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선거제도 개혁 전망
민주당 움직일 유인 요소 없어
원외 시민사회
미래통합당도 승자독식 피해자인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논리적으로 보면 이번 총선에서 9만7087표(2912만6396명÷300) 이상을 획득한 정당은 의석 1석을 할당받아야 한다. 전체 투표자 수를 국회의원 정원 300명으로 나눈다면 0.33% 이상 대략 10만여표가 의석 할당 기준선이 되어야 한다. 

지역구 1곳의 인구 범위가 13만9000명~27만8000명인데 여기서 선택받은 당선자는 통상 투표율을 감안해서 5만표 내외를 획득한다. 5만표만 받아도 의석 1석이 보장되는데 정당 투표는 봉쇄조항 3%(2912만6396명×3%=87만3791표)로 인해 최대 87만표가 통째로 버려진다. 

우인철 미래당 대변인은 “지역구 의원이 당선되는 표수를 보면 작게는 2만~5만표 정도다. 그 지역구 후보들은 그렇게 의석을 얻는데 정당 투표를 70~80만표 받아도 의석 1석 없다”며 “표의 등가성이라고 하는데 같은 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봉쇄조항이) 그렇게 높을 필요가 없다. 70만표를 받아도 0석인데 지역구에서는 몇 만표에 1석이다. 이건 맞지 않다”면서 “봉쇄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깨지 않는 이상 소수당은 힘들고 정의당은 3%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정당이라 선거제도 개혁의 수혜를 볼 수 있겠지만 다른 소수당들 입장에서는 현행 봉쇄조항이 있다면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인철 대변인은 봉쇄조항 3%의 부당함을 설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총선 이후 정당별 전망을 위해 <중앙뉴스>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 플랫폼 위드위드 사무실에서 대담회를 개최했다. 대담회에는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정주식 직썰 편집장,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 우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10만표 이상을 획득한 △민생당 75만8778표(2.71%) △기독자유통일당 51만3159표(1.83%) △민중당 29만5612표(1.05%) △우리공화당 20만8719표(0.74%) △여성의당 20만8697(0.74%) △국가혁명배당금당 20만657표(0.71%) △친박신당 14만2747표(0.51%) △새벽당 10만1819표(0.36%)등 8당의 득표수는 합계 243만188표(8.34%)다. 

투표권을 행사한 국민 100명 중 8명의 표는 그렇게 사라졌다. 물론 8당 중 4당이 극우 정당이고 허경영 총재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은 포퓰리즘 정당이라 원내에 들어오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아 오히려 극단화되는 측면도 있다.

우 대변인은 “독일 얘기(봉쇄조항 5%)를 하는데 100% 연동형에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50대 50 체제다. 한국에서 독일 얘기하면서 봉쇄조항을 운운하는 게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 공동대표는 “진입장벽이 좀 복잡한데 독일은 권역별을 하고 있다. 물론 전국 득표율 5%를 넘어야겠지만 독일 얘기하는 게 좀 황당하다. 독일의 여러 좋은 것들은 하나도 얘기 안 하고 안 좋은 것만 독일 운운한다”며 “네덜란드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진입장벽이 없고 권역별 명부를 짜지만 전국 득표율로 한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없다. 0.67%만 받아도 1석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게 어렵다면 정당 연합이라도 꼭 보장해줘야 한다. 소수당들이 정당 틀을 깨지 않고 프랑스나 이런 데처럼 정당 연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연합 명부를 만들어서 뭐 미래를 위한 전진,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뭐 이렇게 만들어서 연합할 수 있게 하는 2개 중 1개(연합 명부 또는 봉쇄조항 낮추기)라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말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을 통한 연합정당론을 주창했었다. 법으로 연합정당 명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이 공식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고 이에 대응할 카드는 연합정당 밖에 없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하 전 위원장의 연합정당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사실상의 또 다른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서 선거를 치렀다. 

미래당과 녹색당은 정개련의 방향에 동조했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화 된 시민당에는 불참했다. 정의당은 제도적으로 연합 명부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례대표용 정당을 별도로 만드는 움직임 자체에 반대했다.

김 공동대표는 “정의당이 연합의 실리를 취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간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실리를 취하는 길”이라며 “정의당이 진보 빅텐트의 수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라도 정당 연합이 가능해진다면 3%를 넘을 수 있는 정의당이 못 넘는 여러 정당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득표율을 높이고 진보 총단결을 했다고 어필하고 20% 이상 받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정의당이 그 수장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지켰다. 정의당이 민주당 위주의 선거 연합에 기웃거렸으면 그런 명분을 세우기가 어렵다. 진의 자체도 의심받을 것이다. 정당 연합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면 4년 후에 시도할 때 주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20대 국회에서 연동형의 원칙이 처음으로 도입됐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우 대변인은 “20대 국회에서 기적적인 힘의 구도 속에서 그 정도 동력이라도 생겼다”며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구현됐다. 미래당이 선거 연합정당을 생각했던 것도 이 약속으로 시작되지 않으면 21대 국회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정 편집장도 “기적이란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수십년 전부터 요구가 돼왔는데 거대 양당의 담합으로 묵살됐다. 놀랍게도 이번에 거대 양당의 한 축이 동의를 했다”며 “하고 싶어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수사권조정 때문에 한 것인데. 대통령이 문재인이었던 게 주효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실패를 옆에서 봤던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됐고 우연하게 직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이라고 하는 입법 프로세스가 생겨났다. 이게 없었으면 안 됐다. 또 우연히도 4+1을 해보니까 패스트트랙 통과 의석수가 맞춰졌다. 이 모든 게 우연이었다”고 호응했다. 

