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에 ‘신규자금 투자 불가’ 밝힌 마힌드라
결국 정부에 손 벌린 쌍용차…예병태 사장, 정부에 지원 요청
쌍용차 "경영쇄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생존 위기에 처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규투자 철회를 선언하며 독자 생존을 요구했다.
 
쌍요자동차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기존 투입하기로 했던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2022년 흑자전환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 물거품이 됐다.

5천명의 일자리를 품고 있는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가 인수한 지 9년 만에 다시 파산과 회생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한편 쌍용차는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자금지원 차질에도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쌍용차에 ‘신규자금 투자 불가’ 밝힌 마힌드라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마힌드라는 이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자본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회사 회생을 위해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앞으로 3년간 5000억원(약 4억600만 달러)의 자금 투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애초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내고, 쌍용차가 10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1700억원의 정부 및 한국 금융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마힌드라는 최근 신규자금 투입이 불가능하다며 약속을 철회했다.

마힌드라가 입장을 바꿔 쌍용차에 독자 생존을 요구한 배경엔 쌍용차를 끌고 가기엔 역부족인 상황까지 내몰린 마힌드라 내부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아이티(IT)·금융, 우주 등 여러 영역에 진출해 있지만, 그 중심은 총매출의 96%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농기계 사업이다. 대부분 인도 내수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문제는 2016년 이후 인도 경제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는 점이다. 인도 경제성장률은 해마다 1%포인트씩 낮아지더니 지난해 4분기엔 4%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마힌드라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쌍용차가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8년 동안 2016년 한해만 빼고 모두 영업손실을 낸 것도 이번 결정의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해 쌍용차 영업손실 규모는 2800억원 남짓이다.

마힌드라 등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쌍용차의 독자 생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00억원으로, 지난 한해 종업원 급여로 나간 지출(4300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2540억원에 이른다.

차량 판매가 급격히 늘지 않는 이상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한 셈이다. 쌍용차 판매량(반조립품 포함)은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안팎 줄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힌드라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하거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출자전환과 자본 출연 등의 과정을 거쳐 대주주가 되지 않는 이상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어울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가 평택공장 조립라인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가 평택공장 조립라인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결국 정부에 손 벌린 쌍용차…예병태 사장, 정부에 지원 요청

한편 쌍용자동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요청한 자금지원이 불발되자 정부와 금융권에 구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정부 측도 쌍용차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국지엠(GM)에 81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해준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KDB산업은행이 2대주주였던 한국지엠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6일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보내고 노동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 지원 요청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 측은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문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언론 등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하냐'는 질문에 "마힌드라 그룹이 4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쌍용차도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이 상황에 따라서는 쌍용차에 추가적인 금융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18년 부도 문턱까지 갔던 한국GM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준 전례가 있다. 하지만 '쌍용차와 한국GM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 주주였던 것과 달리 쌍용차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다르다. 2대주주로서 지원했던 한국GM에도 '혈세를 퍼줬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쌍용차의 경우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마힌드라 그룹 로고 (사진=마힌드라)
마힌드라 그룹 로고 (사진=마힌드라)


쌍용차 "경영쇄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

아울러 쌍용차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재 미래경쟁력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는 6일 평택공장 직원들에게 배포한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정부와 대주주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던 계획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 대표는 "마힌드라의 자금 지원 철회가 직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신도 이번 일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도 역시 21일간 전면봉쇄라는 유례없는 조치가 내려졌으며 마힌드라 그룹 역시 설립 최초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자금 경색에 내몰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예 대표는 "마힌드라 그룹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300억원이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니라 향후 3년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며 "회사는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는 무엇보다 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으로 추진 중인 복지중단과 임금 삭감 노력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앞장서서 혼신의 역량을 발휘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지금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해 있다.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로서 현재 위기 상황이 도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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