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감정노동자
집단 감염될 수밖에
민생당에 찾아간 이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바로 끊기 마련이다. 그냥 끊으면 다행이지만 온갖 욕설과 성희롱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육체적 노동자에 버금가는 극강의 노동환경에 놓여있다. 고통스러운 감정노동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시 구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소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났는데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 수원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휴먼콜센터의 상담원 좌석마다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12일 밝혔다. 휴먼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휴먼콜센터의 상담원 좌석마다 가림막을 설치했다. (사진=수원시)

3일 오전 국회에서 민생당과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간의 정책 의견서 전달식이 진행됐다. 콜센터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서가 전달됐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서비스 분야 감정노동자는 이미 800만에 이르고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감정노동자들의 노고없이는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아직도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괴롭힘을 경험하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실태조사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 회사의 지나친 친절 요구, 무분별한 책임 전가, 우리 소비자의 그릇된 인식 등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센터 노동자는 보통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와 소비자의 민원을 듣기 위해 전화를 받는 인바운드 둘로 나뉜다. 영업과 고객 상담 등 사무직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그야말로 노동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감정을 숨기고 항상 밝은 목소리로 고객을 응대해야 하고 윗선의 성과 압박에도 시달린다. 인력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서 하루종일 말을 하는 직종이라 코로나 집단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손 위원장은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정치”라며 “감정노동자들의 권익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생당이 앞장서겠다. 오늘 맺게 되는 정책 협약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엄마와 자식일 수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내겠다”고 공언했다. 

왼쪽부터 문정선 대변인, 정혜선 코로나 대책본부장,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황규만 사무총장,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민생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은 정혜선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으로서 그동안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민생당과의 정책 협약도 그래서 가능했던 것인데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저희들은 정치에 별로 관심없었다. 정혜선 회장이 감정 노동자에 관심을 갖고 저희들과 일한지 거의 10년 된 것 같다”며 “감정노동자는 또 다른 우리의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컨택센터를 포함한 감정 노동의 현장을 샅샅이 훑고 그들이 진짜로 뭘 필요로 하는지 직접 마음으로 느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진짜 국회에 들어가서 우리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준다면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어서 정책 의견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자는 약 860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수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굉장히 많은 인원”이라며 “감정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직종이 바로 콜센터 상담사다. 콜센터 상담사는 전국에 약 3000개소가 있고 거기에 40만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2017년에 직업건강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콜센터 상담사들은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이 많고, 또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흡연, 비만, 수면 장애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콜센터 상담사들의 건강 보호가 시급하다”며 “얼마 전에는 콜센터 상담소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했고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한 건강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가 전달한 정책 방향은 △합당한 보상 △사회적 인식 개선 △소속감 보장 △전문성 확대 △독립된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등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