨이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가입세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5G 가입자 확보로 인한 무선사업 1위 달성도 또 하나의 숙제다. 지난해 기준 5G 가입자는 SK텔레콤 208만명, KT는 142만명, LG유플러스는 116만명이다. 5G 가입자에서 SK텔레콤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T는 이달 초 갤럭시S10의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하면서 가입자수를 늘리려는 공격적인 영업을 벌인 바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곧 정책을 따라왔지만 KT가 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KT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풀어야할 과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 KT가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나서거나 아예 케이뱅크와 BC카드 등 금융계열사 매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신임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신임 구현모 대표이사가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구현모 대표이사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

구현모 대표이사는 별도 행사 없이 주주총회가 끝난 후 사내 방송을 통한 취임사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구 대표는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취임사에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는 기업,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약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바꿀 것은 바꾸자'는 내부 혁신을 통해 KT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사업 질을 향상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구 대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5G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다른 산업 혁신을 이끌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임 사내이사에 기업부문장 박윤영 사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부사장이 선임됐고, 사외이사에는 강충구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자회사 대표 인선도 마무리됐다. KT는 지난해 2월 초 송경민 KT SAT 대표를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KT스카이라이프에 김철수 KTH 사장을, KTH에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을, KT텔레캅에 박대수 KT 사업협력부문장을, BC카드에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을 임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