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매번 정해진 시간 넘겼다
미래통합당의 반대 시작됐다
민주당에 혼난 홍남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29일 21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여야는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100% 지급 및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유도라는 내용으로 가합의를 본 상황이고 스케줄이 그렇게 잡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기부라는 방식’과 ‘100%로 확대됨에 따라 증액된 액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서 21시에 본회의 의결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그동안 예산안 통과를 놓고 여야는 정해진 날짜를 맞추는 것이 이례적일 정도로 매번 힘겨루기 끝에 겨우 처리했었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차원의 △정부 종합정책질의 △추경 압축 심사를 위한 여야 간사협의 △전체회의 등을 병행해서 빠르게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 100만원으로 책정됐고 기존의 소득 하위 70% 조건은 사라졌다. 예산은 9조7000억원이 잡혔는데 전국민 100% 지급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1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당정은 증가분 4조6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을 국채발행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원은 기존에 짜여진 예산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28일 열린 예결위 및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의 입장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 경제의 위기가 확연한 만큼 시급성이 제일 중요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논쟁은 지속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예결위 회의장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예결위 회의장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지급과 고소득층의 기부 유도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어필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전국민에 파급되고 있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경제 여건이 비교적 안정된 분들의 경우 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취악계층 고용을 지원한다면 국민 간 연대 정신을 발휘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여야 합의로 더 좋은 안을 만들어 상위 30% 소득자들이 재난지원금을 사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정부는 국회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당정 합의사항을 재확인했다.

반면 통합당은 추경 액수가 4조6000억원 증액되는 것에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기부금 유도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기재부 출신의 송언석 통합당 의원은 “(100% 확대로) 세출 규모가 4조6000억원이 늘어난다. 이 정도 규모로 예산이 늘어나면 정부가 수정 예산안을 의결해 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여론 압박을 통해 국민에게서 기부금을 각출 받아 힘들어진 재정을 꾸려나가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지원금을 줘놓고 일부 국민에게 기부해달라. 반납해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부가 올곧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고 정 총리는 “국회가 총선 전 여야 할 것 없이 100% 줘야 하겠다고 말씀하지 않았나. 장 의원이 당과 국회를 먼저 설득해 달라”며 대응했다.

이어 “상위 30%를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게 원래 생각인데 (지금은) 상위 30%에 지급된 지원금이 환류될 방안을 마련하고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게 옳겠다는 것으로 대통령도 같은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현 민생당 의원은 “처음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기재부는 소득 하위 50% 지급을, 여당은 70%를 주장했고, 여당 안으로 결정되자 부총리가 내가 반대한 사실을 꼭 기록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따졌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와전이 된 내용이다. 대통령에게 이런 저런 방안을 같이 보고드리고 선택하는 게 낫다 해서 자료를 보고드린 것인데 그렇게 표현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총선 직후 통합당의 반대보다 기재부의 거센 선별론 고수 때문에 민주당이 애를 먹었다. 뒤늦게 당정이 합의했고 이를 정 총리가 공식화한 뒤에도 기재부 내부의 볼멘소리는 계속 됐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에게 따끔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방역당국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된 것처럼 재정당국이 제대로 잘 하고 있는가. 총리와 당이 합의했다는데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 게 없다고 하는 것이 관료들의 책임 있는 자세인가”라며 “그런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전달하는 태도에 대해 지극히 실망스럽다. 합의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와 여야가 100% 지급에 합의한다면 정부로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총리와 뜻을 같이 했다. 기재부 실무자의 말이 과하게 잘못 전달돼 혼란이 있었던 것은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는데 실제 기재부에서 그런 표현을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 내적으로 토론은 굉장히 많고 이것이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소리가 났다는 뜻이고 일단 의사 결정이 되면 원 보이스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정건정성에 과도한 집착을 하는 기재부의 습성에 대해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지금 상황엔 적자 재정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3차 추경을 과감하게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만 아끼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재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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