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3 60% 183석 확보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쳐
우파 뭉치면 이긴다는 도그마
친박의 부활은 곧 죽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912만6396명(투표율 66.2%)의 유권자가 만들어준 결과는 집권여당에 힘을 몰아주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에 공식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17석을 더해 총 180석을 확보했다. 민주당 내 친문 세력(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열린민주당의 3석까지 합하면 단독 183석이다. 

미래통합당은 보수통합을 완료하고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선수쳐서 만들고 그렇게 안간힘을 썼지만 103석(84+19)에 그쳤다.

15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미래통합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황교안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이 되자 21대 총선 결과가 훤히 드러났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재난 속 치러진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국회 선진화법 체제에서 300석 중 5분의 3(60%)를 확보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제1야당을 패싱하고 패스트트랙(본회의 표결 보장)에 태워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통합당이 3분의 2는 겨우 수호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맘대로 개헌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헌 저지선을 꾸역 꾸역 확보했더라도 어쨌든 1987년 민주화 이후 단일 정당이 의석 60% 이상을 확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구 결과는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이용호)으로 나타났고 정당 투표 결과는 △한국당 19석(33.8%) △시민당 17석(33.3%) △정의당 5석(9.6%) △국민의당 3석(6.7%) △열린민주당 3석(5.4%)으로 나왔다. 주요 격전지 서울 빅3(종로·광진을·동작을)에서도 통합당은 고배를 마셨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원내외 소수당들(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민중당·녹색당·미래당·노동당)과 진보진영 시민사회에서 2년 가까이 매달려서 선거법을 고쳤지만 위성정당 방지조항 없는 캡 비례대표제로는 기존의 승자독식 현상만 더욱 강화시켜준다는 뼈저린 교훈만 떠안게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양당 구도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1.5당 체제로 굳어지느냐. 어느 쪽이 더 나쁜지 모르겠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일본에서는 자민당(자유민주당)이 1당이고 민주당과 다른 정당들 다 합친 게 0.5당이라면 한국에서는 민주당이 1당이고 통합당과 다른 정당들 다 합친 게 0.5당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상황을 이제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4번의 선거가 있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며 “그것도 대부분 압승이었다. 이번에 코로나가 없었어도 민주당이 고전은 좀 했겠지만 승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썼듯이 이는 한국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의 말대로 통합당은 거대 양당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주류가 아니게 됐다. 한국 정치판은 민주당 주도의 1.5당 체제가 됐고 보수 야당은 0.5당으로 쪼그라들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1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그런 현실을 체감하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수의 비주류화를 이야기 한 박성민 대표. (캡처사진=KBS1)

관련해서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15일 밤 방송된 KBS 개표방송에 출연해서 “어떤 문제를 풀려면 위기라는 데에 동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이 무엇인지도 밝힐 수 있고 해결책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보수의 문제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확장성이 떨어진 것도 위기라는 데에 동의를 안 한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투표율이 보인 선거에서 졌다면 그렇다면 이제 보수는 좀 뼈아프지만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다. 야당이자 도전자다. 우리가 주류이자 끌고가고 있는데 지금 이상한 세력들이 잡고 있다는 이런 인식으로는 다음에 또 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수립된 이후 아마 보수정당이 이렇게 크게 진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2010년부터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20대~40대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 했다. 근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이번 총선까지는 아마도 출구조사 연령별 득표를 봐야겠지만 50대까지도 진 것 같다”며 “이제 60대 이상에서만 이겼다는 얘긴데 세대 전쟁이 이렇게 극심하게 양극화되어 있는 것은 지역도 그렇고 한국 정치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보수의 몰락이 지역과 세대 양극화를 불러오고 한국 정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중도층을 잡기 위한 외연 확장이 중요한데 그동안 새누리당·자유한국당·통합당은 보수가 뭉치면 다 될 것이라고 하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박 대표는 “이념적이고 이런 데에 너무 편향되지 말고 보수쪽에서도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잡아야 젊은 사람들을 잡을 수 있다. 그런 정당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승리도 못 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편향된 인식들 확증편향에 잡혀서 보수 유튜버들에게 끌려다니는 그런 정치로는 다음 대통령 선거도 어렵다. 자유우파가 결집하면 이긴다는 인식을 가지고 네 번의 선거를 연속 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6년 총선에 지고 나서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친박(박근혜 전 대통령) 당대표(이정현)를 뽑았고 2017년에 대선 끝나고도 패배했던 후보(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당대표로 뽑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크게 지고도 탄핵의 책임이 있는 황교안 대표 체제를 만들었고 이번에 네 번째 졌는데 이러고도 중도 민심을 잡기 위해 변화를 안 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또 질 것”이라며 통합당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황 대표 체제는 실패로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직전 청년 정당을 표방한 브랜드뉴파티를 이끌다가 통합당으로 영입된 조성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보수우파 유튜버 이 세글자 때문에 폭망한 것을 모르고 있다”며 “선대위 첫날 가서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이를 언론 정론처럼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혈압이 한 차례. 공천 문제에서 혈압이 두 차례. 여론조사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유튜버들 음모론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는 그 추이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공화당이 25% 되는줄 아는 자한당이었더라. 0.9%로 그 규모와 실체가 드러난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왜 25% 수준의 선거를 치를 생각만 하느냐고 중도는요? 대중은요? 하니 그런 건 없단다. 탄핵 이후에 생긴 대중의 상식을 당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굳이 여기에 쓰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품격을 잃은 천박한 당으로 인식되게 한 그분(홍준표 전 대표로 추정)이 돌아오시면 이제 100석 정당이 아니라 50석 정당 될 거다. 오늘부터 내일까지가 그래서 중요하고. 70석만 있어도 잘 하면 적은 의석수는 아니”라며 “그러나 잘 하는 게 진짜 대중과 섞이지 못 하는 정당으로 남으면 당 해산이 나을 수도”라고 내다봤다.
 
황 대표의 화려한 정치권 데뷔 자체가 보수의 비극이었다. 

조 부위원장은 “유권자들은 지금의 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정권의 실정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국민이 너무 많은 것”이라며 “탄핵 당시 총리였던 사람이 당의 얼굴이 되고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도층 민심을 얻는 데에 근본적 한계를 갖게 됐다. 황 대표는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작은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인상을 줬다.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은 커녕 국민 앞에 내세울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장 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박 대표와 조 부위원장이 고언을 한 것처럼 전당대회에서 △중도층을 잡고 △여권을 맹공격만 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있는 참신한 인물이 당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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