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항공⑧] 정부 지원에도 활로 못 찾는 저비용항공사…구조조정 본격화
[위기의 항공⑧] 정부 지원에도 활로 못 찾는 저비용항공사…구조조정 본격화
  • 우정호 기자
  • 승인 2020.04.27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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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업계 정부지원 3000억원에 그쳐…저가항공사 구조조정 본격화
공정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최종 승인…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불가피
27일 정리해고 대상자 발표한 이스타항공… 노조 "졸속 정리해고 중단하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이용객이 급감하며 역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구조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저비용항공사에 대해 3000억원을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끝으로 더 이상의 항공업 지원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과 결합을 앞둔 이스타항공이 27일 구조조정 대상자를 발표하자 이스타항공 노조는 “사측이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앞두고 제주항공의 비용절감을 위해 졸속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LCC업계 정부지원 3000억원에 그쳐…저가항공사 구조조정 본격화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에 투입하는 금액은 모두 3조2000억원이다. 그중 저비용항공사(LCC)에 지원되는 금액은 지난 2월 발표한 3000억원이 전부다.

항공업계 지원 금액의 90%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 쏠려 있다.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대한항공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는 앞서 최대 3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에서 추가로 지원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저비용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잠시 중단됐던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에 1260억원이 집행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저비용항공업계에 난데없이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회사들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1500억~2000억원을 토대로 남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3월 면허를 신규로 승인받은 신생 LCC 3개사는 날개도 펴지 못하고 대형 위기를 맞았다.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3개사는 이번 항공업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운항실적(3년)을 채우지 못해서다.

아직 취항하기 전인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사정이 그나마 괜찮다. 지난해 11월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제대로 영업을 해 보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다.

플라이강원은 전 직원 유급휴직에 164억원 안팎의 유상증자 등 자구안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진행 중이던 이스타항공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의 22%에 달하는 350여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이용객이 급감하며 김포공항이 텅 비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이용객이 급감하며 김포공항이 텅 비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공정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최종 승인…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불가피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일 이스타항공 주식 51.17%를 취득하는 내용의 계약을 이스타항공 측과 맺고 같은 달 13일 해당 기업결합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을 공정거래법상 ‘회생 불가 회사’로 판단하고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예외로 인정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이스타항공이 기업결합 금지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보다 기업결합을 통해 해당 업체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편이 경쟁 촉진 차원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자본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632억 원(자본 잠식)이나 됐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793억 원에 달했다. 일본발 수출 규제 사태로 인한 불매 운동 확산, 보잉737-MAX 결함 사태에 따른 운항 중단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스타항공의 국내선 및 국제선 영업이 중단된 상태여서 채무 변제 능력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주항공 외 인수 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기업결합 말고는 이스타항공 자산을 시장에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시장 관련 기업결합은 최대한 빨리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해외에서의 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1500억∼20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잔금을 치른 뒤 인수 절차를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현재 직원 350명 내외를 구조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당분간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인수 작업으로 몸집을 불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말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632억원으로, 2013년부터 7년간 해마다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지난달 말부터는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사진=이스타항공)
(사진=이스타항공)

27일 정리해고 대상자 발표한 이스타항공… 노조 "졸속 정리해고 중단하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임직원의 22%에 달하는 정리해고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사업 정상화는커녕 직원 감축만을 목표로 한 악의적인 구조조정,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제대로 된 노력조차 하지 않은 엉터리 정리해고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사측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앞두고 제주항공의 비용절감을 위해 졸속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이 노사 협의를 통해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우선 논의하라고 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오너일가도 비판했다. 노조는 "오너일가는 이스타항공 매각을 성사시켜 매각대금 545억원을 받아 챙기기 위해 정리해고를 선행한 후 회사를 넘길 궁리만 하고 있다"며 "애경-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저비용항공사(LCC) 독점사업자 지위를 획득할 욕심에 이스타 경영진을 앞세워 뒤에서 정리해고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의 과거 약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조는 "최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회사 전사 공지게시판에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양사 체제로 각각 독립된 조직과 시스템으로 자율적 운영을 하게 될것이니 고용승계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었지만, 해가 바뀌고 갑작스럽게 전 노선 운항 중단과 강제 휴업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정부의 지원도 촉구했다. 노조는 "정부도 수수방관하며 정리해고로 내몰리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오히려 LCC의 통폐합을 부추기는 등 기업합병 승인을 속전속결로 처리해줬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향후 전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직원대책위를 구성하고, 운항재개와 구조조정 중단을 위한 전직원 서명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 인수기업인 제주항공과 고용안정을 위한 협약을 추진하고,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와 연계한 사업을 추진, 정리해고 통보자 해고철회 투쟁 및 법률대응에 나선단 방침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9일 모든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멈춘데 이어 같은달 24일 국내선 운항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선은 5월28일까지, 국제선은 6월30일까지 전편을 비운항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유동성 문제로 지난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으며 3월에는 아예 미지급했다. 1~2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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