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부동산 거래절벽 심화…집값 하락세도 본격화
집값 불확실성 증가에 서울 전셋값 더 오른다
얼어붙은 주택시장…'공시가격 인하' 목소리도

강남 3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강남 3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집값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거시경제 악화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시작된 아파트 거래절벽이 현상이 확대되면서 서울 집값은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집값 불확실성이 겹치면서서울 지역의 아파트 값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서울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된 반면,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등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집값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급증한 데다,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강남권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둔화하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발 부동산 거래절벽 심화…집값 하락세도 본격화

8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1분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7357건으로 직전 분기(3만2605건) 대비 46.8% 감소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 비중이 큰 강남3구의 거래량은 같은 기간 5105건에서 1431건으로 무려 72%나 감소했다.

거래량이 줄어들고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관광세를 유지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강남3구를 시작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줄곧 상승하다 39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강남(-0.16%)ㆍ서초(-0.17%)ㆍ송파구(-0.12%) 등 강남3구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15억 초과 단지 위주로 가격이 떨어지며 전주에 비해 하락폭이 확대됐고 이는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추세다.

서울 25개구 중 14개구 집값이 상승세를 멈추거나 하락 전환했다. 마포구(-0.02%), 용산구(-0.01%), 성동구(-0.01%)를 비롯해 성북구(-0.03%), 광진구(-0.02%), 강동구(-0.01%), 종로구(-0.01%), 중구(-0.01%), 성동구(-0.01%)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제 강남3구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매물들이 조금씩 나오는 추세다. 서초구 반포리체(전용면적 84㎡)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1억~24억원 수준에서 실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18억~19억대 매물이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는 “다만 실제 시장에는 시세보다 급격히 낮은 매물들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서울 전 지역의 매매가 하락세 기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 밀집 지역 (사진=중앙뉴스 DB)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 밀집 지역 (사진=중앙뉴스 DB)

집값 불확실성 증가에 서울 전셋값 더 오른다

이 가운데 서울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된 반면,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등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4억3908만원)부터 매달 상승해 지난달 4억6070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2억3347만원으로, 지난해 9월(2억2355만원)부터 지난달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오름세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전셋값은 평균 6억6797만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 통계도 비슷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달 4억5061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4억500만원을 돌파했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임대주택시장은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와 달리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집값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급증한 데다,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주택 대출금이나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집주인들은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바로 옆 단지인 청담자이(전용면적 82.95㎡) 전세 물건은 13억~14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올해 1월 같은 평형 전세매물이 12억60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1~2개월 사이에 최대 2억원 가량 상승했다.

월세나 반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1만2492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반전세(1506건)는 12%로 나타났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강남4구에서 반전세 비율은 총 임대차거래 3747건의 19%(703건)까지 확대됐다. 전월세 거래 건수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등 전월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계약 건이 등록되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과 반전세·월세 계약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집값 불확실성 가중으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얼어붙은 주택시장…'공시가격 인하' 목소리도
 
강남권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둔화하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가격 규제책과 경기침체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에는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집값별로 차등 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세 9억∼15억원 공동주택은 현실화율을 70%까지, 15억∼30억원대는 75%까지, 시세 30억원 이상은 80%까지 올리기로 했다.

청원인은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 개 지표에 연동된 준조세 부담이 증가하여 중산층의 생활이 쪼그라들게 된다.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토부와 기재부는 보유세 폭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였을 것"이라며 "그 분석의 주체 및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지 공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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