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과 밴드왜건
정권심판론 아닌 정권견제론
읍소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으로 지난 주말(11일~12일)에 난리가 났다. 사실 유 이사장은 2018년 6월 정의당을 탈당하고 jtbc <썰전>을 하차한 이후부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를 겪고 대중적인 정치평론가로서의 입지를 크게 잃었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버리고 문재인 정부를 수호하는 “어용지식인”을 자처하기도 했다.

다만 보수진영에서 유 이사장의 말 한 마디를 근거로 정치적 반전을 노릴 만큼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미래통합당이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 직전 직후 총선 전략을 급 수정했는데 그 양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저녁 방송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라이브를 통해 “범여권이 180석을 해야 한다고 본다. 희망사항이지만 이게 투표를 한다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 상황에 와 있다고 본다. 범진보가 300석 중 180석을 넘기고 정의당이 180석으로 합치면 넘기는 그 경계선에 서게 되는 그렇게 되면 제일 좋지 않나”라고 발언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180석 발언을 전후로 한 미래통합당의 선거 전략 변화를 설명했다.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이는 통합당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민주당 180석 오만하다’ 이렇게 프레이밍됐다.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을 인용해서 멘트를 남긴 정치인만 △박형준 통합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유승민 통합당 의원 △김병준 통합당 후보(세종시을) △이낙연 전 국무총리(종로 후보)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황교안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의원(인천 연수을) 등 무지 많았다.

유 이사장은 총선 본투표일 하루 전 14일 저녁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 뷰>에서 “(통합당이) 주말을 기점으로 해서 갑자기 언더독 전략으로 확 바꾼 것”이라며 “마침 지난주 금요일(10일) 밤에 우리 알릴레오에서 내가 범진보 180석 되면 좋다. 이런 얘기를 했다. 왔다. 박형준 선대위원장이 맨 먼저 이걸 낚아챘다”고 밝혔다.

이어 “표현을 범여권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서 아주 이상하게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을 섞은 표현으로 오만과 폭주 이런 용어를 페이스북에 꺼냈다. 그때부터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다. 보수 언론들이 미래통합당의 동정 여론에 호소하고 공룡 여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견제하는데 필요한 의석을 달라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 이미 소통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사분란하게 모두가 나의 알릴레오 발언을 근거삼아서 전환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당들이 선거에 임할 땐 크게 ‘밴드왜건’과 ‘언더독’ 전략을 채택한다.

유 이사장은 “여론조사가 가지는 효과가 두 가진데 하나는 밴드왜건 이펙트라고 해서 마차 효과다. 말이 가면 마차가 끌려간다. 중도층 표심이 강세를 보이는 정치세력으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기고 싶고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면 밴드왜건 전략을 쓴다”며 “언더독 전략은 약간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낄 때가. 우리 육상선수 계룡여중 양예빈 선수가 1600m 계주를 하는데 400m 한바퀴를 도는데 50m 뒤떨어진 상태로 바통을 받아서 한 30~40m 앞질러서 들어온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이게 언더독 효과다. 뒤처져 있는데 여기가 잘 하면 거기를 응원하게 돼 있다”고 개념을 정리했다. 

그런데 통합당은 지난주 주중까지만 해도 밴드왜건에 의지했다.

유 이사장은 “미래통합당 분들이 믿지 않았는데.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고 집권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사실 집권당의 지지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보다. 이게 샤이보수론인데”라며 “짜증나. 대통령이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지지율이 올라가는 거야. 이런 분들은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를 않고. 와 좋아. 대통령 지지율 오르고 여당 지지율 올라서 기분 좋은 분들은 적극적으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다. 기분 좋으니까. 이것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과 국정 수행 지지율이 실제보다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많다. 과거 그런 사례도 많고. 그니까 이것 때문에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여론조사만큼 나오지 않는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샤이보수라는 말을 만들어냈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러니까 샤이보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1당이 될 수 있다. 소위 언더독. 동정표를 받는 것이 아니고 우리를 밀어달라. 정권을 심판해달라. 우리가 1당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기세 좋게 밀고 온 것이다. (민주당 등 범진보 지지세가 높은) 이 여론조사 데이터를 믿었으면 그 전략을 쓰지 않았을텐데 이분들이 이걸 안 믿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캡처사진=알릴레오 라이브 뷰)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유 이사장은 “또 한쪽으로 너무 정치라는 게 균형이 필요한데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안 좋지 않나? 이런 것도 있다. 이걸 부추기는 언더독 전략을 쓸 때는 우리가 지고 있다. 쟤네들이 너무 쎄질 것이다. 언더독 전략을 쓰려면 여론조사에서 포착한 실제와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는 우리가 지고 있다. 이걸 인정할 때 횡포를 막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최소한의 의석을 주라고 하는 게 언더독 전략”이라며 “근데 미래통합당이 뭘 했냐 하면. 불과 지난 주말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자기들이 이긴다고 주장했다. 과반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정권견제론이 아니었고 정권심판론이었다. 우리가 이기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유 이사장은 자기 실책을 인정했다.

