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경선 양보
코로나 요인 누구에 유리한가
트럼프 1일 1 브리핑
대규모 유세 멈춰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미국 버몬트주)이 트럼프 정권 연장을 막기 위해 통큰 결단을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양보를 한 것인데 민주당은 트럼프 연임을 저지할 수 있다는 기세가 오르고 있다. 11월3일 대선까지 6개월 반이 남았지만 여론조사 결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간선제 방식으로 더 많은 주(State)의 선택을 받아야 이기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를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퀴니피액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2일~6일 미국 전역 유권자 2077명을 상대로 실시했고 표본오차 ±2.2%포인트)를 보도했는데 이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 트럼프 대통령이 41%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대 구도로 미국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미지=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적인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가 돼야 자유주의 대 사회주의로 프레이밍하기 용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에서 중용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반적으로 중도 성향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9일 방송된 jtbc <아침&>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훨씬 편했다. 이른바 자유주의 대 사회주의의 프레임으로 엮어갈 수 있다고 많이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바이든 후보를 비난하고 샌더스 후보를 더 지지하는 모습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보인 바가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좀 긴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같은 경우에도 이전에 비해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여전히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는 걸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샌더스 의원은 왜 양보했을까. 이미 패색이 짙었다는 점과 코로나19로 대규모 연설과 유세를 못 하게 된 점이 컸다. 

박 교수는 “3월3일 슈퍼화요일(14개주 경선 실시 결과 샌더스 의원이 10곳 패배)에서 전체적으로 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상당히 성공을 했고 그 이후 계속해서 한 300명 정도 대의원에서 뒤쳐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이 역전할 가능성이 없다”며 “코로나도 아무래도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샌더스 후보의 특징 중 하나는 대규모 유세를 한다. 유세를 해서 약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데 바람을 몰고 간다. 그런 식으로 유세를 통해서 바람을 몰아서 좀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코로나로 전혀 그런 유세를 하지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샌더스 의원이 경선에서 사퇴했다기 보다는 선거운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게 곧 포기나 다름없다. 다만 샌더스 의원은 △전국민 의료보험 ‘메디케어 포 올’ △대학교 무상 교육 등 자신의 대표적인 의제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어필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샌더스 의원이) 경선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선거운동을 안 하겠다라고 얘기를 했고 여전히 경선이 진행되는데 자기 이름을 집어넣은 투표 용지는 나갈 예정이다. 그걸 통해서 샌더스 후보가 갖고 있었던 자신의 아젠다를 지금 민주당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교수는 코로나19가 미국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캡처사진=jtbc)

사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의원에 비해 아젠다 세팅 능력에서 조금 취약하다.

박 교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해서 자신의 어떤 목소리를 내는 건 굉장히 부족하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비판 후에 나타나는 대안들로 뭉치기가 힘들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대안은 많이 제시했다. 앞으로 (여러 의제들을) 어떻게 잘 묶어서 민주당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관건”이라고 정리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현직 대통령 스포트라이트 효과도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 불리한 요소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난 한 달간 거의 매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사실상 대선 유세다. 대부분 자기 잘 했다는 얘기를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그런 메시지를 좀 많이 발신을 하다가 최근에 워낙 상황이 안 좋으니까 좀 더 객관적인 얘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로 대규모 경선 행사를 개최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이 줄었다.

박 교수는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 자체가 지금 사실상 중단됐고 물론 얼마 전에 위스콘신에서 하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다) 중단된 상태”라며 “경선을 쭉 해나가야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이른바 컨벤션 효과라는 것도 거둘 수 있는데 지금 바이든 전 부통령 같은 경우 미국 언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우스갯소리로 조가 어디 있느냐 그런 얘기가 미국에서 얘기가 될 정도로. 그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1시간 이상씩 TV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어냈다. 

물론 코로나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응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 시간으로 10일 16시 기준 미국 내 확진자는 46만8895명이고 사망자는 1만6697명에 이르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에 따른 경제위기도 엎친데 덮친격이다.

박 교수는 “(코로나19가)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것이 얼마만큼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경제도 지금 최악의 상황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자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한테는 이것은 어떻게 보면 기회이자 굉장히 큰 위기일 수 있다. 초기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과 문제들이 부각되기 시작하니까 지금 사실은 지지율이 조금 꺾이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기 신드롬이라고 위기일수록 국가 지도자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있다.

박 교수는 “미국 국민들은 일종의 국기 신드롬이라는 게 있다. 위기시 지도자 앞에서 서로 같이 모이는 결집하는 그런 모습들이 있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모습들이 있는데 최근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면서도 현재는 대응 실패에 따른 비판 여론이 더 크다는 점을 환기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WHO(세계보건기구)로 책임 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 교수는 “(WHO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어서 잘못한 게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한 달 동안 대응이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미 미국 언론을 통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책임을 좀 경감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명 전반적인 여론조사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다.

박 교수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늘 진다. 그런데 이 지지율에 대해서 우리가 좀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게 지난 2016년 대선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그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훨씬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이른바 차돌 지지층이다. 40% 내외는 정말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무조건 지지를 하는 지지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층을 얼만큼 서로 갖고 가느냐. 스윙 스테이트(선거인단을 뽑는 간선제 방식의 미국 대선)라고 해서 어느 쪽 주가 어느 편에 서느냐가 가장 핵심”이라며 “현재로서는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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