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사퇴
총선 참패
통합당 비대위 체제
뭉친다고 다 되는 것 아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6일 자정을 앞둔 시각 제1야당 당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총괄선거대책위원장)는 15일 23시50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이전에 약속한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원래 정치인은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기 마련이다. 15일 18시15분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미래통합당의 패색은 짙었었고 개표 반전은 없었다. 16일 새벽 1시반 기준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계 175석이 예상되고, 통합당+미래한국당은 110석이 점쳐진다. 거대 야당 통합당의 참패가 맞다. 황 대표도 서울 종로 선거구에서 일찌감치 이낙연 후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에 밀려 낙선이 확정됐다.

황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간 것을 막지 못 했다.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 했기 때문이다. 모두 대표인 내 불찰이고 불민”이라고 자책했다.

황 대표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위로는 보수통합을 완료하고 아래로는 비례대표 전문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으나 정치적 대응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역부족이었다. 뭉치기만 하면 된다는 정치공학적인 접근도 통하지 않았다. 선거 막판에 구원투수로 불리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카드도 안 먹혔다.

황 대표는 “통합당은 수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드리질 못 했다”면서도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의 교과서와 같은 말이지만 통합당은 견제와 균형을 이뤄낼 수 있는 건강한 야당이 아니었다. 무조건 발목잡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 것에만 올인했다. 

2018년 지방선거 직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분위기를 읽지 못 하고 “위장평화쇼” 마케팅을 내세우다가 폭망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국난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양호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오직 공세 일변도였다.

코로나 정국 이전부터 무조건 정권심판론만 외쳤다. 돌이켜보면 황 대표는 자신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던 2016년 10월~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때처럼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그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점이 패착이었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 지지율 5%로 추락했던 박근혜 정부 말기와 같았다면 황 대표의 저주 프레임이 적합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고개를 숙인 황 대표. (사진=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케이큐브 스튜디오(KBS 개표방송)에서 함께 출연한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바라보고 “보수야당의 실패는 불통에서 온다고 본다”며 “여론조사가 그동안 몇 달 동안 이렇게 다양한 조사기관에서 일정한 흐름을 다 보여줬는데 여론조사 못 믿는다 그러고 당의 주요한 인사들이 가짜뉴스를 갖다가 정부를 공격하고 무조건 반대하고 국회 보이콧하고 이것을 몇 년 동안 한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뀌어야 한다. 이 보수 야당이”라고 주문했다.     

결국 황 대표가 2019년 2월 구 자유한국당 당권을 거머쥐고 1년 2개월간 이끌었던 제1야당의 행보는 실패로 끝났다. 

황 대표는 “부디 인내를 갖고 우리 당에 시간을 주시기 바란다. 통합당에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 통합당을 위해서가 아니다. 당직자를 위해서도 아니다. 여러분이 살 나라 우리 후손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서”라며 “어려운 시기에 부담만 남기고 떠나는 것 아닌가 해서 당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매우 크다. 나와 우리 당을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과 종로구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공식 발언을 마치고 차를 타고 떠났다. 차에 타기 직전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탤 일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적절한 비대위원장 인사 선임 △조기 전당대회 개최 △혁신 작업 등이 중요해졌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편됐지만 무릎꿇고 읍소의 메시지만 나왔지 제대로 된 인물 교체 및 당 혁신 작업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상징이었던 황 대표의 당권 장악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다시 비대위가 들어섰을 때 제대로 된 혁신과 당 개편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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