유 이사장은 “민주당에서 이낙연 후보도 밖에 있는 사람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누가 민심을 알겠냐.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수도권 70군데가 경합지다. 당직자들이 TV 종편에 나오면 다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니까 나만 죽일놈 됐다”며 “만약 선거 결과가 민주당 압승이 아니고 미래통합당 선전으로 나타나면 나는 죽는 거다. 너 때문에 선거가 이렇게 됐다면서 이러다 죽게 생겼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유 이사장은 통합당의 전략 급변을 예측하지 못 했다고 토로했다.

유 이사장은 “사실 안 바꿀줄 알았다. 통합당이. 그리고 금요일 낮까지 그런 조짐이 없었다. 갑자기 토요일 사전투표 시작할 때 즈음해서 바뀌더니 이제는 플랜카드에도 뭐 180석 저지 걸고 살려주세요 걸고 길바닥에 절하고 모든 보수언론이 전부 다 유아무개가 저렇게 떠드는 것을 봐서는 이 정권이 이렇게 오만하다. 혼내야 한다. 온 칼럼과 사설을 도배됐다”며 “진짜 선거 결과가 범진보의 압승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원인을 내가 독박을 쓰게 됐다. 네가 입을 놀려서 이렇게 됐다고 독박쓰게 생겼으니 내가 게시판에 나를 비난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할 말 없다. 내가 숫자 말하는 게 무서워졌는데”라고 풀어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도 납작 엎드리는 읍소 전략이었다. 그리고 언더독 전략은 곧 ‘보수 결집’이다.

유 이사장은 “(2004년) 18대 총선 표를 보여드린 이유(한나라당 비롯 보수진영이 210석 가량 차지)가 나 몰매 맞아서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시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며 “지금 보수 언론들과 미래통합당이 저렇게 내 말을 가지고 왜곡해서 떠들어대는 이유는 뻔하다. 유일한 카드가 보수 결집이다. 다른 것은 다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통합당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못 한다 △경제고 뭐고 다 망했는데 코로나발로 덮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연루설 등 “그밖에도 온갖 것을 다 들이대고 있는데 먹히는 게 한 개도 없다”면서 “자기들도 데이터를 보고 있다. 지금 상황이 깜깜이 기간이라 조사는 하지만 발표는 못 한다. 국민들은 모르고 정당들, 언론사, 여론조사기관은 다 안다. 정당들은 자기들이 직접 안심번호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선거에 임박해서 판세를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거기다가 (세월호 유가족 막말로 제명 처리됐다가 법원 가처분신청으로 살아난) 부활왕 차명진(경기 부천시병 후보)은 이제 페이스북에서 만세 부를 것 아닌가. 이런 일들까지 터져서 난리다. 지난 주말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이라며 “아무 것도 안 먹힌다. 마지막 하나 남은 동아줄은 모든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총단결해서 투표장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냈다.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 직전부터 통합당의 언더독 흐름이 있긴 했다.

유 이사장은 “그러니 구호가 살려주세요. 길바닥에 엎드리고. 나의 180석 발언을 탁 낚아채가지고 사방에 플랜카드 걸고 (우리 발언 전에 이미 엎드렸는데) 그때 이미 조짐이 눈치 빠른 후보들은 이미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니까 내 잘못이다. 왜 그런 빌미가 돼냐는 거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치며) 잘못했어 잘못했어 내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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