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비씨카드 활용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인수
KT의 대주주 자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KT가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활용해 케이뱅크 대주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KT가 2017년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창립했지만 법적으로 직접 대주주 자리에는 오를 수 없다. 그래서 지분 69.5%를 보유한 비씨카드를 중간에 끼고 케이뱅크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케이뱅크 주식 2231만주를 363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명분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시너지 모색이라는 뻔한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KT의 오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우리은행으로 지분 13.79%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비씨카드 카드를 통해 자본 확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캡처사진=SBS CNBC)

KT가 갖고 있는 케이뱅크 지분 10%를 비씨카드에 넘기기 위한 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케이뱅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 그걸 비씨카드가 매입해서 34%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KT의 간접 대주주 작전이 완료되는 것이다. 

KT 입장에서 여러 기업들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받아 케이뱅크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재정 건정성이 매우 불량하고 이미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 시장 지배권을 넘겨준지 오래다. 심지어 1년 넘게 신규 대출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원래 KT는 상황 타개책으로 유상증자를 받아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려고 했지만 너무 양심이 없었다. 당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성장의 기조 아래 은산분리 대원칙을 무시하고 IT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의 길을 터줬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대주주의 자격 요건으로 명시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없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걸렸다. KT는 2015년 국가 정보통신망 회선 구축 사업에서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이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서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의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해줬음에도 KT는 담합을 저질러서 그 자격을 스스로 박탈시켰다. 물론 담합은 그 이전에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담합 전력자가 은행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구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이런 KT의 딱한 처지를 핀셋 배려해주기 위해 대주주 결격 사유에서 공정법 위반 전력을 빼주는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채이배 민생당 의원 등 몇몇 진보적인 의원들의 명연설로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그래서 KT는 ‘우회로 대주주’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현재 카카오는 KT와 달리 대주주 자격요건에서 걸릴 게 없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지분 34%를 취득한 상태다. 그 이전 한국투자증권이 제2의 카카오뱅크 대주주가 되려고 지분을 매입하려고 했지만 2017년 채권 매매 수익률 담합 건(벌금형 확정)이 걸렸다. 그러자 한국투자증권은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활용했다. 그렇게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확보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돈줄을 빨리 확보하기 위해 이미 절차를 마쳐놨다. 

4월6일 이사회를 열고 주식 1억1898만주(5949억원)를 새로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 주식은 고스란히 비씨카드에 매각될 예정이고 그 자금으로 케이뱅크는 다시 대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 대출 등 여러 소액 대출 신상품을 개발해서 카카오뱅크의 아성에 재도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마침 비씨카드도 총알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마스터카드 주식 145만주(4299억원)를 팔기로 결정해놨다. 당연히 케이뱅크 주식 매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겠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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