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문재인 수호에 방점
왜 지지율 떨어지나
정의당 청년 정치인
조국 반성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 조국 반성문(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쓴 당내 청년 정치인들에 대해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는 데에 조국 반성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이사장은 3월31일 저녁 방송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라이브 뷰>에서 “마음이 아파서 비평을 못 하겠다. 전 (정의당) 당원으로서 나도 한때 당원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동안”이라고 운을 떼며 “왜 최근에 와서 (정의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질까. 만약 그것이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면 그렇다면 작년 연말에 떨어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거기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근데 엉뚱하게 청년 후보라는 분들이 모여가지고 반성문 공개적으로 쓰는 것 이런 걸 보면서 왜 과학적 분석을 하지 않을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청년선거대책본부장(청년정의)은 3월25일 열린 청년정의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 했다”고 반성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019년부터 ‘더 이상 군소정당이 아닌 유력정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유력정당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장 본부장은 당시 선거제도 개혁 정국과 맞물려서 더불어민주당 친문 세력(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봤다는 맥락을 설명했고 그게 착각이었다고 결론내렸다.

장 본부장은 “사회의 약자들을 더 잘 대변하기 위해서는 정의당이 더 크고 더 영향력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힘을 갖기 위해 이번 한 번만 타협하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약자들을 대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지만 “정의당은 힘이 없으니까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여러분께서 정의당을 믿고 지지해주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의당 청년선대본은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문을 이야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정의당 내부에 이런 관점은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느냐의 문제였지 조국 사태 때부터 존재했었다. 그 대표 주자가 평당원 신분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 전 교수는 현재 명백한 친문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진 전 교수는 채널A <외부자들> 고정 패널로서 2016년 1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진영의 공격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 진 전 교수도 조국 사태에서는 참기 어려웠고 임계점을 넘어 둑이 무너지듯 친문 세력에 대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이 작년 9월7일 고심 끝에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안 올리기로 결정하고 “사법 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진 전 교수는 정의당과 진통을 겪으며 탈당했다.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2월16일 출고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국 사태로 표현되는 공정의 문제가 있다. 도대체 누가 이 불공정을 해결해 줄 수 있나. 민주당이 못 한다는 건 판명이 났다”며 “(정의당이 조국 사태 때 보인 행보는) 뼈아프다.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개혁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성찰할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의당 입장에선 청년들이 제기한 불공정 문제의 한 축과 검찰개혁이란 또 다른 한 축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정치적으로 강요받았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 부대표는 진 전 교수의 고언에 대해 “마음을 이해한다. 소중한 비판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조국 사태 이후 청년들에게 말 걸기가 어려워졌다.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앞으로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존중했다.

조국 사태 당시 전국민이 서초동과 광화문 둘로 갈라졌지만 그 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국민들도 많았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고 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됐던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관련 여론조사들을 훑어보면 대부분 반대와 찬성 흐름이 6대 4로 일관적이었다.

김 부대표는 “항상 또 다른 대의에 밀려 나중의 문제로 치부되던 불공정의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해야만 한다는 걸 모두가 절감하게 됐다”면서 조국 사태에서의 교훈을 부각했다. 

나아가 김 부대표는 “(데스노트가 명성을 떨친 이유가) 조 전 장관 때처럼 단순히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 상식에 부합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당시 행보가 아쉽다. 조국을 찬성했던 정의당이 과연 향후 보수정당이 집권했을 때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비판할 수 있겠나. 힘들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장 본부장의 반성문이 공개되던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이) 이제야 제 자리로 돌아온다”며 “조국과 각을 세우면 득표에는 불리할 것이지만 할 수 없다. 진보의 원칙과 가치를 몇 석의 의석과 바꿀 바에는 차라리 다 민주당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움직이는 스윙보터나 무당층보다 결집된 친문 세력 또는 민주당 지지그룹이 정의당에 주는 표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유 이사장은 정의당의 행보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그래서 유 이사장도 “여러 경로로 내가 보는 이번 선거의 전망과 정의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나 지역구 득표율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 그것이 무엇이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수록 득표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인지를 내 개인적으로 충분히 전달을 했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며 “선거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초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 보다 ‘야당 심판’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결과가 4대 5 정도로 집계됐다. 

심 대표도 그 지점을 인식하고 있다. 

심 대표는 3월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 청년 정치인들이 조국 반성문을 쓴 것과 관련 “누누이 말했지만 정의당 내엔 조국 장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치열한 언쟁도 했다. 그렇지만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공조를 위해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때도 지금도 우리 당원들 중 특히 청년 당원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다른 의견이 많이 있고 나는 당내 청년들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은 정의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표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진 전 교수도 그 점을 알고 있지만 정의당의 길이 당장 선거에서 의석 몇 석을 더 얻는 것보다 진보의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 이시장의 입장은 현실적인 선거 유불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 수호에 기울어 있다. 

유 이사장은 “정의당이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당 지지율이 10%에 육박하고 가상 여론조사에서 보면 비례대표 득표율을 15%까지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조건이었다”며 현재 하락세인 배경을 두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가 사방에 널려 있고 직접 조사하지 않아도 언론사에서 한 조사 데이터들을 입수해서 그 세부 분석을 해보면 정의당 지지율이 왜 가라앉고 있는지 석달 전에 정의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던 분들이 왜 다른 당으로 떠났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증거에 입각한 이게 과학적 태도인데 그 점이 되게 아쉽다는 총평만 한다.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이사장은 2018년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유 이사장은 2018년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친노 인사들(故 노무현 대통령) 중에 진보정당 건설의 꿈을 갖고 있던 유 이사장은 정의당의 오랜 당원(2012년~2018년 6월)이었다. 유 이사장은 개혁국민정당과 통합진보당 실험을 감행했던 주역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의 공세를 방어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유 이사장은 2009년 이명박 정권과 보수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아 노 대통령을 떠나보낸 뒤 그런 정서가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책 ‘왕따의 정치학’에 담고 있는 메시지와 같이 문재인 정부를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가리지 않고 작정하고 왕따시키고 공격한다는 일종의 가설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조국 사태에 이르러 그런 확신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유 이사장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당시 출연 중이던 jtbc <썰전>을 통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고 이는 정의당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사실상 소득주도성장론을 벗어나 규제완화의 혁신성장에 기울고 있을 때 비판을 많이 했지만 유 이사장은 그러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그 즈음 정의당 탈당을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유 이사장은 선거 유불리 이전에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서 도저히 조국 반성문을 수용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정의당을 탈당했고 총선을 앞둔 정의당의 행보에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 진보 정치의 원칙에 부합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두고 볼 일이다.

장 본부장은 1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정의당다운 게 무엇인가라는 점에 있어서 그 어떤 순간에도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관점에서 모든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며 “그것에 비추어 보면 지난 조국 전 장관의 임명 당시에 정의당의 모습은 과연 정말로 가장 불평등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관점이었던 것인가 그 점에서 저희가 분명히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 청년정의의 이름으로 사과를 드리고 앞으로 훨씬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저희가 응당 있어야 할 곳에서 응당 해야 할 얘기들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장 본부장은 “(당내에서 왜 갑자기 조국 얘기를 꺼냈냐는 비판을 받았는지) 받았다. 걱정을 많이 끼쳤는데 그 걱정을 끼쳐드리고 또 이제 마음 어렵게 해드린 부분들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저희 청년 정치인들의 관점에서는 필요한 말씀을 꼭 드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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