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의 태도
보편적 복지국가
선별은 왜 복지국가를 망치는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29일 21시 본회의로 스케줄이 잡혀 있다. 3월말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현금성 지원을 공식화 한 이후 ‘당정’과 ‘여야’의 투트랙 갈등 국면이 있었지만 선별하지 않고 전국민 100%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 

29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4.29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다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다시 지원이 논의된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100% 지급보다는 상황에 맞게끔 지급할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일회성이다. 다음 지급이 약속된 건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홍 부총리는 “3차 추경은 상당 부분 적자 국채가 동원돼 2차 추경에서는 가능한 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 초반은 OECD 평균 110%에 비하면 현저히 낮고 여력이 있다”면서도 “걱정하는 건 증가 속도가 시장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될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추경 때도 할 수 있다면 세출 구조조정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긴급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 100만원으로 책정됐고 기존의 소득 하위 70% 조건은 사라졌다. 예산은 9조7000억원이 잡혔는데 전국민 100% 지급으로 확장됐기 때문에 1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당정은 증가분 4조6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을 국채발행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원은 기존에 짜여진 예산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총선 직후 보수적 관점을 고수하는 미래통합당은 참패로 인해 수습책에 골몰했고 그러다보니 기획재정부의 선별론과 집권여당도 어찌 못 할 정도의 파워가 부각됐다. 당정 갈등이 연일 언론 지면에 오르내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홍 부총리에 대해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경제철학과 비전이라면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고 홍 부총리는 “언제든지 공직 수행을 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맞섰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출석한 홍 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사실 복지정책의 관점에서 보편과 선별의 문제는 2010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각종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현금성 지원 정책들이 도입됐다.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등 학계에서 기본소득 담론을 만들어왔고 올해 1월에는 기본소득당이 창당됐다. 2월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당장 소득이 끊겨 생계가 곤란해진 사람들의 처지가 부각되어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거세졌다. 하지만 선별적 복지정책을 고수하는 기재부 관료들의 도그마는 여전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과 100% 지급 및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자는 안으로 합의를 본 이후에도 홍 부총리를 비롯 기재부의 볼멘소리는 터져나왔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4월8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찬휘TV를 통해 “우리 사회가 분열된다. 동네 친구를 모처럼 만났는데 너 받았냐? 못 받았어. 근데 더 잘 살아.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겠는가”라며 “30억짜리 좋은 집에 살아서 재산은 많은데 소득은 별로 없어서 (지원금을) 타고, 둘이 죽어라고 맞벌이를 해서 근로소득세 꼬박꼬박 세금 다 내고 700만원 넘게 벌어서 산다. 700이면 잘 살겠지? 그게 아니다. 700을 다 쓰고 사는가? 전세, 월세, 대출원금과 이자 갚고 그렇게 살고 있다. 소득은 있는데 재산은 거의 없음에도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목과 질시와 분열을 이 사회에 던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당은 당 홍보 영상을 통해 기존의 한국 복지제도에 대해 “선별적이고, 신청자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조건이 되어도 경쟁률 때문에 탈락자를 만드는 방식”이라며 “우리 집 소득은 얼마인지, 결혼은 했는지 안 했는지, 내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하고 싶은데 못 하는지. 갈수록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올해에도 4명 중 1명이 사실상 백수인 세상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 위험한 일을 하거나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긴급 지원금들은 중위소득 지표를 근거로 하는 경우가 많다. 중위소득은 전국민을 100명으로 친다면 딱 중간 50명대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중위소득은 가구별로 매년 발표되는데 올해 1인가구 기준으로는 175만원이다. 175만원은 최저임금 179만5310원(8590원)에도 미치지 못 하는 액수다. 소득 하위 70%는 중위소득의 150%로 추정되고 대략 263만원 수준이다. 만약 70%가 관철됐다면 263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배제됐다. 

소득이 300만원에 가까워도 각종 교통비, 공과금, 대출이자 등을 내고 나면 가처분소득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제외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찬휘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김찬휘TV)

김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8가지 원칙을 설파했다.

①코로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②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③선별은 공동체의 분열을 야기한다 
④빈곤층에 집중하는 복지정책은 복지국가를 망친다 
⑤형평성 문제는 누진적 조세체계와 불로소득 과세로 충분하다 
⑥기본소득을 반대한다면 아름답게 기부하자 
⑦등록 외국인에게도 지급하라 
⑧경기회복과 실질소득에 도움이 되는 과감한 액수를 지급하라

김 대표는 ②에 대해 “코로나로 죽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돈이 없어서 죽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소상공인이나 프리랜서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겪고 있는데 선별을 한다고 생각해봐라”면서 “복지부 데이터베이스를 다 뒤져야 하고 그 사람이 근로소득만 있는가. 임대 소득, 금융 소득 등을 다 조사하면 올해가 지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긴급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가 안 지나게 해서 좀 당겨보자고 하면 부실한 조사가 된다. 어떤 사람은 컷에 통과되어 받고 어떤 사람은 컷의 위에 있어서 못 받고. 사람들이 벌써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화기에 불통이 나고 있다”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이걸 제대로 집행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빨리 집행하려면 문제가 심각해지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사회 분열이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④에 관해 “빈곤층에 집중하는 복지 정책은 제대로 된 복지정책으로 착각될 수 있는데 사실 복지국가의 미래와 현재를 망치는 것”이라며 “세금을 두둑하게 함께 내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인드가 쌓여야 그게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다. 복지국가가 세금 부담이 많다는 것은 개나소나 다 아는 일이다. 세금을 함께 내면서 연대와 사회공동체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경험을 모두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선별하면) 각자도생할거야. 혼자 살 거야. 이렇게 된다. 이 수혜에서 제외된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복지국가 전반에 대해서 매우 싫어하게 된다”며 “이거는 유럽에서 발생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북유럽과 남유럽의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북유럽의 국가들은 보편 복지로 해서 함께 증세해서 복지국가를 이뤘다. 반면 남유럽의 나라는 이번에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왜 그렇게 된 것인가. 이탈리아는 가면 갈수록 빈곤층에 집중한 복지를 했다”며 “빈곤층이 아닌 사람들은 세금을 가면 갈수록 안 내려고 한다. 이렇게 빼돌리고 저렇게 빼돌린다. 복지국가라는 공동체가 붕괴된다. 그래서 정부의 70% 선별은 이런 신호를 주는 것이라 정말 안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김 대표는 “코로나는 부자와 빈자,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노소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함께 이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들에게 누구는 피해를 받고 누구는 안 받는 것처럼 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인 설정이 잘못됐다. 모두가 함께 단결해서 넘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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