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회견
건강 이상설 나왔으나 성추행 혐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전격 사퇴했다. 위암 수술 등의 전력으로 봤을 때 건강 이상이나 일신상의 사유인 것으로 추측됐으나 그게 아니었다.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였다.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다. 오늘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350만 부산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 한 책임을 이루지 못 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송구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나의 책임이 또한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면서 “나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 여러분들께서 맡겨준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자진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이날 오전 내내 오 전 시장의 사퇴설로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었다. 건강 이상설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총선 부산 지역 부진에 따른 책임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오 전 시장은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내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한다”며 “공직자로서 책임있는 모습으로 피해자들께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아울러 시민 여러분의 기대를 져버린 과오 또한 평생 짊어지고 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한 가지만 간절하게 부탁드린다. 피해자들이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과 시민 여러분이 보호해달라. 모든 잘못은 오로지 내게 있다”며 “3전4기의 과정을 (울먹임) 거치면서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싶었다. 이런 부끄러운 퇴장을 보여드리기 되어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을 너무 너무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해달라. 심려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2018년 초 미투 정국으로 인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이 정계에서 퇴출된 바 있는데 오 전 시장도 비슷한 루트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전 시장은 피해자가 언론에 먼저 알리기 전에 자진 사퇴를 했다. 사전에 피해자 측에서 법적 문제제기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고 오 전 시장이 나름의 대응을 해보려다가 증거가 명백해서 부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개숙여 사죄를 한 오 전 시장. (사진=연합뉴스)

긴급 기자회견을 접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근택 변호사는 연합뉴스TV 뉴스특보에 출연해 “가장 안 좋은 경우가 될 것 같다. 되게 충격적이다. 본인의 일신상의 이유라면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이 이의제기를 했을 것이고 (오 전 시장이 법률적 검토를 했을지에 대해) 그랬을 것”이라며 “이게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면 상대방이 문제제기를 했을 것 같다.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뭔가 액션 여부가 있었을 것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공직자의 가장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저희 당으로서는 가장 충격적이고 불미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당 지도부와 사전에 소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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