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코로나 지원금 100% 가닥 
기재부 여전히 볼멘소리
겨우 합의봤는데 또 뒷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의 기강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문제를 놓고 당정이 겨우 △전국민 100% 지급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제도 마련 등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 여전히 딴소리가 흘러나오자 정 총리가 공개 경고를 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조건없는 현금 지원을 필두로 한 재난 기본소득 담론이 2월부터 무르익었었다. 검토하지 않겠다던 청와대가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그게 3월30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식화했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에 소득 하위 70%였다.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국민 1인당 50만원 카드를 던졌고 더불어민주당도 100% 지급을 공약했다. 이후 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 승리를 이뤄냈음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0% 선별 지급을 기준으로 만든 추경안(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획재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남긴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지원금 논란은 크게 당정 갈등과 여야 갈등 투트랙으로 흘러갔다. 

통합당이 말을 바꿔 정부안이 맞다면서 선별 지급을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로 인해 내부 사정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정 갈등이 핵심 파트로 떠올랐는데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선별 지급을 고수하는 홍 부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허나 민주당이 100% 모델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선별하느라 신속하게 지급되지 못 한다는 점도 부각되어 홍 부총리는 연일 압박을 받고 있었다. 홍 부총리는 국회가 예산 감액권을 갖고 있더라도 증액권이 없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70% 선별을 고수했었다. 절대 자기 손으로 증액해줄 수 없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궁극적으로 정 총리는 22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선별 지급을 고수했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여전히 기재부는 불수용 분위기다.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집권여당과 내각을 통솔하는 국무총리의 합의안까지 거스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정 총리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재정건정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김영수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명의의 이메일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정 총리는 “지난 며칠 동안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총리로서 이같은 혼선을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제(22일)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고 경제부총리와도 상의해 고소득자의 자발적인 기부와 참여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되면 정부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거나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 등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의 발언이 담긴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는 나의 뜻을 기재부에 정확하게 전달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다른 일정으로 불참했는데 대리 참석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앞으로 각별히 유념하겠으며 직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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