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보 180석
범보수 130석
양당 편향 극심해져
지역 구도 역시 강해져
코로나 프레임과 막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020년 21대 총선까지 연달아 4연승을 하는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범진보 최대 188석 대 범보수 130석의 예상치다. 흔히 범보수로 분류되는 국민의당은 4석이 전망되고 사실상 어느 진영에도 포함될 수 없는 중도로 봐야 한다. 

범진보는 △민주당+더불어시민당(155석~178석) △정의당(5석~7석) △열린민주당(1~3석) 등이고, 범보수는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107석~130석) 등이다. 민주당은 16년 만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 공동예측조사위원회(한국방송협회+지상파 3사 KBS·MBC·SBS)는 15일 18시15분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위는 전국 253개 지역구의 2321개 투표소에서 42만5000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일단 투표율은 66.2%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2912만8040명이 주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총선 역사상 28년만에 최고치인데다 사전 투표율은 가장 높았다. 당초 코로나19로 1월~3월까지 관련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다가 3월말부터 총선에 대한 관심이 뒤늦게 불붙었는데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것이란 세간의 가정이 완전히 부서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적극적으로 야외 활동을 하지 못 했던 답답함이 역으로 총선 투표율에 반영된 것 같다.

아직 개표율은 전국 평균 3.3%대에 머물고 있다. 자가 격리자들은 18시 이후 투표를 마쳤다. 

지역구 당선자 및 정당 득표율에 따라 변수가 많은 비례대표 당선자는 16일 새벽이 되어야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개표기에 긴 정당투표 용지를 넣을 수가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출구조사 결과 압승이 점쳐지고 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역구 출구조사는 통합당의 패색이 짙다. 예상 득표율 차이가 10% 미만이라면 결과가 뒤집혀질 수 있는 유동적인 상태라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대부분 민주당이 이겼다. 

서울 빅3(종로·광진을·동작을)부터 보면 △종로 이낙연(민주당) 53% 대 황교안(통합당) 44.8% △광진을 고민정(민주당) 49.3% 대 오세훈(통합당) 48.8% △동작을 이수진(민주당) 54% 대 나경원(통합당) 43.2%다.

전체 지역구 253석으로 봤을 때는 △민주당 126석 △통합당 91석 △정의당 1석 △무소속 3석으로 우세 결과가 나타났고 나머지는 경합으로 분류됐다. 

전국 17개 광역단체별로 보면 아래와 같다.

①서울(49석)민주당 24석 통합당 5석 
②경기(59석)민주당 37석 통합당 19석 정의당 1석
③인천(13석)민주당 8석 통합당 2석 무소속 1석
④부산(18석)민주당 3석 통합당13석
⑤대구(12석)민주당 2석 통합당 10석
⑥광주(8석)민주당 8석
⑦대전(7석)민주당 5석 통합당 2석
⑧울산(6석) 통합당 5석
⑨강원(8석)민주당 2석 통합당 5석 무소속 1석
⑩충북(8석)민주당 5석 통합당 3석
⑪충남(11석)민주당 6석 통합당 5석
⑫전북(10석)민주당 9석 
⑬전남(10석)민주당 10석
⑭경북(13석)통합당 11석
⑮경남(16석) 민주당 2석 통합당 11석 무소속 1석
⑯제주(3석) 민주당 3석
⑰세종(2석) 민주당 2석

지상파 3사의 비례대표 출구조사 분석 결과는 상이한데 평균치를 내보면 △더불어시민당 19.6석 △미래한국당 20석 △정의당 6.3석 △국민의당 4.3석 △민생당 3석(SBS) △열린민주당 2.6석 등이다.

출구조사만 놓고 보면 민주당 강세 속에서도 영호남 지역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진영논리가 극단적으로 강화됐다. 민생당이나 정의당의 상황도 암울하고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로 원내 진출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었던 원외정당도 절망적이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의 여야 첫 반응은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분위기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일 뿐”이라며 “우리는 선거기간 중에도 코로나19 위기의 조속한 극복을 이루라는 국민의 막중한 주문을 절감하면서 선거에 임했다. 선거 이후에도 저희들은 국난의 극복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선거 개표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어두운 표정에 빠진 미래통합당. 황교안 선대위원장(가운데)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이번 총선은 미래를 여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서 위대함을 보여주시리라 확신한다. 선거 기간 부족함도 많았지만 더 정진하고 혁신하겠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선거 기간 중에 만난 국민들의 절절한 호소와 바람을 잊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 개표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볼 수 있겠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크게 실망스럽다”며 “이번 총선이 또다시 커다란 지역구도로 진영 구도로 휩쓸려버려 앞으로 정치가 거대 양당의 싸움판 정치로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재 상태로는 상당히 비관적이고 수도권에서도 여러 군데를 기대했는데 현재 조사로는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진영 대결, 지역 대결로 가서는 경제, 민생, 안보, 평화도 제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대단히 염려된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인 조정과 중재, 중도 통합의 길, 중도 개혁과 실용 민생의 정치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청년 정치세력 위주의 제3지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국진씨(민생당)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4년 전보다 대한민국 정치는 퇴보했다. 거대 양당의 지역 기반 보수·진보 갈등이 더욱 극심히 드러났다”며 “내 예상대로라면 경합지 대부분은 미통당 차지라 현 예측치와 달리 1당은 미통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 이런 미래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인데”라고 우려를 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거대 정당들의 비례 위성정당 경쟁으로 아주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그렇지만 정의당은 국민을 믿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 국민의 뜻을 겸허히 기다리겠다. 출구조사는 이전에도 많은 오차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더 나으리라 기대한다”면서 “이번에 투표율이 매우 높고 그동안 이른바 무당층으로 분류됐던 분들이 투표에 많이 참석하셨는데 비례 위성정당에 대한 평가를 위해 투표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정의당은 밤새 국민의 뜻을 겸허히 지켜보겠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으로 정당 득표율 2위(26.74% 635만여표)를 달성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토종주로 인한 다리 치료 때문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사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총선 한달 전부터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열린민주당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출구조사에는 지난 금요일 토요일 사전투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적게는 6석에서 많게는 8석까지 예측하고 있었는데 이에 못 미쳐 당혹스럽다”며 “저희 후보들이 열심히 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도 충분히 긍정적이었던 만큼 개표가 끝날 때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고 기다리겠다. 출구조사보다 좋은 결과를 예상해보겠다”고 밝혔다. 

답답한 출구조사 성적표에 대해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KBS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국회의사당 잔디밭 케이큐브 스튜디오에서 “출구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로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나는 일주일 전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된 것과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 출구조사가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흐름으로 보면 보수층은 상당히 결집한 것 같다. 대구경북 지역 부산경남 지역을 보면 대개 미래통합당이 완승을 거두는 흐름인 것 같다. 강남 지역을 보더라도 그렇고. 그런 것을 보면 보수층은 상당히 결집을 했는데”라면서도 “결국 우리의 약점이었던 젊은 세대와 중도층 특히 수도권 표심의 중추를 이루는 그 부분까지 접근하고 얻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 한 것 아닌가 싶다”고 표현했다.

아울러 “실제 이번 선거가 코로나 재난 때문에 사실 지난 3년 정권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고 하는 그것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그런 것이었고 중간에 막말 프레임 이런 것에 걸려서 중도층과 젊은층의 표심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 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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