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집으로의 귀환 - 색채와 입체의 한경원"

 

집을 목수보다 더 잘 짓는 화가가 있다. 그녀는 바로 여류작가 한경원이다.
집을 목수보다 더 잘 짓는 화가가 있다. 그녀는 바로 여류작가 한경원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집을 목수보다 더 잘 짓는 화가가 있다. 그녀는 바로 여류작가 한경원이다. 자연을 소재로 집을 짓는 그녀는 집이 마을이되고 마을이 국가가 되는 평범한 진리를 갤러리를 찾는 이들에게 그녀만이 갖고있는 예술적 가출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한경원 작가가 말하는 공동체가 함께 어울리고 조화롭게 화합하는 조형적인 공간으로서의 집으로 우리 모두 들어가 보자. 

(마드리드를 기다리며=한경원 작)
(마드리드를 기다리며=한경원 작)

▲"자연에서 집으로의 귀환 - 색채와 입체의 한경원"

미술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생각과 진정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에 있다.

그런 아름다운 희열과 사색을 조용히 넌지시 건네주는 여류작가 그녀가 한경원이다. 그녀의 집이 있는 풍경의 작품을 대할 때 난 격하게 아주 특별한 시각적 즐거움이 그곳에 있음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면 그 시각적인 즐거움의 원천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집이었고, 또 하나는 그가 지어놓은 낸 집의 색채와 구성이 너무나 멋지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연을 산책하면서 얻은 느낌과 그 인상, 그리고 거기서 끝없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화폭에 담아왔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산책이고 산책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산책은 하나의 일상이다. 질서정연하지 않은 자유로움. 꽃과 잎의 살랑거림, 나무와 숲의 공간. 자연의 고요한 리듬을 표현한다.” 작품을 하면서 남겨둔 그녀의 비밀스런 작가노트는 얼마나 그녀가 자연을 거닐면서 그들과 속 깊은 교감을 나누고 또 자연이 그에게 어떤 예술적 영감을 주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물이 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제 자연에서 비켜나 집으로 시선을 옮기고 발길을 돌린 것이 궁금하다. 그러나 집으로의 귀환은 그녀가 자연을 결코 버린 것이 아니며 자연을 떠나온 것은 더더욱 아닌듯하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연을 벗어날 수 없으며, 전적으로 자연에 빚지고 있음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녀의 변신은 특별함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자연에서 머물다. 집으로의 잠시 귀환, 돌아온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예술적 가출에 해당한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마치 집을 짓는 건축가처럼 흥미롭게 그리고 컬러풀하게 목수보다 훨씬 잘 짓는 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녀의 집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캔버스 화폭에 한지로 칸을 세우고, 콜라주 하듯 덧붙여 서로 다른 색을 입히고 그 부드러운 한지가 중첩된 상태에 또 다른 집을 지으면서 마침내 파노라마 같은 풍경 집을 완성 시킨다.

한경원 작=유년의 기억
한경원 작=유년의 기억

하나 둘 집이 늘어난 집들이 끼리 끼리 모여 이내 마을이 되고 멋들어진 하늘에서 본 거대한 촌락으로 자리한다. 특이한 점은 집들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옆에서 본 집 모양과 위에서 본 모양의 집 등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해석 해보면 평면과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를테면 새의 눈으로 본 버드 뷰(Bird view)즉 부감법으로 형성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그녀의 주요한 관심은 바라다본다는 “시선”이 매우 중요하다. 그 대상을 어떻게 바라다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녀가 이전의 ‘바라보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숲…저 너머에’ ‘숲…마음이 순환하는’ ‘산책일지’ ‘숲…머물다’ 등에서 보여지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고집과 시선도 읽혀진다.

사실 집의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다른 공간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새로운 공간, 즉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녀의 내면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기억, 그리고 그 추억을 불러내어 화폭에 옮겨내는 일인 것이다.

한경원 작=장충동집
한경원 작=장충동집

그녀는 그것을 곧 잘 “내면의식의 흐름의 이미지화” “내 마음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그와 같은 작가가 떠오른다.

한경원처럼 익숙한 삶의 주거공간인 집을 다루는 세계적인 작가 서도호는 <집>연작을 통해 익숙한 삶의 공간인 집을 입체로 설치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은 동서양의 문화 충격적인 명백한 상징으로서의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로서의 공간 집이다.

그러나 한경원의 공간은 공동체가 함께 어울리고 조화롭게 화합하는 조형적인 공간으로서의 집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집’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촘촘히 기록하고 싶어 한 것 같다.

집이라는 공간과 기억을 의미하는 시간을 물감 덧칠과 변화하는 색조를 통해 ....시간 속에서 기억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작가에게 집은 진정한 나를 찾으며 행복하고 슬프고 좌절하고 위로를 얻는 하나의 쉼터로서 공간이다. 어쩌면 집은 우리 모두의 오랜 기억과 비밀을 따뜻하게 간직하는 따뜻한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한경원은 오밀조밀한 색채의 구성, 텍스츄어가 살 숨 쉬는 감각적인 손터치, 정겹게 짜여진 부감법의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시각적 환희를 전달한다.

한경원 작=나의집
한경원 작=나의집

보면 볼수록 한경원의 집이 있는 풍경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이 화려한 듯 펼쳐진 색채의 하모니. 그곳에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손맛에서 매혹 당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모노톤의 블루로 지어진 집속의 집, 지속의 길, 길속에 집등에서도 한경원의 예술적 감성은 충만하다.

특히 선명하게 빛나는 핑크와 노랑, 블루와 적색의 조화는 그 색채들의 울타리에서 우리를 탈출하지 못하게 감금한다. 또한 그에게는 구성과 색채의 선명함으로 전면회화가 주는 자유로운 방향성 역시 큰 미덕으로 작용한다.

누구든 그녀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특징이 되는 이 색채와 구성의 감칠맛 나는 부분을 간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색채는 그것 자체의 의미보다 그 색채의 쓰임이나 용도에 따라 그 진정한 색가의 가치가 주어진다.

집짓기에서 자유로운 한경원이 그의 회화를 구성하는 중심을 이렇게 탄탄하게 유지한다면, 그물망 같은 하모니로 평면 공간을 3차원의 공간으로 침투하는 새로운 미술형식은 매우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자연에 갇히지 않고 평면으로 자유롭기 위한 입체로의 변신을 가져온 집으로의 귀환은 가장 훌륭한 예술형식의 선택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집이 있는 풍경의 한경원 展은 2020. 4. 3(금)부터 2020. 4. 13(월)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혜화아트센터' 동성100주기념년관 1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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