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HDC 현대산업개발)
HDC 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HDC 현대산업개발)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급락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부담이 커진 데다 경영난을 극복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기준 약 11조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채무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 경영난 악화일로…HDC현산 인수에 차질 빚을 듯

2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 측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기를 겪자 산은과 수은측에 금리 인하, 상환 연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원 요청을 한 바 없으며, 상황이 바뀐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접촉이 있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하면서 인수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현산은 HDC가 아시아나항공에 1조4700억 원을 유상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으로 하여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대상 차입금 상환에 1조1700억 원을 쓰도록 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 시기를 이달 7일로 공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자금납입일을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경우에 따라 아시아나 유상증자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아시아나측은 "유상증자의 선행 조건인 중국 등에서 진행되는 기업결합심사가 코로나 영향 등으로 지연되면서 유상증자 일정을 미룬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산은은 "당초 매매 계약에서 유상증자 시기가 4월 7일이 아니라 거래 종결 선행조건 충족 등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산 측은 이달 말 유상증자금 납입을 마치고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건설경기 역시 코로나 사태의 유탄을 맞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산이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는 것이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아시아나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경영 악화 아시아나항공 채무 ‘11조 3800억원’

한편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795.11%를 기록했다고 한국거래소는 2일 밝혔다.

아시아나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가장 부채비율이 높았다. 자본총계는 6300억원인데 채무 규모가 무려 11조3800억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연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14.85%였지만 지난해 두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부터 리스회계 기준이 변경되며 부채 비율이 급격하게 늘었다.

2018년까지만 해도 금융리스만 자산 및 부채로 인식하고 운용리스는 비용으로 인식했지만, 지난해부터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운용리스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항공운송업에 속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최대 238.6% 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1대당 가격이 1000억원 이상인 만큼 대부분 항공사는 리스를 통해 기단 확대를 꾀한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아시아나 항공)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아시아나 항공)

최악의 경우 HDC현산 아시아나 포기할 수도

현산은 이달 말 유상증자금 납입을 마치고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HDC현산과 산업은행이 매각대금 납입 등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면서 유상증자 등 후속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건설경기도 악화하는 상황에서 모기업이자 자금줄인 현산이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가는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천179억 원에 달했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경영악화를 이유로 대표·임원 월급을 60∼100%까지 반납하는 등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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