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짜리 비대위 겨우 의결
4개월짜리는 못 해
최소 1년에 전권 보장돼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래통합당에서 김종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됐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겨우 의결됐다. 사실상 다수 여론이 김 전 위원장을 보이콧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도 무기한 전권을 요구했던 만큼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직에 대해 거절했다.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28일 오후 열린 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의결정족수는 재적 전국위원(639명)의 과반 이상 출석(320명)에 과반 이상 찬성(160명)이다. 이날 전국위에는 323명의 전국위원이 참석했고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직전에 열린 상임전국위원회는 재적 45명 중 17명만 참석해서 불발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미 △수습용 비대위 거부 △임기 무기한(최소 2021년 3월까지) △전권 보장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는데 이게 수용되려면 상임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보수통합이 성사될 때 제정된 통합당의 당헌 부칙 2조2항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로 하고 차기 전당대회는 2020년 8월31일까지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이 2022년 대선을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칼질의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최소 1년의 임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날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4개월짜리 비대위 출범에 대한 의결도 323명의 과반을 겨우 넘긴 숫자라 통합당의 다수 여론은 김 전 위원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 전 위원장은 당초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의 삼고초려에 대해 최소 1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는다는 조건 하에 겨우 수락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측근 최명길 전 의원 명의의 단체 문자를 통해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전 의원은 “8월31일까지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하느냐 마느냐만 남은 상황인데 그건 안 한다는 뜻”이라고 재차 확인해줬다.
물론 전국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최종적으로 심 대행이 승인한 뒤 김 전 위원장을 재차 설득할 수도 있다. 그러면 김 전 위원장이 직접 당대표 권한으로 전국위를 열고 당헌 부칙을 개정해서 임기 1년을 셀프로 보장받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이 밥상을 마련해놔야지 자신의 입지가 불안한 상태로 와서 임기 조항까지 셀프 개정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낙선자 신분인 심 대행(경기 안양동안을)이 빨리 당 수습을 완료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 카드를 밀어붙였고 당선인 총회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탭이 꼬여버린 것이다.
사실 김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5선) △조경태 최고위원(5선) △조해진 당선자(3선) △김태흠 의원(3선) 등이 스스로 당권이나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김 전 위원장의 전권을 견제하는 심리가 있다. 이들이 45명의 상임전국위원(전국위 의장‧부의장/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시도당위원장/의원총회 선임 국회의원/원외당원협의회 추천 몫/중앙위원회-여성-청년-대학생-장애인 할당/광역의원/기초의원)에게 비토권 행사를 주문했던 것이 주효했다.
심 대행은 상임전국위 재소집을 통해 부칙 개정을 추진하는 카드로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할 수도 있지만 또 부결될 가능성이 있어서 쉽지 않다.
심 대행은 전국위 종료 후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하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 요청할 생각이다. 수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