20대 국회와 같은 연속적인 우연은 21대 국회에서 어렵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얻었기 때문에 정의당의 눈치를 볼 일이 없다. 더구나 다른 제3의 정당은 전멸 수준이다. 
 
정 편집장은 “21대 국회에서 그런 선거제도 개혁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캡(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만 연동형 배분) 정도 벗기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확실한 것은 위성정당 방지법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관철돼야 하고 이거 안 하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한다. 강호의 도가 떨어진 이 선거판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은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이란 게 거대 양당의 지렛대가 될만한 것은 민주당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입법 과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 지렛대는 현재부터 대선까지 없다. 선거제도 개혁은 없으리라고 보여진다. 유일한 기대가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이냐. 위성정당 문제에서 만큼은. 저희는 그런 마음을 수도없이 갖고 있지만 21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 대변인은 “(민주당이) 개헌을 대선 때 들고나올 것 같다”며 “(통합당 쪽에서 여전히) 네거티브로 나갈 때 우리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하는 데에 개헌만한 카드가 없지 않을까. 선거제도 개혁은 진짜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예상했다. 

원내 동력이 미약하더라도 원외에서라도 불씨를 살려야 한다.

김 공동대표는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로서 (선거제도 개혁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2단계의 선거제도 개혁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정치개혁공동행동도 수 백개의 단체를 모았지만 실제 활동하는 단위체는 몇 개 없다.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비례민주주의연대, 참여연대,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도 참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어떤 선거법으로 바뀌었는지 아는 경우가 없었다. 나도 김찬휘TV를 통해 열심히 알렸지만 비로소 동영상 보고 이해했단 사람들이 좀 있었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연동형이면 연동형이지 준연동형이 무엇이고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선거제도를 만든 게 정치 역학상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지금 이게 역풍을 맞아서 비례대표제 자체가 불필요한 것처럼 마치 내가 (지역구 인물 선거에서) 직접 뽑아야 선거지 뭐 이렇게 됐다”며 “그러면 전세계 국가가 다 다수대표제를 해야지 OECD 36개국 중에서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5개국(미국·영국·프랑스·한국·일본) 밖에 없다. 31개국은 비례대표제(중심의 선거제도)를 채택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김 공동대표는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어떻게 좀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꼼수가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서 제2의 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주식 편집장, 김종민 부대표, 김찬휘 공동대표, 우 대변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당이 4연패했다(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고 하는데 적어도 의회 정치인을 뽑는 곳에서 압도적으로 졌기 때문에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폐해에 대해 느낄법도 하다. 실제 2018년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 비박계(박근혜 전 대통령)는 비례성있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를 어느정도 갖고 있었다.

김 공동대표는 “비례대표제가 유럽에서 자리잡은 게 1918~1919년이다. 볼셰비키 혁명이 그때 일어나서 유럽 전역에 노동자 혁명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있었다. 왜 그때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냐면 자본가들이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다수대표제를 하면 노동자들이 다 이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러다 노동자 정부가 생기겠다. 그래서 네덜란드나 스위스 이런 국가들이 다 자본가가 살아남는 방법은 비례대표제 밖에 없다고 결단한 것”이라고 풀어냈다.

이어 “어쨌건 노동자 계층이 집권해도 연립을 통해서 중산층과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며 “우리도 이번에 콘크리트 통합당 지지층 30%를 봤지 않은가. 20~30%라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데 올 오어 낫띵은 아니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지금 통합당의 처지가 볼셰비키 혁명 때 처한 자본가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즉 “(통합당이) 퇴장 위기에 처한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비례대표제 밖에 없다. 1918년 때의 자본가와 비슷한 처지이고 이걸 통합당이 인식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대변인은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나는 좀 어렵다고 본다. 지역구 의원이라는 게 지역구에서 왕이다. 자기들 이해관계에서 달라질까? 어렵다. 왜냐면 지역구 이대로 가면 되고 대권 잡으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지 선거제도 개혁을 해서 이런 지역 구도를 흔들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며 “통합당 의원들의 동력은 대권을 잡느냐 이렇게 가지 선거제 개혁으로 잘 안 가지 않을까”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